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서울 도심을 운전한다는 것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출퇴근 시간, 심지어 낮 시간대에도 도로는 차들로 꽉 막힌다. 도로 위 차들은 조금도 움직일 틈 없이 옴짝달싹 못 하고 서 있다. 이 정도면 도로가 아니라 주차장이다. 한번 들어서면 빠져나오기도 어렵다. 이럴 땐 참을성 있게 도로가 뚫릴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덩치 큰 자동차 운전자는 더 답답하다. 유동적으로 변하는 교통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심에는 도심에 어울리는 차가 있다. <모터 트렌드>가 도심형 이동수단을 비교했다. 작은 차 스마트 포투와 쉽게 탈 수 있는 모터사이클 야마하 트리시티다. 미션도 주어졌다. 대치동에서 북촌 한옥마을까지 가는 것이다. 중간 미션으로 이태원 경리단길에 있는 추로스를 먹고 와야 하고, 한옥마을에 도착하면 한옥과 함께 인증 사진을 찍어야 한다. 이 대결을 위해 포투를 탄 박호준 어시스턴트 에디터와 트리시티를 탄 김선관 에디터가 나섰다. 과연 작은 차와 모터사이클이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해 미션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시티카의 정석, 포투
박호준 스마트 포투는 작은 차다. 일반적으로 작은 차 하면 경차를 떠올리기 쉬운데 이제는 아니다. 포투 신형은 덩치가 조금 커졌다. 차체 길이는 이전과 같지만 너비는 100밀리미터, 높이는 13밀리미터 늘어났다. 휠베이스도 미세하지만 5밀리미터 길어졌다. 국내 기준으로 경차가 아닌 소형차다. 하지만 길이는 국내 경차보다도 짧아 운전하기 편하다. 길이도 길이지만 주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역시 휠베이스. 휠베이스가 5밀리미터 늘어난 1870밀리미터인데, 2385밀리미터의 쉐보레 스파크 휠베이스보다 515밀리미터 더 짧다. 휠베이스의 차이는 확연한 회전 반경의 차이를 만든다. 회전 반경이 6.94미터인 포투는 다른 경차들보다 더 민첩하게 도로를 달릴 수 있다. 

드디어 레이스를 시작할 정오가 왔다. 대치동을 출발해 테헤란로를 지나 반포대교를 넘어가는 코스다. 포투의 회전 반경을 이용해 강남의 골목길을 지나갈 계획을 세웠다. 좁은 골목길을 이용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남에서 굳이 골목길을 갈 필요는 없다. 강남은 도로가 잘 갖춰져 있어 골목길로 가지 않아도 최단거리로 반포대교까지 갈 수 있다. 이것을 모르고 몇 개 골목길을 들어갔다가 오히려 시간만 더 소비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생각보다 경리단길에 늦게 도착했다.

이태원 같은 번화가를 갈 때 가장 걱정되는 건 주차다. 이태원역 앞에는 노상 주차장이라도 있지만 경리단길에는 주차 공간이 없다. 경리단길 입구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이태원2동 공영주차장이 있지만 그마저도 정기 주차한 차들로 가득 찼다. 포투를 추로스 매장 앞에 정차했다. 매장 앞 도로는 일반통행 구간으로 도로 폭이 약 3.7미터다. 차 한 대가 들어가기엔 넉넉하지만 두 대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포투의 좁은 너비(1660밀리미터)는 골목길을 지나가려는 차들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무리하게 정차했다고 다른 차들의 눈치 받을 일도 없었다. 하지만 재빨리 추로스를 사야 했다. 레이스는 레이스니까.

이태원을 떠나 북촌 한옥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남대문과 종로를 거쳐야 한다. 서울에서도 차가 많기로 손꼽히는 곳들이다. 예상대로 차는 많았고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이럴 땐 연비가 걱정이다. 포투는 연비 걱정에서 조금 자유롭다. 작으면서 가벼운 차라서다. 무게는 1000킬로그램을 넘지 않는다. 가벼운 차는 크고 무거운 차보다 도심 연비에 유리하다. 관성 때문인데 관성은 물체가 외부의 힘을 받지 않을 때 처음 운동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성질이다. 움직이던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하고,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하려 한다. 같은 속도로 가속한다고 했을 때 무거운 차는 가벼운 차보다 많은 양의 에너지로 움직인다. 이 에너지는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에서 나온다. 포투의 연료 효율성은 복합 기준으로 리터당 23.8킬로미터다. 포투에 촬영 장비를 모두 싣고 도심을 4시간 정도 주행했는데 연료 게이지가 고작 한 칸밖에 줄지 않았다. 

북촌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포투는 물 만난 물고기였다. 북촌의 특성상 골목이 좁고 코너가 급해, 작고 회전반경이 좁은 스마트 포투에겐 이곳이 레이스 경기장이었다.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를 이리저리 비켜가며 정상으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차와 맞닥뜨려도 조금만 비켜주면 그만이다. 길이 너무 짧아 아쉬운 포투였다. 드디어 결승점에 도착했다. 트리시티는 어디쯤 왔을까?  

 

 

 

모터사이클의 이단아, 트리시티
김선관 생김새부터 특이하다. 옆모습은 다른 모터사이클과 다를 게 없는데 앞모습이 우리가 지금껏 보던 모터사이클이 아니다. 야마하 트리시티는 세 바퀴를 가진 도시형 스쿠터다. 두 바퀴로 달리는 모터사이클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 누구나 쉽고 가볍게 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어릴 적 타던 세발자전거를 생각하면 된다. 두발자전거를 못 타던 아이도 세발자전거는 탄다. 멈춰도 넘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리시티는 세발자전거처럼 혼자서 서 있지 못한다. 서 있지 못하고 쓰러진다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부드러운 주행품질을 선사한다. 트리시티의 앞바퀴는 세발자전거 뒷바퀴처럼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 수평으로 연결된 듀얼 텔레스코픽 서스펜션은 두 앞바퀴를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여 코너를 돌 때나 요철이 있는 구간에서 두 바퀴 모두 땅에 붙게 만든다. 그만큼 안정적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안정적이다 보니 코너를 돌 때 계속 눕히게 된다는 점이다. 두 바퀴 모터사이클을 눕힐 때 생기는 두려움이 트리시티에서 반감되는 게 사실이다.
 

고속터미널역을 지나 곧바로 반포대교에 진입했다. 아무리 오른손을 움켜쥐어도 엔진만 요란할 뿐 시속 90킬로미터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기 어렵다. 125cc라는 엔진 배기량의 한계 때문이다. 조금의 배기량이 아쉽다.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니다. 일본 야마하 본사는 트리시티 155cc 모델을 개발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모터사이클은 어디든 달릴 수 있고 어디에든 주차할 수 있다. 경리단길에 도착한 트리시티는 굳이 주차할 필요가 없다. 시트에서 엉덩이를 뗄 것도 없이 모터사이클을 탄 채로 추로스를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남대문을 지나 종로로 이어지는 최단거리로 가지 않고 충무로를 거쳐 동대문으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약 2킬로미터를 더 가야 하는 길이지만 레이스의 승패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 않았다.
이 길 역시 차가 적지 않았다. 그나마 마지막 차선의 도로가 넓어 정차된 차들과 보도블록 사이에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으로 달렸다. 앞바퀴가 두 개라고 해서 두 바퀴 모터사이클보다 너비가 큰 것도 아니다. 딱 그 정도의 너비다. 회전에 있어 불리한 점이 많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차 사이를 이리저리 빠져나갈 때 안정적이면서도 유연한 회전을 보여준다. 두 바퀴 모터사이클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그저 오른손으로 스로틀 레버를 움켜쥐며 달리면 그만이었다. 

 

 

 

포투야 비켜라! 역시 복잡한 도심에서는 차보다 기동력 좋은 모터사이클이 더 낫다. 여기에 트리시티는 쉽게 탈 수 있는 장점까지 겸비했다.

 

정석과 이단아의 만남
포투와 트리시티가 결승점인 북촌 한옥마을에서 만났다. 예상했다시피 승자는 트리시티였다. 포투가 도착하던 그 시각, 트리시티는 이미 사진 미션을 끝마치고 한옥마을을 방문한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적당한 물건을 적당한 곳에 배치해 임무를 맡긴다는 뜻이다. 차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차를 적당한 목적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아무리 작은 차라고 해도 차는 차였다. 포투는 나름 선전했다. 대치동에서 이태원까지 평소보다 빨리 가려고 골목길을 돌아서 시간을 조금 써버렸지만 주차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아꼈다. 그러나 남대문과 종로를 지나며 맞닥뜨린 교통체증에 승리는 날아가버렸다. 크기는 작았지만 도로에서의 기동성은 일반 자동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심의 특성상 고속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길지 않아 시속 40~60킬로미터로 꾸준히 달리는 트리시티에게 조금도 불리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들로 꽉 막힌 도로 상황은 포투와 달리 트리시티에게 기회였다. 길이 막히면 없는 길을 만들어 달렸고 빨간 정지신호가 아니면 멈출 일도 거의 없었다. 기동성 면에서 트리시티가 포투보다 유리했다. 그래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번 기획에서 대결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도심형 이동수단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자동차 산업과 기술을 융합하는 산업 전시회인 오토모빌리티LA에서는 전동 스케이트보드, 전기로 가는 모터사이클, 접이식 스쿠터, 등 새로운 형태의 도심형 이동수단이 공개됐다. 다양한 모습의 도심형 이동수단을 세컨드카로 가질 날이 그리 머지않았다. 

 

 

모터사이클과 자동차 사이
르노삼성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가 판매를 위한 인증절차를 모두 마치고 올해 출시될 예정이다.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트위지의 가격은 약 1200만원(배터리 리스 포함)으로, 국내에서는 아직 가격이 책정되지 않았지만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가격은 1000만원대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위지에 어떤 편의 장비를 포함하는지에 따라 가격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편의 장비에 대해서 공개된 것은 없지만 르노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출시 모델에 창문과 공조장치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위지는 오직 전기만으로 시속 80킬로미터를 내고 한 번 충전으로 100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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