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6~2016 BMW

2016년 3월 7일은 BMW가 사업을 등록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1913년 3월 7일 칼 프리드리히 라프가 독일 공군에 엔진을 납품하기 위해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 ‘라프 모토렌 베르케(Rapp Motoren Werke)’를 세웠다. 하지만 이 회사는 3년도 안 돼 경영 위기에 처하고 1916년 오스트리아 태생 엔지니어 프란츠 요세프 포프와 그의 동업자 막스 프리츠에게 넘어갔다. 이들은 1년 후 회사 이름을 지금의 BMW인 ‘바이에른 자동차 제작소(Bayerische Motoren Werke)’로 바꿨다. BMW가 이토록 중요한 날을 그냥 보낼 리 없다. 이들은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독일 뮌헨의 올림픽 홀을 통째로 빌리고, 이름 좀 날린다는 유명인사 2000여 명을 초청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입체적인 멀티미디어 쇼로 BMW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을 보여주고, BMW가 거느리고 있는 다양한 브랜드와 차를 소개했다. 100주년 기념 모델인 비전 넥스트 100도 이때 선보였다. 이 거창한 행사는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3만3000여 명의 BMW 본사 직원들은 2006년 독일 월드컵 개막전이 열렸던 알리안츠 아레나에 모여 행사를 지켜봤다. 

 

BMW의 100주년 기념 이벤트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 6월 16일 BMW는 영국 런던에서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미니와 롤스로이스의 100주년 기념 모델을 공개했다. 미니 비전 넥스트 100과 롤스로이스 비전 넥스트 100이다. 양쪽으로 열리는 슬라이딩 도어를 단 미니 비전 넥스트 100은 운전자가 다가가면 웰컴 라이트를 발아래 쏘고, 이름을 불러 운전자를 반긴다. 도어도 스스로 연다. 그리고 운전자의 정보를 분석해 스티어링휠과 시트의 위치를 조정하고, 인테리어를 운전자의 취향에 맞게 바꾼다. 은색으로 보디를 칠한 이유는 캔버스처럼 원하는 색이나 무늬를 넣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자율주행차지만 운전자가 직접 운전할 수 있도록 스티어링휠과 가속페달, 브레이크 페달은 남겨놨다. 

 

밖으로 튀어나온 네모난 휠하우스 안에 네 개의 바퀴가 있는 독특한 모양의 롤스로이스 비전 넥스트 100은 롤스로이스가 추구하는 진정한 럭셔리의 끝을 보여준다. 가장 럭셔리한 여행은 직접 운전대를 쥐는 게 아니라 시트에 느긋하게 앉아 주변을 보며 달리는 것이라는 뜻에서 스티어링휠과 가속페달, 브레이크 페달을 없애 운전자가 직접 운전할 수 없도록 했다. 앞바퀴 뒤쪽 아래에는 여행용 트롤리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는데 롤스로이스의 두 창업자인 찰스 롤스와 헨리 로이스의 이름을 새긴 가죽 트롤리를 실었다. 이 공간은 차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열리도록 설계됐다. 

 

BMW는 지난 6월 25일 열린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설치미술가 제리 주다가 만든 거대한 100주년 기념 조형물을 공개하기도 했다. 역동적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휘어진 철제 구조물 끝에 BMW의 경주차를 올렸다. 이들은 M 배지를 단 BMW 모델을 잔디밭에 세우고, 뒤뜰에는 BMW 아트카를 전시해 행사에 온 사람들이 어디에서건 BMW를 볼 수 있도록 했다. BMW의 떠들썩한 100주년 행사에 메르세데스 벤츠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검은 바탕에 BMW를 상징하는 키드니 그릴이 큼직하게 자리한 영상 아래에는 이런 메시지가 있었다. ‘100년 동안의 경쟁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당신이 없던 이전 30년은 좀 지루했거든요.’ 

 

 

 

1903~2003 FORD

포드는 2002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GT40 콘셉트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듬해에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창립 100주년을 축하한다며 석 대의 GT40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GT 40은 1966년에 열린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에서 1~3위를 석권한 후 4년 연속 르망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포드의 자랑스러운 모델이다. 포드도 화끈한 고성능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세계에 알린 모델이기도 하다. 당시 포드의 회장을 맡고 있던 빌 포드 주니어는 노란색 GT40 앞에서 엄지를 치켜 올리며 사진을 찍었다. 

 

2003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포드는 거대한 회사 규모를 자랑하는 것으로 100년을 축하했다. 1만400제곱미터에 달하는 드넓은 부스에 포드와 링컨, 머큐리, 마쓰다, 볼보, 재규어, 랜드로버, 애스턴마틴의 94개 모델을 전시한 거다. 이들은 모터쇼 기간인 1월 5일 디트로이트의 코보 아레나에서 100주년 기념행사를 갖고 비전과 사업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6월 12〜16일에는 본사가 있는 디어본에서 대규모 축제를 벌였다. 이에 앞서 포드의 역사적인 모델로 꼽히는 모델 T 여섯 대도 새로 만들었다. 250여 명의 엔지니어가 오리지널 모델과 같은 부품만을 사용해 2년 동안 만든 모델이다. 모델 T는 이후 굿우드 페스티벌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포드의 100주년을 축하했다. 2011 굿우드 페스티벌에서는 포드 영국의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퍼레이드를 벌이기도 했다.

 

 

1913~2013 ASTON MARTIN

애스턴마틴의 100주년 기념행사는 어느 브랜드보다 화끈했다. 두바이에 있는 버즈 알 아랍 호텔 옥상의 헬리콥터 착륙장에 뱅퀴시를 올리기로 한 거다. 300미터가 넘는 호텔 옥상에 차를 올린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13년 1월 17일, 이 진귀한 장면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호텔 주변에 모여들었고 새빨간 뱅퀴시는 두바이 하늘을 날아 버즈 알 아랍 호텔에 무사히 착륙했다. 7월에는 5만여 명의 애스턴마틴 오너와 팬이 모인 가운데 영국 런던의 켄싱턴 가든에서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애스턴마틴의 역사적인 모델을 비롯해 최근의 화끈한 모델까지 전시된 이 행사에서 사람들은 차를 구경하고, 콘서트를 즐기고, 불꽃놀이를 관람했다. 

 

애스턴마틴은 100년을 축하하기 위해 V8 밴티지와 DB9, 래피드와 뱅퀴시의 100주년 기념 모델도 출시했다.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레이스가 열린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100주년 기념 모델인 CC100 스피드스터 콘셉트도 공개했다. 1957~59년 뉘르부르크링 1000킬로미터 레이스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DBR1에서 모티프를 딴 이 차는 지붕을 없애고 옆구리도 시원하게 팠다. 보닛에는 ‘100’이라는 숫자도 크게 새겼다. 애스턴마틴은 11월 전시를 마지막으로 100주년 기념행사를 마무리했다. 제임스 본드 탄생 50주년 기념작을 그리기도 한 영국 화가 제임스 하트 다이크는 애스턴마틴의 다양한 모습을 화폭에 담았고, 150여 명의 사람들이 런던에 있는 애스턴마틴 쇼케이스에서 그의 그림을 감상했다.

 

 

 

1914~2014 MASERATI

2014년은 마세라티가 창립 100주년을 맞는 해였다. 마세라티는 100주년을 맞기 1년 전인 2013년 12월부터 축하를 준비했다. 100주년 기념 로고를 공개하고, 100주년을 축하하는 웹사이트(www.maserati100.com)를 연 거다. 그리고 이들은 2014년 3월에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 창립자의 이름을 딴 100주년 기념 모델 알피에리 콘셉트를 공개했다. 2+2 쿠페 형태의 이 모델은 1954년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A6 GCS-53의 디자인을 이어받았다. 볼륨 넘치는 보디라인과 세로로 바를 댄 프런트 그릴, 길고 낮은 노즈가 A6 GCS-53을 빼닮았다. 브레이크 캘리퍼와 프런트 그릴, 에어 덕트와 테일파이프에는 마세라티를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알피에리 콘셉트는 마세라티 100년의 영광과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몇 년 안에 이 차가 양산될 거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차와 매우 비슷한 모델을 내놓을 것만은 확실합니다.” FCA 그룹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로렌조 라마치오티의 말이다. 

마세라티는 이날 2013 프랑크푸르트에서 공개한 콰트로포르테 에르메네질도 제냐도 선보였다.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손잡고 만든 이 모델은 100대만 생산하기로 한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제냐에서 개발한 실크 소재 시트를 달고, 제냐의 패브릭과 가죽을 적절히 섞은 소재로 실내를 장식했다. 센터콘솔에는 제냐의 레이블도 박았다. 2014 제네바 모터쇼의 마세라티 부스는 100주년을 축하하는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마세라티가 가장 떠들썩하게 100주년 기념행사를 연 건 2014 실버스톤 클래식에서다. 7월 25~27일 영국의 실버스톤 서킷에서 열린 이 클래식카 행사에 200대가 넘는 마세라티가 모여 퍼레이드를 벌였다. 행사장 한쪽에는 진귀한 클래식카도 전시했다. 전설적인 레이서 스털링 모스는 새빨간 250F를 타고 행사에 참석했다.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티포 61 버드케이지와 3500GT 그리고 오직 한 대만 생산한 MC12 굿우드 센트 100도 행사에 참석했다. 퍼레이드에 재미를 붙인 마세라티는 이 여세를 몰아 9월 17일부터 4일 동안 200여 대의 마세라티로 모데나에서 토리노까지 달리는 행사도 열었다. 모데나는 마세라티가 태어난 곳이고 토리노는 가장 최근에 마세라티의 공장이 들어선 곳이다. 2014년 마세라티는 전 세계에서 약 3만6500대를 팔아 브랜드 역사상 가장 높은 연간 판매기록을 달성했다. 기억에 남을 100년이 아닐 수 없다.

 

 

1910~2010  ALFA ROMEO

2010 제네바 모터쇼에서 이탈리아의 디자인 하우스 베르토네가 독특한 디자인의 콘셉트 모델을 선보였다. SF 영화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이 차는 앞바퀴 바로 뒤에서 뒷바퀴 뒤쪽까지 길게 이어진 도어가 두 팔을 위로 쭉 치켜 올린 것처럼 열렸는데 높이가 무려 3.6미터에 달했다.  판디온이라고 이름 붙은 이 모델은 베르토네가 알파로메오의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모델이다. 줄리아를 비롯해 알파로메오의 여러 모델을 디자인한 베르토네가 특별한 축하 선물을 마련한 셈이다. 알파로메오는 이날 55년 만에 부활한 3세대 줄리에타도 공개했다. 베르토네가 아닌, 알파로메오의 스타일 센터에서 디자인한 새로운 줄리에타는 5도어 해치백 형태로 모습은 달라졌지만 역삼각형 그릴은 그대로 챙겼다. 

 

알파로메오 역시 2010년 한 해 동안 10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를 곳곳에서 열었다. 6월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피에라밀라노 박람회장 남문 앞에 디스코 볼란테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세우고, 7월에는 영국 굿우드 페스티벌에 100주년을 기념하는 거대 조형물을 세웠다. 이 페스티벌에서 알파 P2 그랑프리 레이스카를 비롯한 역사적인 모델이 힐클라임 경주에 참가해 100주년을 축하했다. 그리고 다음 달인 8월에는 박물관에 고이 모셔둔 일곱 대의 귀한 알파로메오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 보냈다. 축하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11월이었다. 런던 첼시의 옥외 광고판에 ‘We Are Giulietta’라고 쓴 거대한 포토 모자이크를 전시한 거다. 7개월 동안 알파로메오 오너와 팬이 보낸 수천 장의 사진을 모아 완성한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1886~1986 MERCEDES-BENZ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메르세데스 벤츠는 올해로 창립 130주년을 맞았다. 그러니까 벤츠가 100주년을 기념한 건 30년 전인 1986년이다. 이들은 100년을 축하하기 위해 다임러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역사를 담은 책을 발간했다. 첫 번째 장에는 고틀리프 다임러와 카를 벤츠가 자동차 역사의 초창기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잘 실려 있다. 조금 특별한 건 이 책이 종이로 만든 게 아니라 e북이라는 점이다. 내용은 물론 사진도 무료로 보고, 카피할 수 있다. 

 

벤츠는 2009년 세 꼭지 별 로고의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한 CL 쿠페를 선보이기도 했다. AMG 스포츠 패키지가 기본으로 적용된 이 모델은 새로운 범퍼와 스테인리스 스틸 배기파이프, 손으로 바느질한 아닐린 가죽 시트를 달았다. 휠은 AMG에서 제작한 20인치 휠을 신었다. 센터콘솔에는 과거에 쓰이던 벤츠의 금빛 로고를 박았다. 벤츠는 100년을 넘어 125주년을 축하하는 행사를 떠들썩하게 치렀다. 전설적인 레이서 후안 마누엘 판지오의 탄생 100주년과 벤츠 설립 1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11 굿우드 리바이벌에서 1950년대 모터스포츠를 주름잡던 300 SLR과 W196 R로 힐클라임 경주에 참가했다. 이 차의 운전대는 역시 전설적인 레이서인 한스 헤르만과 스털링 모스가 잡았다. 한편, 2011년 5월 10일~9월 25일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에서는 벤츠의 역사를 보여주는 다임러 아트 컬렉션이 열려 자동차와 250점 이상의 작품이 전시됐다. 수백 점의 작품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앤디 워홀이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모티프로 작업한 실크스크린 작품이었다. 

 

 

1909~2009 AUDI

2009년은 아우구스트 호르히가 아우디의 전신인 아우디 아우토모빌베르케를 세운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아우디는 이를 축하하기 위해 독일 잉골슈타트에 있는 아우디 박물관에서 특별한 행사를 열기로 계획했다. 아우디의 귀한 클래식 모델을 전시하는 행사 말이다. 이들은 유럽 전역에 있는 클래식 모델을 수소문해 13대를 모았다. 그리고 3월 11일~7월 16일까지 박물관에 전시했다. 이 중에는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아우디 모델인 1911 아우디 타입 A도 있었다. 아우디는 1935년에 단 두 대만 제작한 225 프런트 스페셜 로드스터는 끝내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이 모델은 새로 만들기로 했다. 오리지널 섀시를 제작하고, 사진을 수만 번 이상 보면서 땀을 흘린 결과 과거 모델과 똑같은 차가 만들어졌다.  

 

아우디는 굿우드 페스티벌에 높이 32미터, 무게 44톤에 달하는 거대한 조형물도 세웠다. 설치미술가 제리 주다의 작품이었다. 제리 주다는 “한쪽 끝에는 아우디의 최신 스포츠카인 R8을, 다른 쪽 끝에는 클래식 경주차를 매달아 아우디의 과거와 현재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말했다. 100주년인데 기념행사도 거를 순 없다. 2009년 7월 16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개막 행사가 시작됐다. 각종 음악 콘서트와 카퍼레이드 등으로 구성된 이 행사는 2주 동안 계속됐다. 독특한 건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축구대회를 연 거다. 8월 5~6일 뮌헨에 있는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레알 마드리드, AC 밀란과 토트넘을 초청해 아우디 컵이라는 이름의 경기가 치러졌다. 아우디 컵은 이후 2년마다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