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린 엔진이 디젤 엔진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이 알쏭달쏭한 질문에 닛산이 선뜻 대답하고 나섰다. 그렇다고. 할 수 있다고. 닛산은 디젤 엔진과 경쟁할 가솔린 엔진을 이미 개발했으며 곧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 새로운 가솔린 엔진의 데뷔 무대는 오는 9월 29일 개막하는 2016 파리 모터쇼다.

 

디젤 엔진을 정조준한 가솔린 엔진의 이름은 VC-T다. 닛산은 연료 압축비를 상황에 따라 8:1에서 14:1까지 변환해 디젤 엔진의 효율과 가솔린 엔진의 성능을 모두 만족시켰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가변 압축비 기술을 VCR(Variable Compression Ratio)이라고 하는데 닛산이 개발한 엔진의 이름인 VC-T도 바로 여기서 따왔다. 참고로 T는 과급기(Turbo Charger) 를 의미한다.

 

압축비는 피스톤의 상하 운동 때문에 일정하게 크기가 변하는 실린더 연소실의 부피가 가장 클 때와 가장 작을 때의 비율을 뜻한다. 이는 연료와 공기가 혼합된 혼합기의 압축 정도와 연소 가스의 팽창량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압축비가 크면 클수록 폭발력이 증가한다. 같은 조건이라면 고압에서 더 강한 폭발이 이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폭발력이 높아진다는 건 엔진의 회전력을 의미하는 토크가 강해진단 얘기다. 결국 같은 양의 연료로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다는 의미인데, 결국 동일한 토크가 필요한 경우 압축비가 높은 엔진일수록 더 적은 연료를 소모한단 뜻이다.

 

하지만 압축비가 높아지면 고회전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압축비가 높아진다는 건 피스톤의 상하 운동 거리가 길어진다는 뜻인데 그럼 마찰저항이 증가하고 진동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또 회전력 저하의 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압축비를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신 흡기압을 높여주는 쪽이 높은 출력을 원활하게 얻어내는 데 더 유리하다. 이때 흡기압을 높이기 위해 과급기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미완의 꿈 

프랑스의 MCE-5 개발은 VCR 엔진을 푸조 407에 적용해 시연하는 데 성공했으나 완성차 업체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 회사 아직 운영 중이다. 끝내 양산차 이식에 성공할 수 있을까?

 

| 넌 또 다른 나

사브가 개발한 SVC 엔진(왼쪽)은 실린더 헤드가, 닛산이 개발한 VC-T 엔진은 피스톤 헤드의 상사점이 조절되는 방식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엔진의 압축비는 고정값이었다. 압축비가 높을 때와 낮을 때의 장점을 하나의 엔진으로 고루 취해본 적이 없었단 얘기다. 물론 콘셉트 단계의 VCR 엔진은 있었다. 사브는 GM 산하에 있던 2000년 SVC라는 가변 압축비 엔진을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바 있다. 거의 상용화에 이르렀으나 제조 비용이 높아 양산되지 못했다. 프랑스의 MCE-5 개발(MCE-5 Development S.A.)이라는 회사도 상용화에 근접한 가변 압축비 엔진인 VCRi 엔진을 2009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발표한 적이 있었으나 양산 브랜드의 선택을 받진 못했다.

 

닛산이 이번에 개발한 VC-T 엔진은 커넥팅 로드의 끝에 마름모꼴 멀티링크를 달고 여기에 피스톤 헤드가 실린더 내에서 가장 높이 올라가는 부분인 상사점을 조절하는 액추에이터(Actuator)를 연결했다. 즉, 액추에이터로 멀티링크의 한쪽 끝을 올리고 내려 반대편 끝에 시소처럼 연결된 커넥팅 로드의 높이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닛산은 이미 2000년대부터 이런 방식을 연구해왔으나 마찰력이 증가해 회전 부품들이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웠고 내구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최근 이를 극복하고 양산화에 성공했다. 닛산은 “가변 압축비 엔진 개발에 20년이나 매달렸고 설계 및 기술 관련 특허만 300개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직렬 4기통 2리터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된 VC-T 엔진은 현재 3.5리터 V6 가솔린 엔진 급인 270마력과 37kg·m 전후의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효율은 3.5리터 V6 가솔린 엔진보다 약 27퍼센트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피니티의 제품 개발을 총괄하는 기니치 다누마 부사장은 “VC-T는 디젤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궁극적인 가솔린 엔진”이라며 “하이브리드 시스템 결합으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엔진은 2018년 발표될 인피니티 QX50에 최초로들어갈 예정이다. 닛산은 물론 르노의 모델에도 사용될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