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와인하우스, 휘트니 휴스턴, 마이클 잭슨,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 히스 레저. 이들의 공통점을 알겠는가.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면, 짐 모리슨, 장 미셸 바스키아, 엘비스 프레슬리, 루이 암스트롱, 보들레르, 고흐는 어떤가.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위대한 예술가들? 물론 맞는 얘기다. 하지만 하나 더, 그들 모두는 무언가에 ‘중독됐던’ 사람들이다. 코카인, 대마초, 아편 등 그 형태는 다르지만 그들은 약물 중독이라는 오명의 그림자를 안고 너무도 빨리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그것도 모자라 지난 4월 팝의 전설 프린스가 돌연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비보가 전해졌다. 사인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여전하지만 진통제로 쓰이는 의료용 마약인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설과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설이 무게를 싣고 있다. 물론 공식 사인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예술가들을 둘러싼 약물 중독의 흑역사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울증, 알코올, 약물 중독이란 단어는 마치 예술가들의(특히 시대의 총아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친구인 것처럼 그들을 따라다녔다. 대마초를 즐긴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루이 암스트롱, 공연 전 위스키와 헤로인 주사를 극진히도 애용(?)했던 찰리 파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약을 찾을 만큼 약물 중독자였던 엘비스 프레슬리. 특히 중독이란 단어는 유독 음악가와 돈독했다. 기타의 신 지미 헨드릭스, 록 그룹 도어즈의 리드 보컬 짐 모리슨, 이들 역시 헤로인 중독자였다. 약간의 비약을 더하자면, 이들의 중독은 1970년대의 음악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세운 사이키델릭 록이 인기를 끈 1970년대, 그들은 환각 상태의 묘한 흥분을 연출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약물과 손을 잡았다.    

“오직 아편만이 막아낼 수 있는 악이 존재한다. 그 악은 불안이라고 불린다.” 프랑스 시인 앙토냉 아르토의 말처럼 많은 예술가들이 창작의 고통과 불안이라는 악을 떨치기 위해 약물이라는 위험한 길을 택했다. 물론 처음부터 약물이 예술가의 영감을 고취하기 위한 용도로 취해진 건 아니다. 고대 이후 18세기까지 약물은 종교제의나 질병 치료, 사교를 위한 도구로 이용됐다. 암흑과 억압의 시기인 중세를 지나 16세기에 들어서면서 약물은 값싼 브랜디와 함께 사람들을 마비시켰고, 19세기 낭만주의 사조와 함께 광범위하게 퍼졌다. 종교, 사교를 위한 일종의 이벤트성 매체였던 약물은 개인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고, 예술가도 예외일 순 없었다. 계몽주의, 합리주의에 환멸을 느낀 19세기 낭만주의 예술가들은 알코올과 약물에서 그 출구를 찾았다. 보들레르, 발자크, 벤야민 등 당시의 젊은 예술가들은 ‘해시시 클럽’ 만들어 직접 해시시(인도산 대마) 반죽을 제조해 피우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약물에 도취했다. 여성들도 다를 건 없었다. 조금 황당하지만, 당시 미의 기준은 우울함과 창백함이었다. 이를 위해 여성들은 벨라돈나에서 추출한 마약을 통해 몽롱함과 창백함을 연출했고 동공을 확장시키는 아트로핀을 복용하기도 했다. “오오, 맙소사! 얼마나 엄청난 변화인가! 내 마음이 가장 낮은 나락에서 하늘 높이 올라갔다! 내 안에 세계가 계시되었다! 고통이 사라진 것은 이제 내 눈에는 지극히 하찮은 일이었다. 이 소극적인 효과는 내 앞에 펼쳐진 적극적인 효과의 거대함에 그렇게 갑자기 드러난 신성한 쾌락의 심연 속에 삼켜지고 말았다. 그것은 만병통치약이었다. 인간의 모든 고통을 치료하는 진통제였다. 철학자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온 행복의 비밀이 당장 발견되었다.

행복은 1페니만 주면 살 수 있는 것이었고, 조끼 주머니에 넣어서 가지고 다닐 수도 있는 것이었다.” 영국의 비평가이자 소설가인 토머스 드퀸시. <어느 아편쟁이의 고백>이라는 자전적 소설을 통해 그는 첫 아편 이후의 심정을 이렇게 적었다. 1페니만 있으면 약국 어디에서든 쉽게 마약을 구입할 수 있었던 당시.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밤중에 경기를 일으키면 아편팅크를 먹였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아편은 아스피린과 다를 바 없었다. 심지어 술값보다 쌌으니, 어차피 몽롱한 취함이 목적이라면 굳이 술을 택할 이유가 없었다. 아편의 쾌락과 고통, 아편 남용으로 인한 끔찍한 환상 그리고 아편을 줄이려는 노력 등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유려한 문체로 담아낸 <어느 아편쟁이의 고백>은 아편을 독려하는 소설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지만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의 영감이 되었고, 에드거 앨런 포, 보들레르 등 동시대 문인들과 보르헤스 같은 현대 문학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은 그의 고백에서 아편이 아닌 영감과 ‘낭만’을 읽었다. 이쯤에서 드는 의구심 하나. 과연 마약이 예술 창조에 도움이 됐을까 하는 점이다. 혹여 예술 창조를 빙자한 중독쟁이들의 변명은 아니었을까? 음악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마취용 코카인을 흡입한 후 두 시간 만에 오페라를, 그것도 두 편이나 완성했고, 보들레르 역시 해시시 클럽을 전전하며 <악의 꽃>이라는 세기의 문학 작품을 내놓았다. 과연 이들이 중독의 늪에 빠지지 않았다면 세기의 걸작은 탄생하지 못했을까? 그 답은 확신할 수 없지만 그들에게 마약은 단순한 쾌락이 아닌 ‘낭만’이라는 예술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었을까, 믿고 싶어진다. 아편은 ‘당당한 지성의 밝은 빛’을 강화해주었다는 토머스의 고백처럼 지성을 고조하고 영감을 드높였던 낭만주의 약물의 시대는 1868년 약물법 제정과 함께 막을 내렸다. 하나 예술가와 약물, 그 묘한 동거의 역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물론 그 성격은 조금 달라졌다. 더욱 새롭고 자극적인 것을 창조해야 한다는 강박과 대중의 사랑을 받고 싶지만 또한 벗어나고 싶다는 현대판 대중문화의 피할 수 없는 굴레. 그것은 천재 예술가의 돌연사라는 끝나지 않을 ‘중독’의 예술사를 낳고 있다. 낭만은 사라진 채 화려한 인기와 자본이 예술을 지배하는 시대. 지금 프린스는 보들레르의 ‘인공낙원’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