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을 바짝 세운 ATS 쿠페의 외모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천연 가죽을 손수 재단하고 한 땀 한 땀 정성껏 꿰매 마감한 인테리어의 풍미는 삭막한 독일 라이벌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다. 편의 및 안전장비 구성도 탄탄하다. 12개 스피커로 구성된 보스 서라운드 시스템에 3개의 USB 접속단자와 스마트기기 연결성이 뛰어난 CUE 인포테인먼트 장치가 기본이다. 시크릿 큐브 수납장치는 보기에만 그럴싸하지만 스마트폰 무선충전 기능은 쓰임새가 쏠쏠하다. CUE는 근래 경험한 어떤 인포테인먼트보다 애플 카플레이 연결이 손쉽다. 여기에 차선 유지나 이탈 경고 시스템, 전방 추돌 및 후방 차량 통행을 감지하고 경고하는 장치 같은 보조 안전장비도 충실하다. 하지만 콤팩트 스포츠 쿠페 시장에서 캐딜락의 영향력은 여전히 미미하다. 지난 7월까지 ATS 쿠페가 1대 팔릴 때 메르세데스는 C 200 쿠페를 51대 팔았고 이 시장의 스테디셀러 BMW 428i는 13대꼴로 팔렸다. 경쟁모델보다 싸고(5310만원) 힘센(272마력) 제품인데도 형편이 나아질 조짐이 없다. 

2016년형 제품부터 들어간 새로운 8단 자동변속기(하이드라매틱 8L45)가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글쎄,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어쩐 일인지 이 변속기는 강하게 몰아붙일수록 게으름을 피운다. 특히 엔진을 한계회전수(7000rpm) 언저리까지 다그친 뒤에 변속하면 어김없이 굼뜬 반응을 보인다. 두루뭉술한 변속 탓에 보어와 스트로크 수치(86밀리미터)가 똑같은 스퀘어 타입 엔진의 경쾌한 회전 질감까지 밋밋하게 누그러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림자가 있으면 빛도 있다. 7.0:1에 이르는 ‘광폭’ 기어비가 그중 하나다. 소통이 원활한 자동차 전용도로에선 리터당 14.5킬로미터의 연비를 가볍게 내고, 정체로 막히는 간선도로에서도 리터당 8킬로미터 수준의 연료효율을 유지한다. 시속 100킬로미터일 때 엔진회전수도 1450rpm에 불과하다. 8단 자동 파워트레인 못지않게 시동이 차분한 엔진 스톱-스타트 장치도 인상적이다. 저속부터 중저음의 배기음이 깔리는 등 ‘달리는 기분’을 자아내려 애쓰지만 전반적인 주행감각은 분명 이전보다 부드럽고 정숙해졌다. 

반면 섀시는 여전히 온순하지 않다. 스티어링은 가볍고 정교하지만 다소 과장돼 있고, 서스펜션은 노면을 강하고 솔직하게 읽어낸다. 옹골찬 섀시가땅바닥을 힘껏 움켜쥘 때의 기세는 동급 세그먼트에서 가장 강력한 272마력도 하찮게 느껴질 정도다. 다소 경직된 느낌은 있지만 ATS 세단만큼 뻣뻣하진 않다. 마그네틱라이드 가변 댐퍼와 뒷바퀴 사이에 놓인 기계식 LSD 등 이 차에 있을 법한 장비도여전히 세단에만 설치돼 있다. 실상 세단에서 느끼는 긴장이 이 차에서 묻어나야 할 것 같은데, 어쨌든두 차의 처지는 2016년형으로 바뀌고도 달라진 게없다. 세단은 힘이 잔뜩 들어가 있고 쿠페는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그러니 ATS 쿠페는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이게 다 부드럽고(혹은 두루뭉술하고) 차분한(또는 게으른) 8단 자동변속기 덕분이다.

SPECIFICATION

CADILLAC 2016 ATS COUPE 

기본 가격 531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4인승, 2도어 쿠페 엔진 4기통 2.0ℓ DOHC 터보, 272마력, 40.7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1585kg 휠베이스 2775mm 길이×너비×높이 4665×1840×1400mm 복합연비 10.6km/ℓ CO₂ 배출량 165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