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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 대로

디자이너이자 가구 컬렉터 루돌프 뤼에그가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가구 전시를 연다. 그는 지난 전시보다 뚜렷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가구도 작품입니다.’

2016.05.09

 

1 2015년 5월에 이유진 갤러리에서 열린 <마음이 시키는 일 1>의 전경.

2 루돌프 뤼에그(Rudolf Ruegg)는 “가구의 본질은 사용하는 사람의 스타일과 취향, 조화를 이루었을 때, 발현되는 것”이라 말했다.

 

반갑다. 지난 전시 <마음이 시키는 일 1>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고 들었다. 지난 전시 역시 이유진 갤러리에서 열렸다. 전시 기획부터 모든 준비 과정이 안정적이었다. 그랬기에 결과도 성공적이었지 않나 싶다. 더불어 갤러리에서 나의 컬렉션과 디자인에 대한 안목을 믿어주었기 때문에 나 또한 열심히 전시 준비를 했다.

이번 전시 <마음이 시키는 일 2>는 지난 전시와 어떻게 다른가? 이번 전시는 모두 스위스에 기반한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디자인과 가구 역사에서 중요하게 손꼽히는 작품을 위주로 선정했다. 한국에는 소개된 적이 없는 작품이다. 새롭게 생산된 가구와 빈티지 가구를 함께 매치했고, 전시 방식도 지난번과는 다르다. 공간의 여백을 한껏 살려 미술 작품 전시하듯 가구를 배치했다. 하얀색의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구성해 화창한 봄날, 관람객에게 상쾌한 기운을 전달할 수 있을 듯하다. 시간을 품은 디자인 가구는 순수미술 작품과 다르지 않다. 장인이 디자인하고, 최고의 숙련공이 디테일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여 제작하며, 전 세대 사람들이 컬렉션하고 귀하게 여기며 소장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컬렉팅한 가구를 예술 작품이라 생각하는가? 컬렉팅 자체를 예술이라 하기는 힘들다. 컬렉션은 그저 한 개인의 스타일과 취향을 표현하는 방식일 뿐이니까. 컬렉션이 좋다면, 구성의 조화와 수집가의 안목을 높이 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수집가가 아티스트의 예술적 면모까지 지닐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나의 컬렉션, 모든 디자인 가구 하나하나가 예술품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웃음)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컬렉팅하는가? 유명 디자이너, 희귀 작품을 소장하는 것만으로는 가치 있는 컬렉션이라 할 수 없지 않을까. ‘아름다움은 바라보는 이의 눈 속에 있다.’ 내가 특히 애착을 갖는 문구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유니크한 존재다. 따라서 미에 대한 인식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나의 컬렉션 전부는 온전히 나의 관점에 의해 만들어진다. 내가 정의한 아름다움과 좋은 디자인이 모여 있는 셈이다. 특정 디자이너, 기간 또는 재질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이것이 나의 컬렉션이 단편적으로 평가될 수 없는 이유다. 단순히 완성도만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수집한다면, 자칫 집착이 될 수 있다. 이미 잘 짜인 퍼즐처럼 계획된 컬렉션이라면 일차원적일 수밖에 없다. 나는 무엇보다 나 스스로 터득한 아름다움에 기반한 오브제를 구현하는 과정에 흥미를 느낀다. 이렇게 완전한 오브제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자세, 이런 내적 다이얼로그는 나와 아름다움의 관계, 더 나아가 내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왔다. 그렇게 완성된 나의 컬렉션은 관객과 공유하면서 끝없이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1,2 실비오 쾰레(Silvio Köhle)의 작품 ‘Dreibeintisch’와 ‘Arbeitstisch’. 3 실비오 쾰레의 캐비닛 ‘Offener Korpus’.

 

한국에는 아직 컬렉팅 개념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엄청난 재력을 갖춘 이들이 하는 호사스러운 행위로 인식된다. 특히 예술 작품이나 가구 컬렉팅 같은 것은 더 그러하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컬렉션 범위는 광범위하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판가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아무리 값비싼 컬렉션이라도, 가장 값진 컬렉션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투자 관점에서 진행한 작품 수집이라면, 미래의 가치를 떠난, 열정으로 이룬 작품 수집의 전체적 그림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당신이 말한 대로 이 세상에 컬렉터는 매우 소수일 뿐이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스위스의 경우, 많은 이들이 집과 생활 방식에 민감한 편이다. 예술가뿐 아니라 의사, 변호사, 기술자 등 직업을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좋은 미술 작품과 디자인 가구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갤러리와 미술관을 자주 찾고, 디자인이 문화의 큰 부분이라 여긴다. 그런 자세가 컬렉팅의 시작이다. 컬렉팅, 예술, 디자인을 대하는 마음 말이다. 그 관심 대상이 신진 작가인지 거장 디자이너인지는 상관없다. 나는 현재 내가 가진 가구의 가치를 충분히 알고 있고, 이를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다.

이번 전시 작품 중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 작품이 있는가? 전시 작품에는 저마다 흥미롭고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아! 바로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긴 하다. 중요한 전시를 위해 디자이너의 작품인 찬장을 운반하는 도중에 작품이 내 발등 위로 떨어졌다. 그 바람에 작품이 손상되었다. 치료를 위해 곧장 병원으로 향했는데, 병원 대기실에서 마주한 여성분과 대화를 나누던 중 그분이 바로 디자이너 xy의 부인임을 알게 됐다. 이런 우연이 있나 싶었다. 그 덕분에 여분의 동일한 찬장을 선물로 받았고, 전시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얼마 전, 알파고가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다. 이제 인공 지능이 인간과 겨루는 시대다. 그런 반면 당신은 과거의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미래를 이야기하는 때도 당신은 여전히 과거를 들여다보고 있을 것 같다. 선천적으로 향수를 잘 느끼는 편이지만, 늘 과거를 되짚는 편은 아니다. 오늘, 여기에서 행복을 충분히 누리려고 하며, 다가올 내일에 나 역시 기대감을 품는다. 물론 첨단 기술이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생활하는 데 불편을 덜어주지만, 나 스스로는 트렌드에 덜 민감한 편이다. 무조건 새로운 풍조를 좇는 것만이 답은 아니지 않은가.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사고가 항상 열려 있고 비판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간 과거가 새로움을 낳기도 한다. 그리고 현재의 새로운 그 어느 것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시간을 견뎌내야 온전히 설 수 있다. 나의 역할은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시대의 가장 좋은 면모를 찾아서 결합하는 거라 생각한다.

 

 

 

윌리 굴 (Willy Guhl)의 ‘모듈 선반’과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의 ‘머블 파세 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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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neighbor,네이버,가구,디자이너,컬렉터,루돌프 뤼에그,가구전시,작품

CREDIT Editor 김은정 Photo 고운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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