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신형 그랜저 프리뷰 행사가 있었다. 신형 그랜저는 대충 봐도 뜯어봐도 잘생겼다. 길고 미끈하게 빠진 게 이전 모델이 뚱뚱하고 빵빵하게 느껴질 정도다.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인 캐스캐이딩 그릴은 차체를 더 단단하고 웅장하게 보이게 한다. 루프라인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사이드 캐릭터라인은 뒤 도어에서 살짝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나며 시각적 재미를 준다. 뒷모습은 좌우리어램프가 이어지는 5세대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잇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게 아닌가 싶다. 고글을 쓴 것 같은 모습은 준대형 세단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실내는 깔끔하다. 큰 변화라면 i30에서 보여줬던 플로팅 모니터를 썼다. 계기반과 같은 높이에 있어 시선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플로팅 계기반이 아니라 이전처럼 센터페시아에 삽인된 형태였다면 모니터 위치가 더 낮아졌을 것이다. 현대차는 승차감과 조향성을 높이기 위해 차체 강성을 34퍼센트높이고 휠 강성도 증대시켰다. MDPS도 ECU를 개선하고 조타 정밀성을 높이기 위해 세밀하게 다듬었다고 한다. 다만 수출용 R-타입이 아닌 그간 많은 잡음을 일으켰던 C-타입이다. 엔진은 2.4리터 세타2와 3.0리터 람다2 휘발유 엔진이 올라간다. 2.4리터 세타2도 MDPS만큼이나 왈가왈부가 많다. 엔진이 꺼지고 소음이 나는 등의 오류가 잦자 미국에선 리콜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괜찮다”고만 말하고 있다.

세타2 엔진은 K7에 들어가는 것과 동일하다. 람다2는 약간의 조정이 있었다. 4~5마력 정도 출력이 낮아지는 대신 저중속 토크를 높였다. 덕분에 실제 가속은 10퍼센트가량 빨라졌다. 신형 그랜저엔 전자장비가 굉장히 많이 들어갔다. 배터리 모니터링 시스템부터 긴급제동, 차선이탈, 후측방 충돌 회피, 부주의 운전 경보,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어라운드 뷰 모니터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이런 기술들이 하나로 통합돼 일정 시간 동안 부분 자율주행이 된다.

현대차는 성능과 안전 등에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보인다. 브리핑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설명했다. 특히 각종 편의장비는 눈에띈다. 현대·기아차 로고를 단 차 중 유일하게 부분 자율주행이가능하다. 디자인은 이전보다 훨씬 고급스러워졌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로 하여금 현대차만의 럭셔리를 표현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제네시스가 럭셔리 이미지를 모두 가져가버려 현대차 이미지는 약간 다운그레이드된 게 사실이니까. 이제 그랜저는 현대차의 새로운 럭셔리 아이콘이 돼야 한다. 예전 ‘각그랜저’가 부와 권력의 아이콘이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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