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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끝판왕

또 하나의 복수를 위해 뮤지컬 티켓 파워 1인자들이 모였다. 조승우, 옥주현이 뭉친 <스위니토드>. ‘복수’라는 진부한 소재지만, 반전 결말 앞에 ‘헉’ 소리가 난다.

2016.06.09

 

복수의 서사는 언제나 흥미롭다. 와신상담한 주인공이 악을 물리치고 복수를 완성하는 순간, 관객은 쾌감과 안도감을 느낀다. 아직 이 세상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딸을 잃은 아비 브라이언이 악당을 응징하는 영화 <테이큰>이 그렇듯 말이다. 이렇듯 인과응보, 권선징악은 대개의 복수극이 취하는 주제다. 그런데 필자는 그것이 늘 아쉬웠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 법. 영화 <테이큰>의 속편은 그것을 증명한다. 이 악연은 어떻게 끝날까? 아니, 끝이 날 수 있을까? 네덜란드 미술가 마우리츠 에셔의 착시 그림들처럼 악연의 고리에서 빠져나오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은 이즈음에서 고민을 멈춘다. 그런 작가들의 작품은 대체로 두 가지 결말로 압축된다. 멸문지화(滅門之禍), 즉 가문을 멸해 복수의 씨앗을 없애버리거나, 반대로 절영지연(絶纓之宴), 용서하여 복수의 사슬을 끊어버리거나. 더러 반전 결말을 위해 개연성을 포기하거나, 매듭을 짓지 못해 흐지부지 끝나는 작품도 있다. 하지만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결이 다르다. 한계를 깨고 나아간다. 이야기는 이렇다. 여기 한 이발사가 있다. 그의 이름은 벤저민 베이커. 그의 불행은 그의 행운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미모의 아내를 탐낸 마을의 악덕 판사 터핀은 벤저민에게 누명을 씌워 유형지로 유배 보낸 후, 벤저민의 아내 루시를 겁탈한다. 성폭행에 충격을 받은 루시는 독극물을 마시고, 고아가 된 벤저민의 딸 조안나는 터핀의 양녀로 입양된다. 그리고 15년 후. 본격적인 이야기는 벤저민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주는 러빗 부인의 도움으로 러빗의 파이 가게에 이발소를 차린 벤저민은 스위니토드라는 가명 아래 정체를 숨기고 복수의 칼날을 간다. 하지만 복수의 칼을 꺼내기도 전, 정체가 발각될 위기에 처한 벤저민은 결국 최초의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여기까지는 일반 복수물의 서사와 별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후 작품은 방향을 선회한다.


우발적이던 살인이 기계적으로 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다. 시체를 처리하고자 만든 인육파이가 인기를 끌어 러빗의 파이 가게가 문전성시를 이루자 벤저민은 원한 없는 사람마저 죽이기 시작한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절치부심하며 복수만 꿈꾸던 그에게 드디어 복수의 기회가 찾아온다. 불청객 거지 여인의 등장으로 복수가 무산되나 싶지만, 이미 익숙해진 살인 아니던가. 양심의 가책 없이 불청객을 죽인 벤저민은 마침내 판사를 살해하며 오랫동안 벼려온 복수를 끝낸다. 그러나 이야기는 아직 끝이 아니다.  <스위니토드>의 진정한 핵심은 바로 여기 있다. 밝히지 못하는 하략에. 다시 언급하지만, 작품은 멸문지화나 절영지연이라는 쉬운 결말로 도피하지 않는다. 결말을 비켜가지도, 결말 앞에서 주저앉지도 않는다. 작품은 분명 복수의 끝에 다다른다. 혹 궁금증을 참을 수 없다면, 팀 버튼 감독,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주연의 동명 영화에서 확인하시라. 뮤지컬은 팀 버튼만큼이나 마니아를 양산한 뮤지컬계의 살아 있는 전설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2007년 초연됐다. 6월 21일 서울 잠실의 샤롯데시어터에서 개막하는 이번 공연에는 조승우와 양준모가 스위니토드로, 옥주현과 전미도가 러빗 부인으로 출연한다. 필자에게 단 한 편의 뮤지컬만 허락된다면, 필자는 주저 없이 <스위니토드>를 꼽을 것이다. <스위니토드> 관람 후 모든 복수극이, 모든 뮤지컬이 시시하게 여겨진대도 필자의 책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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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neighbor,네이버,복수,뮤지컬,조승우,옥주현,스위니토드

CREDIT Editor 김일송 Photo 오디컴퍼니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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