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는 여러 교통수단이 공유하는 공간이다. 보행자부터 큰 화물차까지 크기와 종류도 다양하다. 현대 문명의 상징과도 같은 도로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원시적인 지배구조다. 마치 원시 정글처럼 사이즈가 모든 걸 좌우한다. 도로에선 덩치가 작을수록 약자다. 덤프트럭보다는 미니밴이, 승용차보다는 모터사이클이, 자전거보다는 보행자가 숨어다니는 상황이다. 

이런 교통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이 있다. 가장 약한 구성원인 보행자를 위해 만들어진 인도와 횡단보도는 다른 교통수단에게는 불가침의 영역이다. 인도 침범이나 횡단보도에서의 사고, 문을 열고 출발해 사람이 다치는 등의 사고에 대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예외로 두어 가중 처벌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런데 유독 약자에 가까우면서도 공격당하는 교통수단이 있다. 모터사이클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자동차 전용도로 통행금지라든가, 철마다 벌어지는 특별 단속 등은 모터사이클 라이더에게는 분명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모터사이클은 마치 아웃사이더처럼 보호를 받지도 못하고 좋은 교통수단의 위치에 있지도 못하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모터사이클 이용자가 스스로 만든 부정적인 이미지다. 물론 레저용이나 출퇴근 같은 일반용은 그 수가 매우 적고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드물다. 문제는 상당수를 차지하는 유상 운송, 그러니까 배달이나 탁송 등에 쓰이는 바이크들이다. 배달 횟수가 바로 수익으로 이어지니 신호 위반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무단횡단을 일삼는다. 인도를 역주행하며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달리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다 먹고살려고 그러는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과 함께 묵인하듯 벌어지고 있다. 기가 막힌 일이다.

이는 과거에 화물차와 택시 운전자가 그랬던 것과 비슷하다. 생계를 위해 나왔으니, “조금이라도 많이 벌기 위해 불법과 편법을 저질러도 이해해달라”고 했던 것과 같다. 자기 주머니 채우겠다고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면 이는 사기나 강도 같은 범죄와 다름없다. 꾸준한 단속과 계도로 택시, 화물차 운전자가 바뀐 것처럼 모터사이클 쪽에도 강력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일반 모터사이클 라이더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아직까지 모터사이클과 관련해 자동차 운전자들은 부정적인 인식이 더 크다. 때문에 교통법규를 더 정확하게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모터사이클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자동차 운전자들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모터사이클은 속도가 느린 출발과 정차 때 가장 불안정하다. 따라서 달릴 때보다는 훨씬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모터사이클을 한 번도 타지 않은 운전자는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왜 빨리 가지 않느냐고 빵빵거리고 위협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서로가 답답한 일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특성을 이야기해주고 이해를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모터사이클의 인도 주차도 이런 양면성을 가진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불편한 일이겠지만, 사실 모터사이클은 지정된 주차공간이 거의 없다. 많은 공영주차장에서 자동차 주차비를 내려 해도 이륜차를 받아주지 않는다. 이렇게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인도로 올라온다. 사회적인 합의와 제반 시설의 구축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서로 간의 이해가 필요하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같이 이해해야 할 부분도 있다. 배달이나 배송에 모터사이클이 많이 쓰이는 것은 고유의 기동성 때문이다. 순발력이 좋고 골목길도 쉽게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인데, ‘무조건 빨리’를 외치는 사회 분위기가 불법을 부추기고 모터사이클 라이더와 주변 사람들을 위험으로 내몬다. 택시에 타서 “빨리 가자” 재촉하며 은근히 불법을 요구하는 것이나, 음식을 주문하고 “빨리 갖다 주세요”라며 배달직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것 모두 사라져야 한다. 이런 이기적 안전 불감증은 모터사이클뿐 아니라 자동차에서도 문제다. 

사실 우리나라는 좁은 곳에서 혼자 움직이는 일이 많으니 모터사이클만큼 효율적인 교통수단을 찾기 힘들다. 개인적으로는 몇 년 전에 집에서 5킬로미터 떨어진 회사까지 자동차, 스쿠터와 대중교통 세 가지를 모두 이용해 출퇴근한 적이 있다. 자동차는 주차장에서 주차장으로 쉽게 연결되고 날씨와 상관없이 이용이 편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가장 높다. 이에 비해 대중교통은 비용이 적게 들지만 많이 걷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스쿠터는 날씨만 괜찮다면 가장 빠르다. 비용도 낮아 최고의 교통수단이었다.  

도로에서 주변의 자동차를 살펴보자. 택시를 제외하면 1명이 타고 있는 차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모두 스쿠터로 바꾸면 교통 흐름이 빨라질 것이고, 승용차에 비해 오염 물질의 배출도 줄어 공기도 맑아질 것이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내가 탄 자동차의 속도도 빨라진다.

2015년 국내에 판매된 모터사이클 대수는 약 11만대다. 같은 기간 182만대가 팔려 사상 최대를 기록한 자동차 시장과 비교하면 6퍼센트 수준이다. 세계 상위권의 자동차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모터사이클 시장 규모가 작은 것은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모두가 도로라는 공간을 공유하는 동등한 사람들이다. 평화로운 도로를 위해 서로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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