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 스리'는 누구?

CAR&TECH '넘버 스리'는 누구?

BMW 3시리즈와 메르세데스 벤츠 C 클래스가 꽉 잡고 있는 수입 콤팩트 세단 시장에서 누가 ‘넘버 스리’가 될 수 있을까?

2016.08.03

고급스러운 실내 시승차로 2.0리터 휘발유 모델이 아닌 3.0리터 슈퍼차저 모델을 가져온 건 반칙이다. 석 대 중 가장 옵션이 풍성하고, 실내도 고급스럽다. 나, 3.0 S야! XE S는 340마력을 내는 3.0리터 슈퍼차저 엔진을 얹고, 새빨간 재규어 로고를 박은 18인치 휠을 신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고급스러운 스포츠 드라이빙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재규어 혈통의 XE가 물려받은 장점이다.

상반기 성적은 이미 넘버 3
<모터 트렌드> 2015년 12월호 ‘누구나 탐내는 스포츠 세단’ 기사를 위해 3시리즈, C 클래스와 함께 XE를 살펴본 적이 있다. 스포츠 세단이라는 구분이 조금 모호하기는 하지만 XE는 충분히 그 카테고리에서 나머지 차들과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는 성격의 차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3시리즈와 C 클래스가 국내 수입 콤팩트 세단 시장에서 1위와 2위를 나눠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시장에서 스포츠 세단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 먹힌다는 게 아닐까?
하지만 그런 생각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점쳐보는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고, 뛰어넘을 수 없는 벽 같은 것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동급 시장에서 XE가 차지할 자리는 일단 그들 뒤로부터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여기서 정말 궁금한 건 포디엄에 설 곳은 세 자리뿐인데 그중 한 자리를 XE가 차지할 수 있을지다. 해답은 XE의 강점과 약점을 짚어보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XE는 비교적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모델 치고 선택의 폭이 제법 넓은 편이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을 만한 2.0리터 디젤 모델에 다양한 트림이 있고, 대안으로 2.0리터 휘발유 모델과 3.0리터 V6 슈퍼차저 엔진을 얹은 고성능 S 모델도 있다. 경제성에서 성능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시킬 여러 대안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 정도면 웬만한 동급 독일 브랜드 차 못지않은 포트폴리오다. 가격대도 경쟁을 의식한 흔적이 뚜렷이 보인다. 착한 가격은 아니지만 경쟁 모델보다 조금 더 풍부한 편의장비와 딜러 할인을 감안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4도어 쿠페라 해도 좋을 정도로 날렵한 겉모습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직관적인 장비 등 실내 구성도 좋은 편이다.
모든 강점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재규어의 색깔이 살아 있는 주행감각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차라면 대부분 주행감각에 안정감과 정교함이 각자의 색깔로 표현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재규어처럼 여러 특성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차를 만나기는 정말 어렵다. 핸들링은 안정적이면서도 무겁지 않고 움직임이 가벼우면서도 세련미가 느껴진다. 스티어링은 정확하면서도 날이 서 있지 않아 부드럽다. 여기에 더해 승차감은 침착하고 나긋나긋하다. 누가 몰아도 부담스럽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고급스러운 스포츠 드라이빙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재규어 혈통의 XE가 물려받은 장점이다. 운전자 관점에서 본다면 XE는 재규어의 세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사람에게 ‘재규어의 색깔은 이런 것’임을 제대로 알려준다.
XE의 문제는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나라 시장에서 많이 팔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데서 시작한다. 낮고 날렵한 스타일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XE는 뼈대부터 운전자 중심의 스포츠 세단을 지향한다. 달리 말하면 실내 공간을 앞좌석 중심으로 구성해 뒷좌석이 상대적으로 답답하다. 시트가 낮게 자리 잡았지만 천장이 낮고, 등받이를 기울였지만 부드럽게 떨어지는 지붕선과 뒤 유리 때문에 머리 공간 여유가 적다. 편의장비나 기능은 아쉽지 않게 갖췄지만 전반적인 거주성이 떨어지는 건 분명 두드러지는 약점이다.

재규어다운 주행감각도 양날의 칼이라 할 수 있다. 탁월한 세련미와 감각적인 움직임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자극적인 면이 없다. 차를 좋아하고 운전에 몰입하며 움직임을 감각적으로 느끼는 데서 즐거움을 얻는 사람이 아닌 이상, XE의 장점은 묻힐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에서도 그런 성격이 드러난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주력이라 할 2.0리터 인제니움 디젤 엔진은 좋기는 하지만 딱히 비교우위를 내세울 만한 특성이 없다. 승차감도 전반적으로는 훌륭하지만,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하체에서 올라오는 잔 진동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디젤 모델과 휘발유 모델 모두 완전히 걸러지지 않는다.
그 밖의 약점들도 무시할 수는 없다. 반응이 더딘 터치스크린이나 어느 순간 먹통이 되는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 신뢰성이 떨어지는 전자장비는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차 이외의 요소를 살피면 상대적으로 부족한 딜러와 서비스 네트워크는 물론이고, 재규어라는 브랜드도 이미지와 인지도 면에서는 열세다. 어느 쪽이든 개선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판매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요소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XE가 선전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던 X 타입과 비교하면 그동안 접근하지 못한 시장에 뿌리를 내린다는 최소한의 임무는 잘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국내 시장은 XE에게 무척 험난한 전쟁터다. XE의 약점 대부분은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고, 차 이외의 요소들은 더욱 그렇다. 쟁쟁한 경쟁자의 뒤를 이어 ‘넘버 3’ 자리에 올라서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XE가 ‘넘버 3’ 자리를 넘볼 수 있으려면 다른 노선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XE에 어떤 캐릭터를 부여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XE는 강자들과 직접 경쟁하기보다 강한 개성으로 마니아를 확보하는 틈새 캐릭터가 어울린다. 예를 들어 영국식 우아함을 지닌 운전자 중심 스포츠 세단이라는 성격을 강렬하게 내세우고, 그런 특성을 설득력 있게 알릴 수 있는 전문가를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강한 펀치 한 방으로 뭔가 큰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여러 차례 잽을 날리며 기회를 엿보는 것이 XE에 알맞은 전략이라는 생각이다. A4가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SPECIFICATION

새로운 심장을 얹고 신형 A4 45 TFS1는 252마력으로 출력이 조금 오른 2.0리터 휘발유 엔진을 얹는다. 디젤 모델은 인증이 지연되면서 판매를 못하고 있다. 세련된 실내 새로운 A4는 버추얼 콕핏을 달았다. 센터페시아 위에 달린 모니터는 여전히 터치가 되지 않지만 화면이 한층 선명하다.

지금은 3등도 아슬아슬하지만 2009년 이전만 해도 이 세그먼트의 왕은 A4였다.

넘버 3도 아슬아슬하다
과거에 비해 수입차가 많이 대중화되면서 해치백이나 쿠페 등 다양한 보디 형태가 팔리고 있지만 역시 주력은 3박스 형태의 세단이다. 판매량에서 선두를 다투는 벤츠나 BMW의 엔트리 모델도 사실상 C 클래스와 3시리즈가 맡고 있다. 이들은 디젤과 휘발유를 넘나드는 엔진부터 뒷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은 물론 고성능 버전까지 말 그대로 다양한 메뉴를 늘어놓아 사람들을 유혹한다. 둘의 아성이 워낙 단단하다 보니 도전장을 내미는 차들은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나 아우디 A4는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지금은 어쩌다 ‘넘버 3’ 자리를 놓고 다투는 입장이지만 2009년 이전만 해도 이 세그먼트의 왕은 A4였다. 당시 연간 2000대를 살짝 넘긴, 지난해 3시리즈의 9000대 가까운 판매량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긴 했지만 그래도 선두는 선두였다. 하지만 2010년과 2011년에 C 클래스에 밀렸고, 2012년부터는 3시리즈가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가는 바람에 2등으로, 그리고 3등으로 내려앉아야 했다. 휘발유 모델만 비교해도 2013년부터 3등으로 내려앉았다. 마지막 불꽃을 피운 지난해 4900대를 팔아 나름 선전했지만 선두와는 거리가 멀었다.
새로운 A4는 1972년의 아우디 80부터 시작해 지금 9세대가 된다. 신형이 되면서 2.0 TFSI 엔진은 220마력에서 252마력으로 출력이 올랐고, 복합연비도 리터당 10.0킬로미터에서 11.6킬로미터로 올랐다. 7단 S트로닉 듀얼 클러치 변속기로 네 바퀴를 굴린다. 뒷바퀴굴림이 주력인 벤츠나 BMW에 비해 아우디의 자랑인 콰트로를 기본으로 갖춘 건 좋은 일이다. 단순히 겨울철이나 좋지 않은 노면에서의 주행 안정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서스펜션이 더해져 경쾌한 달리기 성능을 보이기 때문이다. 앞뒤 40대 60을 기본으로 앞으로 최대 70퍼센트, 뒤로는 85퍼센트까지 적극적으로 동력을 나누는 콰트로는 토크 벡터링과 맞물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더욱 날카롭게 코너 안쪽으로 파고든다.
구형에 비해 실내 공간이 조금 커졌는데 24밀리미터 늘었다는 앞좌석 머리 공간과 23밀리미터 늘어난 뒷좌석 무릎 공간이 제법 크게 느껴진다. 사실 구형도 동급에서는 실내 공간이 가장 넓은 쪽에 속했는데 지금의 3시리즈가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좁게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아우디는 경쟁 모델 대비 가장 넓은 실내라고 하지만 솔직히 ‘확실하게 더 넓다’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물론 XE와 비교하면 광활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실내에 들어서면 12.3인치 버추얼 콕핏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평범(?)한 콤팩트 세단인 A4에 버추얼 콕핏을 적용한 건 꽤 의미가 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떠오르게 하는 것은 물론 경쟁 모델에 대비한 ‘한 방’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런 첨단 계기반을 재규어는 최상급 모델인 XJ부터 사용했고 중형급인 신형 XF에서나 볼 수 있는 옵션이다. A4는 나아가 헤드라이트는 물론 실내등 하나까지 모두 LED를 사용해 동급에서도 높은 상품성을 가지게 됐다. 시장에 가장 늦게 나온 신형이다 보니 장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넘버 3’가 되기엔 경쟁자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조금 밋밋하게 느껴지는 겉모습부터 그렇다. 이걸 클래식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C 클래스의 화려함과 브랜드를 관통하는 일관성 앞에서 장점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싱글 프레임 그릴과 직선으로 뻗은 옆 라인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가장 ‘예쁜’ 차여서 선택했던 고객들에게는 갑자기 어른스러워진 A4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디젤 모델의 부재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폭스바겐 디젤 사태 때문에 아우디의 구형 디젤 모델에는 판매 중지 처분이 내려졌고 신형은 인증이 지연되고 있다. 3시리즈의 경우 판매 모델의 10퍼센트를 넘는 정도만 휘발유이고, C 클래스가 그나마 휘발유 비중이 높아 30퍼센트 정도지만, 아우디는 전체 판매량의 4퍼센트 정도만 휘발유 모델이다. 아무리 휘발유 값이 떨어졌다고 해도 디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브랜드였기 때문에 극단으로 흘러가는 지금의 사태는 ‘넘버 3’ 등극은커녕 신차 효과마저 날려버릴지 모른다. 가능한 한 빨리 안정되고, 주력이라 할 수 있는 2.0 디젤과 콰트로가 결합된 차가 나올 때까지 진정한 승부는 미룰 수밖에 없다.
또 하나 문제로 지적하고 싶은 건 판매망의 피로감이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디젤 관련 뉴스는 소비자는 물론이고 영업사원과 딜러사까지 계속 흔들어댔다. 인증 취소와 판매 중지 처분이 내려진 차 가운데 아우디의 주력 모델이 많진 않지만, 결국 이런 이야기를 반복해 들어온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안하다’로 결론 내릴 것이고, 설득에 지친 영업사원이 떠난 딜러는 당장 수익 악화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살 사람과 팔 사람이 없다면 모든 것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신형 A4는 확실히 좋아졌다. 더 넓어진 실내와 숙성도 높아진 파워트레인, LED 라이트와 추돌 방지 기능까지 챙긴 안전 장비, 그리고 다른 회사 모델과 비교해도 꽤 경쟁력 있는 가격까지 많은 것을 갖췄다. 하지만 밋밋한 디자인과 디젤 엔진의 부재, 폭스바겐 그룹에 밀어닥친 파도가 너무 거칠다. ‘넘버 3’로의 길은 아직도 험난한데 안개까지 끼어 있어 방향도 잘 보이지 않는다.

SPECIFICATION

인상적인 휠과 엔진 강인한 디자인으로 승부하려는 ATS는 불꽃이 이글거리는 것 같은 휠을 신었다. 2.0리터 터보 엔진은 272마력을 뽑아낸다.

강인하고 남성적인 캐딜락의 디자인은 이제 캐딜락의 디자인 DNA로 자리 잡았다.

아직 멀었지만 실력은 출중하다
우리 좀 솔직하자. 캐딜락 ATS는 ‘넘버 3’ 자리를 넘보기엔 아직 멀었다. 지난해 고작 219대를 팔았다. 8000대를 넘긴 3시리즈 세단이나 8000대 가깝게 팔린 C 클래스 세단, 5000여 대 팔린 A4와 비교한다는 게 미안할 정도다. 오늘 나온 석 대의 세단 가운데 두 번째로 적게 팔린 XE도 ATS의 거의 다섯 배인 1000대가 팔렸다. 심지어는 222대가 팔린 벤틀리 플라잉스퍼보다 판매량이 적다. 포르쉐에도 ATS보다 적게 팔린 모델은 없다.
‘타도! 3시리즈!’를 외치며 등장했던 ATS였기 때문에 이 성적은 더욱 초라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만 성적이 나쁘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일차를 정말 좋아해서 그런가 하겠다. 하지만 안방인 미국에서도 3시리즈의 5분의 1 수준인 2만5000~3만대밖에 팔리지 않는 참패를 거듭하고 있으니 핑계를 댈 수 없다. 세계적으로도 약 60만대가 팔린 3, 4시리즈에 비해 ATS는 10분의 1 정도인 6만3000대 수준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상황이 훨씬 심각한 건 부인할 수 없다. 이쯤 되면 독일 3사가 과연 ATS를 경쟁자로 볼까 심히 의심스럽다.
야심작이었던 ATS가 세계적으로 고전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일단 캐딜락이 느긋한 리무진이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버리고 독일 브랜드가 버티고 있는 스포츠 세단 시장에서 경쟁하려는 것부터가 무리였다. 상대는 스포츠 세단이라는 장르의 창시자인 3시리즈다. 결정적인 참패의 원인을 꼽으라면 직선 위주의 강렬한 디자인만큼이나 지나치게 딱딱한 승차감이다. 너무 단단하게 설정된 마그네틱라이드 컨트롤, 즉 MRC가 ‘KO’ 패를 불러왔다. MRC가 적용되지 않은 ATS 4WD 모델의 승차감이 몰라보게 좋았던 게 인상에 남을 정도였으니 엉덩이가 얼마나 저릿했는지 짐작이 되겠지? 조종 성능 위주의 탄탄한 섀시와 강력한 엔진에 비해 직결감이 아쉬웠던 6단 자동변속기가 맥 빠지게 하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세계 시장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유독 캐딜락이 고전했던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독일산 디젤차로 70퍼센트가 쏠린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에서 휘발유 엔진의 미국 차로 상대한다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캐딜락의 수입사인 GM코리아와 GM의 한국 자회사인 한국GM 사이의 애매한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과 불안한 딜러 네트워크 등으로 고객에게 안정적인 접점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캐딜락의 걸림돌이 점점 사라지거나 낮아지고 있다. 한국GM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GM코리아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딜러 네트워크도 새롭게 강화되고 있다.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는 폭스바겐발(發) 디젤 게이트도 휘발유 엔진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ATS가 좋아졌다. 지금 ATS의 8단 자동변속기는 이전의 6단보다 훨씬 부지런하고 민첩하다. 이전 모델보다 승차감도 조금 부드러워졌다. 아직도 과하다는 느낌이 없는 건 아니지만 훨씬 안락하며 스포츠 세단이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적절한 튜닝이 이루어졌다. 지난번 트랙 시승 행사에서도 느꼈지만 ATS가 갖고 있는 기본기는 상당히 높다.
‘볼드 럭셔리(Bold Luxury)’라는 카피로 대변되는 강인하고 남성적인 캐딜락의 디자인은 이제 캐딜락의 디자인 DNA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누구라도 ATS가 캐딜락이라는 것을 안다. 최소한 차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고급차이고 실제 가격보다 비싸 보인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한다. 일단 개성이 살아 있으면서도 럭셔리한 분위기를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데는 성공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올해는 캐딜락 브랜드의 라인업이 가장 공격적으로 확대되는 해다. 새로운 라인업의 신호탄인 기함 CT6가 출시되고 XT5도 뒤를 따른다. 고성능 모델인 ATS-V에 이어 CTS-V도 잇달아 출시된다. 캐딜락이라는 럭셔리 브랜드의 세력이 넓어지고 강력한 이미지 모델까지 갖추어지는 등 브랜드의 힘이 부쩍 강해진다는 뜻이다. ATS는 이제 브랜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캐딜락은 제품과 브랜드가 모두 발전하고 있다. 강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는 단순히 변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젊은 고객에게 어필해 브랜드의 미래를 밝게 만들어야 한다는 전략적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그 첨병이 ATS다. 비록 지난해 성적은 초라했지만, ‘넘버 3’가 되기엔 아직 모자라지만 실력이 출중하기에 앞으로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SPECIFICATION

올해의 넘버 3는 누구? 1~6월 국내 판매 실적을 보면 XE의 완승이다. A4는 디젤 모델이 없다는 게 치명적이었다. ATS는 음, 둘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