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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선택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이 배우들을 가지고 안 되는 영화를 찍는 게 더 힘들지 않겠나? 최동훈 감독의 신작 <암살>. 그가 주목한 건 1930년대. 그 시절 경성과 상하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나.

2015.08.15

 

“1933년 조국이 사라진 시대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본 측에 노출되지 않은 세 명을 암살 작전에 지목한다. 한국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 폭탄 전문가 황덕삼! 김구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은 이들을 찾아 나선다. 암살단의 타깃은 조선 주둔군 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강인국. 한편, 누군가에게 거액의 의뢰를 받은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이 암살단의 뒤를 쫓는데… 친일파 암살 작전을 둘러싼 이들의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이 펼쳐진다.” 최동훈 감독의 <암살>을 소개하는 호탕한 글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와 예고편 분위기가 낯설지 않다. 원작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이야기와 이런 영화의 뿌리에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의 중국은 1960~70년대 한국 영화가 자주 찾던 시공간이었다. 휴전선과 삼면의 바다로 가로막힌 갑갑한 조국에서 벗어나 할리우드의 서부극 같은 영화를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무래도 남한 땅은 곤란하다. 용감한 주인공이 말 타고 총 쏘며 평원을 질주하려면 그보다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1920~30년대 중국이다. 물론 당시에 정말 그 사람들이 중국으로 가서 영화를 찍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겐 아직 콘크리트로 바르기 전인 한강고수부지가 있었다. 그 덕택에 당시엔 고수부지가 만주 벌판이라 우기는 수많은 액션물이 등장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만주 웨스턴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가짜 서부극이었다. 

 

당시보다 소재의 폭이 넓어진 지금도 당시의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공간이다. 특히 1930년대 상하이는 나폴레옹 전쟁 전후의 유럽이나,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 19세기의 미국 서부처럼 보편적인 판타지의 공간이다. 문화적으로 다양하고 아름답고 예측 불허이며 국제적이다. 독일의 마를레네 디트리히에서부터 우리의 전지현에 이르기까지 누구든 튀어나올 수 있고 주변국의 누구라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고도로 양식화된 액션과 드라마를 제공한다. 역사를 다루면서도 로맨틱한 도피를 허용하는 양식적인 공간이다. 

 

 

김지운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통해 만주 웨스턴의 고풍스러운 시대로 돌아간 것만큼이나 최동훈이 <암살>을 통해 1930년대 상하이와 경성으로 회귀한 것은 자연스럽다. 이것은 이야기의 뿌리 찾기이다. 그리고 반세기 전의 선배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꿈을 스케치하기에 바빴던 소재를 온전한 모양으로 완성한다는 의무감의 소산이기도 하다. 

이는 최동훈의 방향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는 작가로 고도로 양식화된 장르에 맞출수록 편안해한다. 그의 첫 히트작 <범죄의 재구성>은 생생한 대사와 캐릭터로 주목받았지만 이 둘은 모두 사실주의와는 별 상관이 없었다. 범죄 세계의 사람이 정말로 최동훈의 캐릭터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가 다루는 음모도 장르 소설의 인위성에 더 가까웠다. <타짜> <전우치> <도둑들>을 거치면서 그는 계속 자기에 맞는 미묘한 장르의 파도를 탔다. <전우치>가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던 사극과 SF/판타지라는 두 장르가 그가 그동안 조심스럽게 발전시킨 언어의 스타일을 살릴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둑들>은 그가 자라면서 보았을 옛 홍콩 영화의 스타일과 체득된 그의 감각이 결합해 시너지를 낸 경우였다. 그가 가장 능한 건 적당히 땅에 발을 디딘 척하면서 이야기 재미의 순수성을 추구하는 범죄물이다. 

그의 또 다른 장점은 스타 캐스팅의 앙상블에 능하다는 것이다. 최동훈의 영화는 일급 스타들을 앙상블 안에 넣고 충돌시킬 때 가장 재미있다. 영화 전체가 강동원 중심으로 전개된 <전우치>에선 그런 매력이 떨어졌다. <도둑들>도 김윤석이 연기한 마카오박의 캐릭터에 지나치게 힘을 실은 후반부는 힘이 약한 편이다. <암살>의 예고편에서는 이런 무게의 불균형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영화를 봐야 확인할 수 있다. <암살>의 개봉일은 7월 21일이다.

-이 글을 쓴 듀나는 소설가이자 영화평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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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암살,전지현,이정재,하정우,오달수,광복 70주년

CREDIT Editor 듀나 Photo NEIGHBOR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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