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생산량보다 수요가 많은 데 익숙하다. 고객들도 몇 달에서 몇 년 동안 차를 기다리는 걸 보통으로 여긴다. 테슬라는 최근 모델3의 예약을 받았다. 무려 40만 명이 넘어갔다. 그들 대부분은 몇 년 이내에 차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반면 모델 X는 그 정도의 반향을 일으키 진 못했다. 이 무공해 SUV에 대한 선주문은 3만대가량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주문량으로도 벤틀리가 벤테이가를 생산하며 느낄 압박을 초라하게 만들어버린다.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 구급차처럼 생긴 이 시승차는 옵션도 꽤 들어간 상태인데 13만5400달러로 구입할 수 있다. 보라색 공룡의 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그리고 빠르기까지 하다. 0→시속 97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 3.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심지어 소리도 없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빨라 우리는 두 대의 이탈리아제 스포츠카와 레이스를 펼쳐보기로 했다.

 

기록은 뭐, 거의 미쳤다. 이건 너무 빠르다. 하지만 세단인 모델 S에 비하면 0.6초나 뒤졌다. 두 대의 P90D 루디크러스 테슬라들은 기본적인 설계와 동력계를 공유한다. 때문에 동일하게 259마력을 내는 모터가 앞바퀴를 굴리고 503마력을 내뿜는 모터가 뒷바퀴에 동력을 전달한다. 그리고 90킬로와트시짜리 배터리팩은 총 532마력까지 뿜어낼 수 있다. 그런데 예전에 P90D 루디크러스의 합산출력을 762마력이라고 했었는데 틀렸다. 각각의 모터는 최대출력을 발휘할 순 있지만 합산출력은 배터리가 지원할 수 있는 출력에 제한이 있어 762마력을 모두 발휘할 수 없다.

 

아무튼 줄어든 가속력은 늘어난 무게 때문이지 출력 때문이 아니다. 모델 X는 2502킬로그램이다. 지금껏 <모터 트렌드>에서 시승 했던 차 중 가장 빠른 모델 S보다 375킬로그램 더 무겁다. 하지만 이는 경량화한 모델이 아니다. 3열 시트, 견인 패키지, 스스로 문을 여닫는 소프트-클로즈 도어, 22인치 휠 등 무게를 더하는 옵션이 잔뜩 들어갔다.

 

 

사전 준비 루디크러스 모드는 언제든 사용 가능하다. 다만, 가속력을 최대로 끌어내기 위해선 배터리 최대 충전 모드(Max Battery Mode)를 통해 미리 힘을 비축하고 있어야 한다. 준비하는 데 45분 정도 걸린다. 속도광들은 아마 이 모드를 항상 켜고 다닐 거다.

 

무게는 늘었어도 느려지진 않았다. <모터 트렌드> 8자 테스트에서 25.1초에 0.78g를 기록했는데 모델 S와 비슷한 수준이다. 언제나 완벽에 가까운 보디 컨트롤로 승차감도 세단보다 훨씬 나았다. 다시 말하지만 테슬라는 내 취향에 딱 맞게 튜닝됐다. 다른 동료들은 모델 X의 승차감과 조향감 사이의 균형, 조향의 정밀도, 무게에 대해 불평하기도 했다. 자각하기 어려운 제동감도 불만 중 하나였다.

터치스크린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디스플레이를 따라잡기 위해 수년을 노력했지만 아직도 그에 미치지 못했다. 테슬라는 또 그동안 더욱 진화했다. 메뉴는 추가된 기능 때문에 더 촘촘해졌지만 전체적인 기능성은 좀 더 향상됐다. 이 최상의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는 여전히 다른 회사들보다 한참 멀리 달아났다. 모델 X는 옵션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소리가 훌륭하다. USB 포트도 후하게 제공돼 각 열마다 스마트기기 충전이 가능하다.

시트는 그 자체로 편안하다. 특히 앞좌석이 더 편안하다. 의자는 세단보다 부드럽고 잘감싸준다. 3열도 탑승 가능하다. 하지만 두 번째 열은 비판할 만하다. 처음으로 모델 X에 하는 쓴소리다. 테슬라의 수장 일론 머스크는 각각의 독립적인 시트를 요구했다. 물론 뒷좌석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은 시트 아래 수납공간과 3열석에 좀 더 넓은 발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2열 시트를 지지하는 기둥이 3열 승객의 발이 놓이는 곳에 정확히 위치한다. 기존의 시트만 못하게 돼버렸다. 심지어 시트 등받이를 앞이나 뒤로 젖힐 수도 없다. 이는 큰 물건을 실을 때 제약이 돼버렸고 많은 사람들이 SUV를 사는 이유를 무시한 게 됐다. 테슬라는 충돌 보호 때문에 시트를 만드는 게 엄청난 작업이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모델 X의 데뷔가 늦어졌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것들이 어떠한 이점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좀 부끄러워해야 할 거다.

그 밖에 일론 머스크가 주문한 다른 것들 도 잘 되지 않았다. 야단법석을 떨었던 팰콘 도어도 마찬가지다. 실망이다. 기존의 걸윙 도어와 다른 방식이다. 경첩이 천장 중앙에 고정돼있다. 외부에 장애물이 있어도 열리는 면적이 좁아 유용할 거라 했다. 테슬라는 이를 위해 차체의 알루미늄 패널을 통과할 수 있는 초음파 센서를 개발해야 했다. 그 결과 문짝은 광고처럼 거의 작동하지만 보통 완전히 열리지도 않고, 때때로는 외부 물체에 부딪힌다. 그 외부물체가 문을 여는 본인인 경우도 많다. 그리고 일반적인 문이나 미닫이문처럼 빨리 열리지도 않는다. 테슬라는 옆에 주차한 차와의 간격이 279밀리미터만 돼도 문이 열린다고 했다. 모델 X의 데뷔 행사에서 시연까지 했다. 만일 이 공간으로 사람이 적당히 타고 내릴 수 있다면 유 용할 것이다.

 

꼭꼭 숨어라! 노란색이 보인다! 알파로메오 4C가 트레일러에 실려 있단 걸 잊지 말자. 그리고 영상으로 확인해보자.

 

 

 

그런데 이 모든 말은 슬프게도 뒷문은 순수한 관심 끌기용 술책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심지어 테슬라도 이것이 지나쳤다고 고백했다. 보도자료를 통해 ‘자만심이 모델 X에 너무 많은 신기술을 넣게 했다’고 털어놨다.

 

재미있는 건 처음엔 또 다른 관심 끌기용 술책이라 여겼다가 지금은 좋아진 기능이 있다. 바로 운전석 자동문이다. 운전석 문은 사람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열리고 탑승한 뒤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동으로 닫힌다. 바보처럼 들리겠지만 가장 먼저 익숙해진 간단하면서 고급스러운 요소였다. 다른 차를 타자 그것부터 그리워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차원의 최고급 옵션인 오토파일럿에 대해서도 얘기해보자. 이는 테슬라가 자동 운전 시스템에 붙인 이름으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서 자율주행으로 넘어 가는 첫 번째 단계다. 모델 S에서 데뷔한 오토 파일럿 자체가 새롭진 않았지만 벤틀리 벤테이가와 함께하자 ‘럭셔리’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했다.

 

마케팅 일을 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보다 더 큰 럭셔리는 없다고. 길에서 문자메시지를 읽거나 서류가방 바닥의 사탕을 찾거나하며 몇 초라도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길 수 있었단 건 우리가 출퇴근하며 차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 중 최고의 럭셔리였다. 오토파일럿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해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중 최고였다. 이것이 바로 없어서는 안 될 새로운 차원의 럭셔리인 것이다.

 

테슬라 모델 X는 벤틀리처럼 호화로운 나무와 가죽으로 꾸며 거실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진 않는다. 하지만 엄청나게 빠르고 스스로 운전할 수 있으며 사려 깊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춘 최고 럭셔리의 반열에 올라섰다. 질문은 오직 하나다. 새로운 타입의 럭셔리인 실리콘 밸리 타입이냐, 전통적인 럭셔리인 12기통의 벤틀리 타입이냐다. 물론 무엇을 선택하든 목적지에는 엄청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