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뉴욕 맨해튼에서 운전하면서 한 가지 인생의 깨달음을 얻은 게 있다. ‘기회가 왔을 때 가야 한다.’ 차가 워낙 많고 체증이 심해 한없이 배려심을 베풀다 보면 같은 자리에 몇십 분 동안 서 있을 때도 있다. 맨해튼은 서울보다 더 복잡하고 택시의 난폭운전도 심하다. 주차 요금도 시간당 20~30달러로 비싼 편이다. 뉴욕엔 주로 일본차와 한국차가 많다. 그중에서도 혼다 어코드가 많고 단독주택이 많은 뉴욕 외곽으로 나가면 테슬라도 많이 보인다. 사실 뉴욕은 지하철과 버스 등의 대중교통이 잘 발달해 있어 굳이 데일리카가 필요 없다. 롱아일랜드와 뉴저지를 오가는 기차도 편리하게 잘 마련됐다. 차가 있으면 오히려 체증과 주차로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다. 

한원태(뉴욕에서 6년째 공부 중인 대학원생)

혼다 어코드는 성능과 내구성이 좋아 패밀리 세단으로 손색없다.

 

독일 뮌헨

한국에서 인기 있는 수입 브랜드들이 이곳에선 국산차다. 그런데 한국과 달리 소형 해치백이 주를 이루고, 패밀리카로는 왜건이 인기다. 실용성을 큰 구매 요인으로 꼽는다. 뮌헨의 경찰차도 대부분 BMW 3시리즈 투어링이다. 뮌헨에선 차 등록을 기간에 따라 할 수 있다. 그러면 등록비와 보험료 등이 더 낮아져 차 운행을 더욱 유연하게 할 수 있다. 운전 중 양보를 할 때는 상향등을 켠다. 한국과 달리 독일에선 긍정적인 의미로 상향등을 사용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지정 차로 주행이다. 1차로는 언제나 추월 차로다. 길이 막힐 땐 모터사이클이 갈 수 있도록 1차로와 2차로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준다. 이런 배려들이 성숙한 자동차 문화를 만든다.
김윤하(뮌헨에서 2년째 살고 있는 회사원)

 

러시아 모스크바

포드 포커스, 다치아 로간, 폭스바겐 파사트 등이 인기다. 특히 포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170킬로미터 떨어진 칼루가(Kaluga)에는 러시아의 지역 특성에 맞게 차를 만드는 포드 공장이 있다. 이 공장은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모스크바 도로에서는 작고 실용적인 경차부터 럭셔리카까지 다양한 등급의 차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요즘엔 콜택시 앱이 유행이다. 거친 모스크바 택시기사와 승강이를 벌이기 싫다면 콜택시 앱을 이용하는 게 간편하다. 모스크바 시내의 교통 체증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래서 도시 외곽에서 시내로 들어올 땐 운전 에티켓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복운전 등 종종 시비가 붙는다. 시내에서는 차 이외에 지하철을 애용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점차 늘고 있는데 추운 날씨 때문에 주로 여름에만 탄다. 가끔 테슬라가 눈에 띄기도 한다. 테슬라는 이곳에서도 부의 상징이다. 러시아는 현재 유로5 기준에 맞춰 자동차 배출가스를 통제하고 있는데, 모스크바 시내로 들어오는 차에 한해 곧 규제가 강화될 조짐이 보인다.  

오시포프 미하일(러시아에서 나고 자란 경제학자)

 

 

캐나다 토론토

세계에서 가장 긴 도로인 ‘영(Yonge) 스트리트’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도로에 금융가, 던다스, 요크빌, 에글링턴, 노스욕 등 토론토의 유명한 곳이 다 모여 있다. 차가 없으면 굉장히 불편하다. 그래서 고등학생부터 운전할 정도로 차가 생활필수품이다. 인기 차종은 혼다 시빅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연비도 좋아 모든 연령층에서 선호한다. 그리고 친환경차의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캐나다에 보급된 친환경차는 20만 대가 넘는다. 그중 토론토는 캐나다에서도 가장 많은 친환경차를 보유한 도시로 손꼽힌다. 날씨가 추워 내구성이 강한 SUV나 미니밴도 선호한다. 

안휘승(최근까지 12년 동안 토론토에 살았던 잡지 에디터) 

 

일본 도쿄

장담컨대 아무리 야생마 같은 기질의 드라이버도 도쿄에서 1년만 운전하면 순한 양이 될 것이다. 제한속도가 낮은 편이고 무엇보다 시민의 교통 의식 수준이 상당히 높다. 현재 도쿄에선 토요타 프리우스 같은 하이브리드 차가 유행이다. 전기차와 수소차도 있지만 인프라 부족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이브리드 차는 비용 면에서도 소비자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사실 도쿄에서의 이동 수단은 전철만 한 게 없다. 시내의 웬만한 목적지는 전철로 이동하는 것이 금전적, 시간적으로 이득이다. 택시의 기본료는 730엔부터 시작하고 미터기가 올라가는 속도도 무시무시하다. 도로가 좁고 세세한 갈림길이 많아 내비게이션은 필수다. 주차 요금도 비싸다. 자기 소유의 단독주택 주차장이 아닌 이상 매월 주차 요금을 내야 한다. 다세대 맨션과 아파트에 살아도 개별적으로 주차장을 계약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월 3만5000엔 정도지만 비싼 곳은 5만 엔을 훌쩍 넘기도 한다. 도쿄에서 차를 갖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현욱(도쿄에서 12년 거주한 시스템 엔지니어)

 

중국 베이징

여기에선 엘란트라라고 부르는 현대 아반떼 XD가 많다. 베이징 택시의 40퍼센트가 바로 이 차다. 그 이외엔 폭스바겐이 주를 이룬다. 폭스바겐은 1984년부터 중국만을 위한 차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요즘엔 고급차를 모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 빨간 테슬라를 몰고 출근하는 젊은 여성 혹은 메르세데스 벤츠 G 클래스를 몰고 마트에 가는 중년 여성이 늘고 있다. 번호판 추첨이 ‘하늘의 별 따기’여서 전기차가 많이 늘고 있다. 전기차 번호판은 신청하면 거의 바로 나온다. 이에 비해 내연기관차는 5년째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어렵다. 그래서 새로운 이동 수단으로 전동 스쿠터가 큰 인기다. 무엇보다 중국 자체 브랜드 차가 많아지고 있는데 수가 워낙 많아 보고 또 봐도 언제나 새롭다.

자동차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운전 문화는 한국에 비해 20년은 늦다. 베이징에서 운전할 땐 항상 ‘상상 그 이상’을 생각해야 한다. 역주행과 보복운전은 비일비재하며 고속도로에서 길이 막히면 갓길 주행은 당연시된다. 인도로 차가 쌩쌩 달리며 경적은 운전 내내 BGM이다. 도시지만 가끔 소나 말, 양 떼가 도로를 질주할 때도 있다. 제발 이 상황이 거짓말이길 바라는 순간이 연이어 발생한다. 김영일(중국 생활 10년째인 회사원)

 

 

호주 브리즈번

땅이 넓어서 어디를 가려면 차가 꼭 필요하다. 브리즈번은 한국보다 도로가 넓고 차가 많지 않아 운전하기 어렵지 않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도로가 더 한산하다. 대부분 양보를 잘 해주고 급하게 운전하지 않는다. ‘차보단 사람이 먼저’라는 인식이 강해서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도 늘 차가 먼저 양보한다. 거리에 나가면 전 세계의 차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문화도 다양하다. 아주 오래된 클래식카를 20대가 운전하기도 하고, 백발의 노인이 최신 스포츠카를 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처음엔 그 모습이 낯설었지만 지금은 익숙하다. 브리즈번에는 토요타 코롤라 등의 일본차가 많다. 모델도 다양하고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으며 부품 공급망이 좋아 수리도 빠르다.
김윤미(브리즈번에서 5년 6개월 거주한 주부)

 

 

프랑스 파리

작고 오래된 차가 많다. 푸조 208이나 시트로엥 C3, 커봤자 308이나 C4 정도다. 충전 인프라가 늘어 전기차도 많아졌다. 파리 거리를 걷다 보면 ‘오토립(Autolib)’이라는 전기차 충전 및 셰어 공간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파리는 골목길이 많아 주차가 골칫거리다. 그래서인지 최근엔 전기 자전거와 모터사이클 이용자가 많아지고 있다. 

파리에서 운전할 때 조심할 것은 덩치가 작은 순서대로 통행 우선권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킥보드, 자전거, 모터사이클, 자동차 순이다. 그리고 좌회전이 비보호이기 때문에 마주 오는 차가 멀리 있을 때 좌회전을 하고 우회전은 신호가 켜졌을 때 할 수 있다.  

정둘리(파리에 5년째 거주 중인 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