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날씨 속에서 쾌적함을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차 안이다. 누가 처음으로 차 안에 에어컨을 달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선 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는 추석에 갑자기 생긴 해외 출장으로 성묘할 수 없을 것 같아 평소보다 이르게 조부모님의 산소를 찾았다. 평온한 토요일 오전, 용인 집에서 산소가 있는 분당 메모리얼 파크로 향했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여러 번 찾은 곳이라 이제는 길이 제법 익숙하다. 용인으로 이사 온 후로 거리도 가까워져 찾는 횟수가 더 늘었다.

이곳에서 산자락에 있는 차의 전기모터가 어떻게 반응할지 조금 기대됐다. 비포장도로에 가까운 포장도로와 15~20도 경사 구간을 지났다. e-트론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산 중턱까지 올랐다. 기대했던 것보다 쉽게 오르막을 올랐다. 성묘를 마치고 무더워 보이는 발아래의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산소 앞 돗자리를 편 곳은 숲이 우거져 있었다. 이따금 선선한 산바람이 불어와 섭씨 30도가 넘는 날씨의 숨을 죽였다.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작은아버지 묘지로 자리를 옮겼다. 작은아버지의 묘지는 나무 하나 없는 급경사에 있다.

이곳에 가려면 35도쯤으로 보이는 오르기 두려울 정도의 급경사를 지나 산꼭대기 바로 아래 차를 세우고 걸어 내려와야 한다. 이날은 워낙 더워 에어컨도 세게 틀었다. 급경사길 초입에 잠시 차를 세우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자신 있게 가속페달을 밟았다. 역시 모터에서 발휘되는 힘(102마력, 33.7kg·m)은 엔진의 그것과 매우 달랐다. 레드존으로 치닫는 엔진회전수 그리고 굉음에 가까운 소음도 없었다. 평지를 조금 천천히 달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을 때 비로소 전기모터의 힘을 가늠할 수 있었다. 전기모터가 내뿜는 출력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의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효율성과 친환경성도 자랑거리지만 즉각적인 반응과 극한 상황에서도 부족함 없는 힘은 감동적이다. 이렇게 e-트론의 또 다른 매력 하나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