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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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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lbricht Collection

신디 셔먼,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 옆에 자리한 과학 도구, 장난감, 그것도 모자라 자연 현상을 기록한 오브제라니. 이 묘한 조합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베를린의 컬렉터 토마스 올브리히트, 그가 30년간 쌓아 올린 독특한 컬렉션의 정체를 들여다봤다.

2016.06.21

 

2012년 ‘미 컬렉터스 룸’에서 열린 <아트 앤 토이>전의 설치 전경. ART & TOYS, 2012, Photo Jana Eber, Image Courtesy of Olbricht Collection

 

16세기부터 동시대까지, 유럽에서 가장 폭넓은 소장품을 보유한 개인 컬렉션. 베를린에 위치한 올브리히트 컬렉션 얘기다. 500여 년의 세월을 아우르는 작품을 3000점 가까이 소장한 컬렉션의 뒤에는 30년, 그 시간을 오롯이 컬렉션에 바쳐온 토마스 올브리히트(Thomas Olbricht)가 있다. 올브리히트의 컬렉션은 지금껏 보아온 컬렉션과는 그 결을 달리한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바로크 시대까지의 예술품, 과학 도구, 자연 기념물, 장난감 등으로 구성된 분더카머 컬렉션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호기심의 방’을 뜻하는 분더카머 올브리히트 컬렉션은 여느 컬렉션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다채로운 소장품을 만날 수 있다. 물론 토마스 쉬테, 에릭 피슬, 프란츠 게르치, 신디 셔먼, 마를렌 뒤마,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수많은 컨템퍼러리 아티스트도 그 주인공이다.
“새로운 작품을 만났을 때의 놀라움과 난해한 작품을 만났을 때의 모순성이 제 삶에 자극을 주는 동시에 즐거움으로 다가왔습니다.” 화학자이자 의학박사인 토마스 올브리히트가 미술품 컬렉션에 심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하나 더 큰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1948년 독일 서북부 지역 에센(Essen)의 컬렉터 집안에서 태어난 토마스 올브리히트는 집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듯 이미 다섯 살부터 수집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그는 우표, 박제된 나비, 성냥갑 등을 모았다. 특히 장난감 자동차는 색상과 기능에 따라 분류하고 수집했을 만큼 어린아이의 호기심 그 이상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어머니와 아르누보 스타일의 화병을 수집했는데, 어머니 대신 작품 선정을 도맡아할 정도로 컬렉터로서 타고난 자질을 발휘했다. 우표 수집에 대한 그의 열정은 오래 지속됐다. 그중엔 1849년 발행된 독일의 첫 우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의 모습을 담은 희귀 우표도 포함돼 있다. 오드리 헵번 우표는 2001년 자선 모금을 위해 발행됐는데, 유족의 반대로 미술관 소장용 두 세트만(한 세트가 10장으로 구성) 남기고 모두 파기됐다. 그 이후 한 세트가 경매로 나왔고, 올브리히트가 그중 한 장을 구입하면서 이 우표의 유일한 개인 소장자가 됐다.

 

 

 

베를린을 대표하는 컬렉터 토마스 올브리히트. Thomas Olbricht, 2012 at me Collectors Room Berlin, Photo Jana Ebert, Image Courtesy of Olbricht Collection

 

수집가 올브리히트의 열정을 아트 컬렉션으로 이끈 이가 있으니, 바로 증조할아버지다. 그의 증조할아버지는 독일의 헤어 제품 브랜드 ‘웰라(Wella)’ 그룹의 2세로, 대표적인 현대미술 컬렉터 카를 스트뢰허(Karl Ströher)다. 스트뢰허는 미국의 팝아트를 유럽에 가져온 첫 번째 컬렉터이자,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요셉 보이스의 든든한 후원자였으며,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 컬렉션 역시 그의 컬렉션을 기반으로 발전했을 정도로 독일 현대미술계의 중요 컬렉터로 기록돼 있다. “학창 시절 증조할아버지의 컬렉션에 소장된 앤디 워홀과 요제프 보이스의 작품을 보았을 때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 두 작품을 본 이후에야 비로소 미술에 대한 애정이 태동한 셈이에요.” 그는 1986년 첫 작품 구입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작품 수집을 시작했다. 증조할아버지는 아트 어드바이저를 자처해 손자가 작품을 구입하는 것을 도와달라며 갤러리들에 직접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첫 시작은 로컬 작가가 대부분이었고, 이후 1945년 전후 독일 작가들로, 1996년부터는 모든 장르의 해외 컨템퍼러리 아티스트들로 시선을 넓혔다. 2006년경부터는 컬렉션의 주제가 명확해졌고, 다양한 장르·시대·국적의 구상적인 작품을 주로 소장하게 된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부터 채프먼 형제의 판화까지, 로버트 카파부터 신디 셔먼의 사진, 이탈리아 플랑드르 학파의 페인팅부터 게르하르트 리히터, 지크마어 폴케, 앨런 매컬럼의 페인팅까지, 그의 컬렉션은 장르를 뛰어넘는 방대함 그 자체였다.

 

 

 

2012년 열린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1965-2011년까지의 에디션>전. 리히터의 모든 에디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올브리히트 컬렉션의 전작이 전시됐다. Gerhard Richter - Edition 1965-2011, Photo Jana Ebert, Image Courtesy of Olbricht Collection / ‘미 컬렉터스 룸’에 영구 설치된 분더카머 올브리히트 컬렉션의 작품들. Wunderkammer Olbricht, Photo Bernd Borchardt, Image Courtesy of Olbricht Collection

 

그런데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바로 50% 이상이 여성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물론 특별히 의도한 건 아니었다. 그는 한동안 에로틱한 페인팅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소장했는데, 이 작품 중 대부분이 여성 작가의 것이었다. 특히 신디 셔먼의 컬렉션이 주목할 만한데, 그녀의 모든 시리즈의 대표작 65점을 소장하고 있다. 올브리히트 컬렉션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1965년부터 2013년까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모든 에디션 작품을 보유한 세상에서 유일한 컬렉션이라는 점이며, 이 컬렉션으로 특별전을 열기도 했다.  
“컬렉션 발전과 확장, 물리적인 공간 마련을 위해 몇몇 소장품을 되팔아야 했습니다. 리히터의 해골 페인팅도 그중 하나죠. 원래 이 작품은 1980년대에 15만 달러(약 1억7600만원)를 주고 구입했는데 재정적 이유로 되팔 수밖에 없었어요. 한데 어느 날 보니 경매를 통해 130만 달러(약 15억2000만원)가 넘는 가격에 거래됐더군요. 만약 이 작품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400만 달러(약 47억2800만원)도 넘었을 텐데, 아쉽죠.” 이 일을 계기로, 그는 비록 재정적 이유에서라도 작품 판매를 신중하게 고려하게 됐다고. 작품의 적절한 판매 시기 못지않게 구입 시기도 중요한데, 허스트의 작품과 중국 컨템퍼러리 아트 컬렉션은 너무 늦게 시작해 아주 높은 가격에 구입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2010년, 올브리히트 컬렉션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베를린 중심부 미테 지역에 문을 연 ‘미 컬렉터스 룸’(me Collectors Room)이 그것이다. 그는 올브리히트 컬렉션에 소장된 작품 대여 요청이 쇄도해 전시 공간의 필요성을 고심해야 했고, ‘Moving Energies’를 뜻하는 ‘me’ 컬렉터스 룸을 오픈하게 된다. 1300㎡ 규모의 2층 건물인 미 컬렉터스 룸은 전시장과 함께 카페, 라운지, 아트 숍, 어린이 공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먹고, 마시고,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작품을 경험하고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요.” 그가 전시 때마다 홍보는 물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관련 행사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이곳은 단지 올브리히트 컬렉션만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전 세계 컬렉터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컬렉션을 전시하고 소개할 수 있는, 컬렉터들을 위한 ‘전시장’이기도 하죠.” 다양한 컬렉터들의 예술에 대한 철학과 취향을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 이곳이야말로 예술의 움직이는 에너지를 체감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아니겠는가.    

 

 

 

2015년 ‘미 컬렉터스 룸’에서 열린 <퀸사이즈 - 올브리히트 컬렉션의 여성 작가들>. Photo Bernd Borchardt, Image Courtesy of Olbricht Collection / 2011년 ‘미 컬렉터스 룸’에서 열린 프랑스 컬렉터 앙투안 드 갈베르의 컬렉션 전시. My Paris - Collection Antoine de Galbert, Photo Jana Ebert, Image Courtesy of Olbricht Collection

 

 

 

2012년 ‘미 컬렉터스 룸’에서 열린 <원더풀>전. Wunderful, Photo Bernd Borchardt, Image Courtesy of Olbricht Collection
 

자, 이쯤에서 올브리히트 컬렉션의 히든카드를 꺼낼 차례다. 그 이름은 ‘분더카머 올브리히트(Wunderkammer Olbricht)’다. 독일어권에서는 진열실을 가리키는 말로서 ‘분더카머(경이로운 방이라는 의미)’라는 용어를 썼다.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ies)’이라 번역한 이 컬렉션은 올브리히트 컬렉션의 일부로, 르네상스부터 바로크 시대까지의 역사적 오브제를 수집한 컬렉션이다. 미술품은 물론 기이한 자연 현상을 기록한 오브제, 과학 기구, 신비한 세계로부터 온 오브제, 설명하기 힘든 초현실적 오브제 등으로 구성된 분더카머 올브리히트는 컨템퍼러리 아트 컬렉션과 대비를 이루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사실 분더카머는 르네상스 시대와 바로크 시대에 유행한 수집 스타일이다. “2~5세기 전 유행한 ‘캐비닛의 호기심’이라는 컬렉션 전통을 재현한 것으로, 과거 사람들의 컬렉션에 대한 태도와 통찰력을 공감하고 싶었어요. 나아가 방문객들에게도 이러한 순수한 경이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었고요.” 그는 아트, 자연, 과학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지도 이해하고 싶었다. 그는 컬렉터로서뿐만 아니라 화학자이자 의학박사로서 이러한 연관성을 탐구하고, 전시를 통해 이를 보여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해부학 모델 미니어처와 독특한 측정계와 수술 도구를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의미하는 작품과 함께 배치해 인간이기에 맞이해야 하는 죽음에 대한 연상 작용을 일으키는 방식이죠. 이는 인간의 본능을 이해하고 발견하는 데 중요한 자극이 됩니다.” 사람들이 쉽게 자행하는 폭행,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일련의 이야기와 상상이 분더카머 컬렉션을 고요히 지배 중이다. “당시의 오브제 200여 점과 동시대 엽서, 아르누보 오브제, 장난감 자동차도 함께 전시해 더욱 흥미로운 공간이 될 것입니다.” 조금은 오묘한 그의 분더카머 컬렉션은 ‘미 컬렉터스 룸’ 2층 전시실에 영구 전시되어 있으며, 다양한 컨템퍼러리 아트 전시와 더불어 새로운 담론을 견인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각기 달라서 모든 컬렉터는 그들의 철학에 부응하는 컬렉션 콘셉트와 작품을 전시하기 위한 각자의 스타일이 있어야 합니다. 제 스타일은 다른 곳에서는 절대로 전시되지 않을 것을 한 공간에 전시하는 것입니다. 저는 오직 자신을 위해서만 컬렉션을 합니다. 따라서 제 컬렉션을 위한 모든 결정은 스스로만 할 수 있죠. 그러나 다음 세대는 제 컬렉션을 가지고 그들이 원하는 무엇이든 자유롭게 펼칠 수 있죠. 그러한 사실이 저를 설레게 합니다. 물론 한 가지 우려되는 건 있어요. 다음 세대 아이들이 더 이상 미술관을 찾지 않고 온라인으로 보는 데 만족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죠. 그들이 미술관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 그것이 바로 제가 여기 서 있는 궁극적 목표입니다.”  

 

 

 

<퀸사이즈 - 올브리히트 컬렉션의 여성 작가들>의 설치 전경. Queensize - Female Artists from the Olbricht Collection, 2015, Photo Bernd Borchardt, Image Courtesy of Olbricht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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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neighbor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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