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계의 샤넬'이라 불리는 치약, 총천연색 원석 모양의 비누, 200년 역사를 지닌 프랑스 부티크 브랜드의 성냥, 한 장에 3만~4만원을 웃도는 수건…. 요즘 SNS상에서 종종 눈에 띄는 이런 아이템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좀처럼 비싼 돈을 들이지 않던 사소한 아이템이 이야기와 디자인이라는 옷을 입은 뒤 세상에 속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누가 그걸 사겠냐”고 비웃음과 지탄을 받았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일명 힙스터를 필두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입소문 창구인 SNS를 타고 뜨거운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의 인기라고 하기에는 그 경향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우리는 이를 ‘사소한 사치‘라고 부르기로 한다.
사실 ‘Small Luxury’, 한국말로 ‘작은 사치’라는 말은 세상에 나온 지 꽤 됐다. 불황에 립스틱이나 향수 같은 사소한 품목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경제 용어다. 큰 소비를 할 수 없으니 작은 소비를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3~4년 전부터 프리미엄 김밥이나 물 건너온 프리미엄 디저트가 폭발적 인기를 누린 건 음식 버전의 작은 사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목격하는 스몰 럭셔리의 경향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복잡다양해지고 있다. 금방 쓰고 버리는 비누나 치약, 하다못해 수세미와 때수건에 평균 가격보다 열 배가 넘는 돈을 들이는 것이 단지 소비 당시의 만족감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여기엔 분명 (굳이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곳에) 과감한 소비를 하는 이유와 맥락이 존재한다. 바로 ‘취향’의 문제다.
하물며 평양냉면을 탐미하는 일마저 취향 좋은 준미식가로 치부되는 이 시대에 프랑스 명품 성냥으로 담뱃불을 붙이고 몇 만원대의 치약으로 이를 닦는 일은 얼마나 근사한가? 수준 높은 취향을 지닌 이가 많아진 만큼 취향을 인정받고 싶은 사람도 늘었다. 다행히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서 자신의 뛰어난 안목을 드러내는 일은 너무나 간단해졌다. 사진을 찍고 업로드 한다. 여기에 약간의 해시태그를 더한다면 금상첨화. 이에 뒤따르는 ‘좋아요’의 수는 현대인을 더욱 취향 좋은 사람이 되도록 종용하는 채찍질과도 같다. 희소할수록, 장인 정신이 깃들어 있을수록 가치는 더 높이 인정받는다.
최근의 트렌드를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경제 용어가 몇 가지 더 늘었다. 특정 몇 가지 물건에 사치를 부리는 사람을 이르는 ‘로케팅족(단어 ‘Rocketing’에서 유래한 신조어다)’, 편한 삶을 위해 고가의 소비도 마다하지 않는 싱글을 이르는 ‘포미(For me)’ 등. 그러나 여전히 사치라는 말은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을 쓰거나 분수에 지나친 생활을 함’이라는 사전적 의미 때문인지 비합리적인 소비 행태로 간주되고 있다. 취향을 반영한 선택과 집중의 소비는 과연 비합리적일까? 사소한 사치를 온전히 ‘사치’로 볼 것인지, ‘가치’로 볼 것인지는 더 깊이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 IRIS HANTVERK by GURM by H |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스웨덴 브러시 브랜드의 테이블 브러시 세트. 5만6000원.

2 BULY 1803 | 불을 붙이는 순간 공기 중에 낭만적인 향을 내뿜는 레 알루메 퍼푸메 성냥. 2만5000원.
 

1 RUCIPELLO | 제주 청정 지역의 해양 추출물로 만든 치약 9800원. 여행용 가격 미정.

2 ODEME by IZOLA | 간결한 디자인과 컬러로 멋을 낸 브러시 세트. 2만1000원.

1 COOL ENOUGH STUDIO | 옷이 걸려 있지 않아도 자체로 멋진 행어. 1만5000원.

2 IRIS HANTVERK by GURM by H | 혼합 섬유와 짜임이 가는 염소모로 만들어 피부 자극이 적은 워싱 미트. 2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