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르코르동 블루’ 출신의 쇼콜라티에 루이강. “독일, 프랑스, 캐나다에서 초콜릿을 배우고, 필리핀 카카오 농장에서도 몇 개월을 보냈죠.” 자신의 이름을 단 초콜릿 스튜디오를 운영한 지 8년 차. “제 시그너처 초콜릿이라면 뒤오 프랑부아즈와 과나하를 들 수 있죠.” 라즈베리 퓌레, 라즈베리 술, 라즈베리 가나슈를 넣은 뒤오 프랑부아즈. 여인의 옆모습을 담은 카메오에 골드 파우더 펄을 입힌 프랑부아즈는 라즈베리 젤리와 가나슈의 밸런스로 혀를 유혹한다. “하트 모양의 과나하는 그랑 크뤼 초콜릿을 사용했어요. 와인처럼, 그랑 크뤼는 단일 품종으로만 블렌딩한 최상위의 초콜릿을 뜻하죠.” 카카오빈의 3대 대표 품종은 포레스트로, 트리니타리오, 크리올로. 그 중 크리올로와 트리니타리오 빈 중 단일 품종으로 블렌딩한 초콜릿에만 ‘그랑 크뤼’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식물성 유지가 아닌 카카오 버터 100%, 광택, 잘 녹고, 초콜릿 코팅이 얇을수록 좋은 초콜릿입니다.” 보존제를 넣지 않은 초콜릿의 유통기한은 4~6주일이지만, 만든 후 하루 숙성했을 때가 가장 맛있다는 걸 잊지 마시기를.

케이크 맛있기로 소문난 신라의 패스트리 부티크. 21년째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정응구 제과장. 그가 선보인 초콜릿 케이크는 ‘블랙 포레스트’다. 하얀 설원 위에 블랙 초콜릿을 나무처럼 심어, 달콤하고 아름다운 블랙 포레스트를 펼쳐놓았다. “블랙의 초콜릿 숲 사이로 붉은 체리로 포인트를 주었죠. 케이크 안쪽 초코시트 사이사이로 체리 필링의 상큼함도 숨어 있고요.” 눈처럼 부드러운 생크림과 달콤함이 어우러진 체리 초콜릿 숲. 촉촉한 시트와 부드러운 단맛은 누구라도 행복해질 맛이다. 프렌치 디저트의 꽃이라 할 에클레어가 초콜릿과 만나면? 얼마나 맛있으면 에클레어가 프랑스어로 ‘번개’겠는가. “생크림에 소량의 리큐어를 넣어 만든 에클레어로, 초콜릿 에클레어 위에 미니 초콜릿 마카롱을 얹어 달콤함을 더했죠.” 초콜릿 에클레어와 마카롱의 컬래버레이션. “요즘의 디저트 트렌드는 하이브리드죠. 다쿠아즈와 아이스크림을 믹스한 하이브리드 디저트 역시 인기예요.” 평범한 디저트의 시대가 가고, 맛과 맛이 어우러진 하이브리드 디저트가 대세. 초콜릿은 그 접점이 될 것이다.

국내 1호 쇼콜라티에. 벨기에 초콜릿이 국내에 알려지기도 전, 그는 벨기에에서 초콜릿을 수학했고, 국내 수제 초콜릿 붐에 일조했다. “수확한 카카오 빈은 7일 전후로 나무 통에서 자연 발효 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초콜릿의 풍미가 높아지죠.” 당연히 갓 수확한 빈일수록 그 맛이 좋다. 그런 까닭에 산지보다 어떤 등급의 카카오 빈을 사용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카카오봄에서 사용하는 빈은 지난 10월 수확한 것으로, 에콰도르산 ASSS 등급을 쓰죠.” 다양한 수제 초콜릿과 함께 카카오봄의 시그너처는 바로 ‘살라미 돌체’다. “이탈리아 소시지 살라미를 본떠 만든 초콜릿으로, 술안주로 제격이죠.” 살라미 돌체를 소시지처럼 칼로 잘라, 술과 세팅하면 근사한 라운지 바가 부럽지 않다. 한데, 초콜릿은 한 끼 식사가 될 수 없을까? 에콰도르산 100% 초콜릿을 녹인 후 직접 만든 크래놀라(귀리, 견과류, 크랜베리, 카카오 등)를 올린 ‘카카오 밥’은 그 편견을 깰 아이템. “최근 카카오닙스가 슈퍼푸드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죠. 이 역시 산지에 앞서 어떤 등급의 카카오 빈인지 꼭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