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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파괴자

시작은 마임이었다. 서커스, 마술도 배웠다. 현대무용은 당연했다. 프랑스 문화의 아이콘 필립 드쿠플레가 2년 만에 신작을 들고 왔다.

2016.11.17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보통은 작품명 앞에 연극이나 무용 등 장르명을 놓기 마련이다. 하지만 <콘택트> 앞에는 장르명이 없다. 그 대신 연출가 이름이 있다. 필립 드쿠플레. 그런데 그게 장르명이란다. 이름이 브랜드인 연출가가 없던 것은 아니다. 살아 있는 연극 교과서 피터 브룩이나 빛의 마술사 로버트 윌슨이 그렇다. 국내에도 문화 게릴라라 불리는 이윤택이 있다. 이따금 작품명 앞에 이들의 이름을 두곤 하지만, 이 대가들도 자신의 이름을 장르명 대신하는 오만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필립 드쿠플레가 누구이기에 유구한 전통을 파괴하는 걸까.


이를 설명하려면 그의 예술적 반항기, 아니 방황기를 언급해야 할 것 같다. 그의 예술 편력은 열다섯 살에 시작된다. 그 나이에 제도권 교육을 거부한 그는 전설적 마임이스트 마르셀 마르소가 설립한 마임 학교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도 잠시. 이내 프랑스 국립서커스학교에 입학한 그는 그곳에서 서커스 기술을 익힌다. 당대 최고의 서커스 배우인 아니 프라텔리니가 설립한 학교로, 그는 이곳에서 마임의 대가 이삭 알바레즈에게 마임을, 마술사 피에르 에데르나크에게 마술을 배운다. 그렇게 3년을 보낸 후 그가 향한 곳은 벨기에다. 브뤼셀에 정착한 그는 현대무용의 대부 모리스 베자르의 ‘에콜 무드라’에서 무용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그는 그의 예술 편력을 끝낼 사부 두 명을 만나게 된다. 안무가 알윈 니콜라이와 머스 커닝엄이 그들이다. 이들은 그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이들로, 알윈 니콜라이는 그에게 빛과 소리 등의 무대 연출을, 머스 커닝엄은 현대무용의 기술을 전수했다. 마술, 마임, 서커스, 현대무용을 섭렵한 후에도 그의 방랑벽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의 방랑은 음악과 미술, 영상으로 이어졌다.


DCA(Decouflé’s Company for the Arts)는 그의 예술적 결정체다. DCA는 그가 1983년, 22세에 설립한 예술 단체로 창단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막식 무대 연출도 그가 맡았다. 드쿠플레가 하나의 장르명처럼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프랑스 언론은 ‘드쿠플러리(Decoufleries)’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그는 태양의 서커스의 <아이리스>와 크레이지 호스 파리의 <욕망>을 연출하는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과시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공고히 했다.


11월 11~13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릴 <콘택트>는 2년 전 초연된 드쿠플레와 DCA의 신작. 작품명은 피나 바우슈가 1978년 안무한 작품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일종의 오마주다. 그러나 <콘택트>를 무용으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다른 인터뷰를 통해 그는 이 작품이 코미디 뮤지컬에 대한 오마주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콘택트>는 뮤지컬일까? 이도 정답은 아니다. 여기에는 마임에서 마술, 무용, 음악, 미술, 영상 등 그의 예술적 도정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내용은 묵직하다. 선악의 시원과 구원을 이야기하는 <파우스트>가 그 모티프다. 하지만 무게에 압도될 필요는 없다. <콘택트>는 뮤지컬 <파우스트>의 리허설을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담고 있다. 내용 따위는 잊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시각적 효과니까. 드쿠플레는 무대를 종과 횡으로 이용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수직의 한계마저 무너뜨린다. 여기에 거울을 이용해 만화경 효과를 주는가 하면 영상까지 더해 환상을 창조한다. 의심스러운가? 그렇다면, 당장 필립 드쿠플레의 <콘택트> 동영상을 검색해보라. 과장이 아니다. 그것이 극장에서 당신이 만날 환상의 세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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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LG아트센터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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