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터 홀토르프(Gunther Holtorf)
여행 기간 1988년 12월~2014년 11월
군터 홀토르프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자신도 기회를 많이 놓쳐봐서인지 모른다. 그의 여행이 시작된 건 그의 나이 50세도 넘어서다. 그는 루프트한자에서 30년 넘게 일하며 20여 개 나라에서 살아야 했다. 하지만 그에게 새로운 곳은 그저 삶의 터전일 뿐이었다. 이방인의 마음이지 여행자의 심정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비행기에서 저 아래 대지를 내려다보며 문득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흙이 흩날리는 걸 보니 도로 위로 바람이 부는 것 같았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죠. 처음 느꼈어요. 떠나야겠다고. 너무 메마른 삶이었습니다.” 1988년 50세의 나이로 회사를 그만둔 그는 바로 메르세데스 벤츠 G 클래스를 구입했고 아내와 함께 아프리카로 떠났다. 거기서 이전과 다른 바람의 향기, 깊은 계곡의 신비도 처음 느껴볼 수 있었다. 오토란 애칭이 붙은 G 클래스와의 동행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당시 함께했던 세 번째 아내인 비트와는 그게 마지막이었다. 이혼을 결정한 것이다. 

홀토르프는 기나긴 아프리카 자동차 여행에서 깨달은 것들을 바탕으로 오토를 여행에 적합하게 개조했다. 그리고 주간지 <디 차이트>에 여행 친구를 찾는다는 광고를 냈다. 그에 답한 게 20여 년의 동반자가 된 크리스틴이었다. 함께 시작한 아프리카 여행은 5년간이나 이어졌다. 그리고 남미로, 전 세계로 발길을 이어나갔다. 물론 그때까지는 여행이 그렇게 길어지리라곤 둘 모두 짐작하지 못했다. 그런데 여행을 할수록 여행에 대한 갈증이 깊어졌다. 그는 “다닐수록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단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지나온 여행이 앞으로의 여행을 멈출 수 없게 했던 것이다. 다행히 오토도 지치지 않았다. 무려 26년간 215개국 약 89만 킬로미터를 달리면서도 별다른 손상이나 고장이 없었다. 크리스틴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2010년 여름 이후에도 그의 여행은 계속됐다. 그녀의 유언이 “멈추지 말라”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살아 있는 동안 삶을 영위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라는 뜻이었을 거다. 홀토르프의 여행은 2014년 11월 8일 베를린에서 끝났다. 하지만 그의 삶은 여기서 멈춘 것이 아니다. 자신의 경험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며 멈추지 않기를 당부하고 다닌다. 삶이 계속되는 한 그들의 여행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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