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 3명이 중고차를 고르고 있다며 괜찮은 차를 추천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그들은 모두 아이가 있는 기혼 남성이고 2000만원대 초반에서 살 수 있는 수입 SUV를 찾고 있었다. 해치백도 후보로 두고 싶었지만 작은 크기가 걸렸다. 나들이 갈 때마다 트렁크 한가득 싣는 짐들이 모두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 적당한 차로 혼다 CR-V를 추천해주었는데 그중 두 명이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벤츠 B 클래스는 어때?” 그들의 속내는 ‘B 클래스’가 아니라 메르세데스 벤츠의 삼각별에 있었다. 이참에 나도 ‘벤츠 오너’가 되고픈 생각이 엿보였다. 이들이 염두에 둔 차는 2012년 4월에 출시한 W246 B200 CDI이다. 매력 포인트는 저렴한 가격. 현재 2013년형 B 200 CDI의 중고 거래 가격은 2000만원 초중반에 형성돼 있다. 현대 쏘나타 신차를 살 가격으로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는 벤츠를 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실제 중고 시장에서도 많은 문의가 들어온다.

“그런데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남성들이 적지 않습니다.” SK엔카 직영 장한평 지점 이상원 실장의 경험담이다. “지붕이 높아 가족용 미니밴을 생각하고 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실용 공간에 아쉬움을 표할 때가 많습니다. 트렁크 용량이 1세대 마이 B보다 크게 줄었거든요. 주행품질과 편의장비는 마이 B보다 개선이 많이 됐습니다. 그래도 남자들이 ‘벤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랑 아주 다른지 주로 젊은 여성이나 노부부가 찾습니다.”

 

 

마이 B를 권하지 않는 이유
B 클래스는 2007년 3월 ‘MLV(멀티라이프스타일 비클)의 탄생’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국내에 ‘마이 B’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마이 B는 ‘나를 닮은 차’라는 뜻으로 20~30대 젊은 층이 주요 타깃이었다. 출시 당시 3690만원이라는 매력적인 가격으로 젊은이들을 유혹했다. 마이 B는 그해에만 670대가 팔렸다. 이는 당시 메르세데스 벤츠의 전체 판매량에서 12퍼센트에 해당했고, C 클래스 판매량보다 두 배 더 많은 수치다. 이듬해에도 총 769대가 팔리면서 인기를 꾸준히 이어갔다.

요즘엔 이 차를 중고로 찾는 사람이 많다. 이유는 역시 1000만원 내외의 가격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저 가격에 벤츠의 삼각별을 가져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차를 추천하고 싶지 않다. 최근에 2009년형 마이 B를 시승해볼 기회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1000만원이 있다면 그 돈으로 품질 좋은 국산 중고차를 사는 게 훨씬 합리적이다. 운전석 시트 포지션이 높아 스티어링휠을 어떻게 조정해도 허벅지에 닿는다. 가솔린 모델인데도 엔진음은 요즘 나오는 디젤차보다 시끄럽다. CVT는 매끄럽지 않고 허둥댄다. 요철 충격도 차체로 그대로 전달돼 긴 시간을 운전하지 않아도 피곤해졌다. 빨리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내리고 싶었다. 집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아이 통학용으로 메르세데스 벤츠가 필요한 사람에게 딱 적당해 보였다.

 

 

B 클래스의 환골탈태
2세대 B 클래스는 확 바뀌었다. 2012년 4월, 5년 만에 완전히 변신한 B 클래스는 스포츠 패키지가 추가된 라인업도 같이 선보였다.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시트 포지션이 낮아져 운전이 편안해졌다. 엔진은 직렬 4기통 1.8리터 디젤로 바꾸고 변속기도 7단 듀얼클러치로 갈아 끼웠다. 덕분에 연비는 리터당 15.7킬로미터로 높아졌다. 얼굴은 요즘의 메르세데스 벤츠 룩으로 성형했으며 실내도 고급스럽고 섬세하게 마무리했다. ‘마이 B’를 버리고 ‘B 클래스’로 이름도 되찾았다. 이제야 메르세데스 벤츠 가문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C나 E 클래스를 생각하면 안 된다. 이 차의 이름 앞에 붙어 있는 알파벳을 잘 봐야 한다. 전세대보다 고급스러워졌지만 그 수준은 어디까지나 ‘B’에 머무른다.

W246 B 클래스 중고차는 한마디로 적당하다. 가격과 상품성, 브랜드 가치의 삼박자가 합리적인 균형을 이룬다. 비슷한 연식의 C 클래스와 가격 차가 크진 않지만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에 실용적이고 높은 연비를 자랑하는 고급스러운 해치백을 찾는다면 B 클래스가 답이다. 삼각별이 안겨주는 자부심은 덤이다.

인증 중고차
브랜드가 제공하는 인증 중고차 서비스를 통해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인증 중고차는 178가지 검사를 마친 4년·10만 킬로미터 이내의 무사고 차를 판매한다. 보증 기간이 남아 있으면 그대로 승계되며 모두 소진돼도 1년·2만 킬로미터까지 무상 보증 수리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 차주에 이어 이력 관리도 가능하다. 출시한 지 얼마 안 된 신차급의 중고차가 주를 이룬다. B 클래스는 보통 한달에 3~5대의 매물이 공급되는데 지난해 페이스리프트된 B 클래스도 종종 보인다.

이곳에서 B 클래스 중고 가격대는 2500만~30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그래서일까? 일반 중고차 매매 시장에서는 B 클래스가 기대치에 못 미쳐 발길을 돌리는 남성이 많다지만 인증 중고차 시장에선 오히려 반대다. “B 클래스 소비자의 약 80퍼센트가 남성입니다.” 한성자동차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인증 중고차 전시장 윤성환 부장의 말이다. “세컨드 카가 아닌 메인 패밀리카로 많이 구매합니다. 대부분 국산차를 타다가 넘어오는 사람이 많아요. 연령대도 30대와 40대 그리고 50대가 서로 비슷합니다.”

외모만 미니밴 B 클래스는 소형차 플랫폼에서 만들어진다. 덩치 큰 해치백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중고차, 수입차, 벤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