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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느 나라 회사인가?

국내 자동차 기업이 국내 미디어를 외면하는 처사는 국내 소비자를 외면하는 것과 같다

2017.03.03

새차를 처음 선보이는 장소와 시간은 자동차 회사의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대형 모터쇼는 한 번에 소식을 전 세계로 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스마트폰처럼 현장에서 시연할 수 없다. 따라서 취재가 한정적이다. 여러 신차가 한꺼번에 나오니 주목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따로 미디어 시승회를 개최한다. 적당한 드라이브 코스나 서킷, 혹은 회사 소유의 테스트 트랙에서 세계 미디어를 초청해 시승 기회를 제공한다. 자동차 전문 기자들이 직접 차를 타고 경험한 내용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도 좋은 홍보 방법이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시승회 초청을 부정 청탁이라고 보지 않는다. 자동차는 달리기 위해 만든 것이니 도로 혹은 서킷에서 직접 체험해야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게 상식이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국산차 회사의 이상한 홍보 정책 때문이다.  


올해 초 북미오토쇼에서 기아 스팅어가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2011년 GT 콘셉트로 나왔을 때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던 차다. 작은 차체에 370마력 V6 엔진을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스포츠 세단은 국내 소비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모터쇼가 열리기 한참 전인 지난해 12월 20일, 한 해외 매체가 디자인뿐 아니라 실제 주행 평가를 인터넷에 올렸다. 엔진 출력과 가속성능은 물론이고 서킷 주행 시승까지 세세하게 소개했다. 이때만 해도 차 실루엣만 공개된 상태였으니 며칠 동안 기아차 내부에서 난리가 났었다는 뒷얘기를 들었다. 기아차는 몇몇 해외 매체를 한국으로 초청해 프로토타입으로 시승회를 진행했다. 이들 중 한 매체가 모터쇼 직전에 취재 내용을 미리 공개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 초청된 국내 매체는 없었다. 공식 시승회가 아니라 사전 품평회라 할지라도 국내 시장을 대표하는 국내 전문 기자를 한 명도 부르지 않았다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언제라도 국내에서 판매될 국산차를 왜 국내 기자에게 태우지 않았을까? 이상할 따름이다.  


물론 판매 시점에 따라 시승회가 따로 열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지난 1월 말, 영국 런던 근처에서 신형 기아 프라이드 시승행사가 있었다. 프라이드는 지난해 9월 파리모터쇼에서 데뷔했다. 그리고 1월에 판매를 시작하며 시승회를 연 것이다. 신형 프라이드의 주력 시장이 유럽, 그중에서도 소형차 비중이 높은 영국이니 가장 먼저 시승회를 개최한 건 당연하다. 그런데 현대는 i30 국내 론칭 직전에 해외 기자들을 불러 남양연구소에서 미디어 이벤트를 개최했다. 국내 론칭이 해외보다 빠름에도 해외 기자들에게 먼저 시승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해치백이 유럽 시장 주력이어서’라는 건 궁색한 변명이다. 국내에선 엄청난 물량의 TV 광고와 오프라인 이벤트를 하면서 평가를 위한 국내 시승회는 일반 도로에서 몇 시간 타보는 것으로 끝내는 것은 참 이해하기 힘들다. 왜 서킷을 빌려 차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시승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가? 이는 국내 소비자와 미디어를 역차별하는 꼴이다. 이러면서 국내 여론이 좋기를 바란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또 홍보도 기준에 따라 제약을 둔다는 소문이 있다. 신생 매체는 1년이 지나야 보도자료를 보내고 2년이 돼야 시승회 등에 부른다고 한다. 이건 ‘우리가 선택한 곳에만 홍보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홍보 및 보도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마치 권력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가능한 채널을 모두 동원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 홍보라고 알고 있는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것도 해외에선 다르다. 미국과 유럽은 미디어 사이트에 등록만 하면 보도자료를 보내준다. 시승회 초청은 매체의 특성이나 기자의 경력 등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에선 지역 미디어 길드의 통합 미디어 센터에 각 회사가 차를 보내준다. 여러 브랜드의 시승차를 자유롭게 타고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이다. 좋은 내용이건 나쁜 내용이건 부담 없이 쓸 수 있고, 이를 믿는 소비자들을 통해 시장에서 판매로 평가를 받는다. 이런 정상적인 과정이 한국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불가다. 


국내 매체 차별에 대해 “매체가 500개가 넘고 그중에는 수준 미달인 미디어도 있어 어쩔 수 없다”는 말도 들린다. 이해 못 할 부분은 아니다.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정당한 비판과 평론이 아닌, 개인 또는 단체의 이익을 위한 협박 수단으로 펜을 칼처럼 휘두르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무섭거나 귀찮아서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다는 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 아닌가. 그리고 미디어의 수준은 기업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독자와 시청자 등 미디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하는 것이다. 비판을 두려워하면서 달콤한 말만 해주는 입을 찾으려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는 아무리 효율과 이성을 강조해도 어두운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건강한 사회, 건강한 회사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해결할 의지가 있고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문제를 덮고 피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해결하기를 바랄 뿐이다. 회사 덩치만큼이나 성장한 모습을 보고 싶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터트렌드, 자동차, 시승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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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기아,모터쇼,기아자동차,한국기자출입금지

CREDIT Editor 이진우 Photo 전호석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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