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선(조향사)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 차마다 냄새가 다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세밀하게 다를 줄은 몰랐다. 취재에 도움을 준 강미선 조향사는 향료회사 연구원 출신으로 10년 넘게 향 연구에 매진 중이다. 상상 속의 향기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개발을 하고 있다. 현재는 경기도 분당에서 미센트(miscent)라는 향료 공방을 운영 중이다. 누구든 수준 높은 조향 강의를 들을 수 있고 나만의 맞춤 향을 개발해 제품 출시까지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문의 miscent.co.kr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S Q4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달리 화학약품 냄새가 짙게 묻어난다. 그러나 시트의 가죽에서는 어떠한 냄새도 나지 않는다. 눅눅한 가죽 냄새를 없애기 위해 깨끗하고 좋은 가죽을 신경 써서 가공한 흔적이 무향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오히려 실내 자재와 접착제 냄새만 남았다. 놀라운 사실은 남아 있는 냄새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비가 한 차례 쏟아진 후 갠 파란 하늘이 연상되는 맑은 공기 같은 향이다.
디아디프 프레이 포 유 페퍼민트 상쾌한 민트 향이 나는 천연 에센셜 오일로 테라피 기능이 있다. 깔끔하고 단순한 실내의 향과 뒤섞여 달큼하고 청량감 있는 향을 낸다. 디퓨저 플레이트를 24k로 도금해 고급스러운 실내와도 잘 어울린다. 가격 4만9000원.

 

 

 

▶렉서스 RX 450h
다른 차들과 다르게 렉서스는 전 차종에서 냄새가 가장 약하다. ES 300h에서는 시큼한 가죽 냄새가 은은하게 나는데 RX 450h에서는 더 약해진다. 그리고 포유류 동물 특유의 구릿구릿한 냄새가 아주 미세하게 섞여 있는데 신경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이런 냄새는 꽃 계열 향기와 만나면 효과가 배가된다. 그리고 오래 앉아 있다 보면 르빠 겐조 향수처럼 밋밋하면서 청량한 물 냄새가 더 짙어진다.
불스원 폴라패밀리 선바이저 레드자몽 자몽의 상큼한 향이 렉서스 특유의 은은한 가죽 향과 잘 어울려 여성스럽고 밝은 향기를 만들어낸다. 점도가 높은 박막 방식으로 만들어 언제나 일정한 강도로 향이 퍼진다. 선바이저뿐만 아니라 적당한 곳 어디에든 끼울 수 있어 간편하다. 가격 6900원.

 

 

 

▶BMW M5
BMW는 차종마다 냄새가 확연히 다르다. M3에서는 시큼한 식초와 발포수지 냄새가 강하게 나며, 전기차 i3에서는 뜻밖의 접착제 냄새가 많이 난다. X5에서는 흔히 말하는 ‘새 차 냄새’가 확 풍기는데 은은하게 물비린내도 섞여 있다. 종이를 약 100장 인쇄하고 프린터에서 나는 냄새를 떠올리면 쉽다. M5에선 기분이 깨끗해지는 냄새가 난다. 연필을 코끝에 가져갔을 때 그윽하게 퍼지는 나무 향이다. 시더우드 허브와 비슷하다. 시더우드를 증류해 추출한 오일은 휴양림에서 느낄 수 있는 숲 내음이 난다. 주로 기분이 우울할 때 안정을 찾기 위해 많이 사용한다.
양키 캔들 미드섬머 나이트
M5는 남성적인 향이 나는 어떠한 디퓨저를 놓아도 좋다. 시트러스 향이 나는 향수나 ‘CK one’과도 잘 어울린다. 양키 캔들의 미드섬머 나이트에는 머스크와 세이지 오일 등을 섞어 만든 젤리 구슬이 담겨 한여름 밤의 시원한 느낌을 낸다. 가격 1만2000원.

 

 

 

▶제네시스 G80
깨끗한 숲속에서 촉촉한 흙을 한 움큼 쥐었다가 폈을 때 손에 나는 땅의 냄새다. 발사믹한 냄새라고도 표현하는데, 발삼이란 침엽수에서 분비되는 끈적끈적한 진액으로 향료를 만들 때 사용하는 천연수지 중 하나다. 스모키한 통카빈의 향과 바닐라와 비슷한 벤조인 향이 무게감 있게 골고루 섞여 있다.
라피네르 블랙 체리 상큼한 와인 향으로 새콤달콤한 향이 진하게 배어 나와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 가격 3만9800원.

 

 

 

▶링컨 MKZ
링컨 대부분의 차에서는 묵직한 천연 가죽 냄새가 짙게 난다. 일반적으로 벨트나 지갑 등 고급 가죽 제품에서 나는 향이다. 인조가죽의 냄새는 아니다. 1880년부터 진한 가죽의 향을 내기 위해 사용한 ‘아이서뷰틸 퀴놀린’이란 합성향료와 비슷하다. 이런 향은 카베르네 소비뇽 레드 와인에서 나는 허베이셔스 향과 어울리면 남성 향수에서 자주 쓰이는 시프레 향 계열로 다듬어질 수 있다.
크라프터 피렌체 스토크
스토크와 프렌츠 재스민, 바닐라 등이 조합돼 시프레 타입의 백합 향이 난다. 크라프터가 고안한 스피커 모양의 우퍼 디퓨저에 오일을 발라 놓아두면 실내에 음향이 퍼지듯 은은하게 배어든다. 가격 4만3000원.

 

 

▶재규어 F 페이스
실내의 느낌과 가장 상반되는 향이 난다. 시트의 강렬한 붉은색과 대비되는 신선한 풀 냄새가 가득하다. 풀을 짓이겼을 때 나는 풀 고유의 속살 냄새다. 봄에 피어난 버들가지의 껍질을 벗겨 버들피리를 만든 다음 입으로 불고 숨을 들이마셨을 때 딱 이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 들이마셨을 때 코점막이 따끔할 수도 있는 날카로운 향이다. 여기에 시트의 가죽 냄새가 조금 섞여 있지만 전반적으로 시원한 오조닉 향이 퍼져 기분을 좋게 한다.
비비엔느 클린 솝
시트러스 계열의 디퓨저로, 햇빛에 잘 말린 순면의 냄새처럼 맑은 느낌을 준다. 향의 강도는 세지만 지속성은 중간 정도로 은근해 기존의 좋은 향이 더 좋아지도록 돕는다. 가격 1만1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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