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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랑의 심지

속도와 효율이 최고의 가치인 세상이지만, 청첩장이나 카드만큼은 그 반대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시간과 정성이 만들어낸 아름다움. 예랑의 최명심 대표는 이런 아름다움을 다루는 사람이다.

2016.03.14

 

유수의 기업, 특급 호텔의 초대장과 스테이셔너리부터 장동건·고소영의 웨딩 카드까지, 예랑은 지난 10년간 하이엔드 카드와 스테이셔너리로 견고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은 다수의 직원과 벤더, 공장에 이르는 규모를 갖춘 회사지만, 예랑의 시작은 최명심 대표의 손끝에서 완성된 한 장의 카드에서 비롯됐다. 13년 전 친구의 사무실을 빌려 만들기 시작한 카드였다. 높은 제작 비용도 불사했고, 시간이 걸려도 장인 정신과 수작업 공정을 고집했다. 시작 1년 만에 인터컨티넨탈 호텔, JW 메리어트 호텔, 르네상스서울 호텔의 초대장과 스테이셔너리 납품 계약을 했다. 운 좋게 따낸 계약이 오늘날 성공을 가져다준 ‘하이패스’권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르고 하는 소리다. 지난 10월 오픈한 6성급 호텔 포시즌스가 내로라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예랑은 당당히 협력업체로 선정됐다.

 

 

 

1 예랑에서 제작한 장동건·고소영의 청첩장 2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 납품하는 예랑의 웨딩 스테이셔너리 3 포시즌스 호텔의 일회용 컵, 케이크 박스, 기프트 패키지

 

예랑의 시작 대학교 4학년 때 우연히 카드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카드와 최명심 대표와의 첫 인연이다. 그녀가 디자인한 연하장이 크게 히트를 쳤고, 파격적인 조건으로 입사 제안을 받았다. “인쇄소를 함께 운영하는 큰 회사라 카드와 관련한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었죠. 당시 흔하지 않았던 수입지를 접하면서 안목을 키울 수 있었고요.” 어린 나이에 뛰어든 카드 디자인 일이 언제나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대량생산 체제의 회사이니 손이 많이 가는 디테일이나 좋은 재료를 쓰는 제 디자인과는 맞지 않아 타협해야 할 때도 많았죠.” 3년의 회사 생활 이후 결혼하고 아이를 갖게 되며 카드 디자인에도 잠시 소원해졌다. 그러다 ‘그림방’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디자인을 시작했다. 카드뿐 아니라 삽화나 건설회사 포스터 등 다방면의 작업이 현재 다각적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 예랑의 포석이 되었다. “꽃꽂이를 배우는 등 카드 디자인과 전혀 다른 일도 해보았지만, 제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은 카드 디자인이었죠. 그렇게 해서 아주 작은 사무실에서 카드 사업을 시작했어요.”
 

예술을 창작하는 집 최명심 대표가 처음 1인 회사의 이름으로 선택한 ‘예랑’의 뜻은 ‘예술을 창작하는 집’이다. 많이 팔아야 이문이 남는 카드 제작 업종에서 장인 정신, 수작업이 비효율적으로 평가받던 시절, 그녀는 홀로 길을 닦아갔다. “기존 회사의 방식과는 전혀 새로운 것,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웨딩 카드 디자인으로 예랑을 시작한 그녀는 자신의 디자인에 어울리는 수입지와 고급 부자재를 사용해 심플하고 감각적인 카드를 만들었다. 그녀의 안목을 알아본 호텔과 계약을 따낸 건 품격 있는 디자인의 가치를 입증받은 쾌거였다. 비싼 재료로 제작해 가격을 낮추는 데 무리가 있어 일반 고객과의 불협화음도 있었다. “이중 봉투로 제작한 게 비싸니 속지는 빼고 외지만 판매하라든가, 비싼 부자재로 제작한 디테일을 저렴한 부자재로 바꿔 가격을 낮춰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과 다투기도 했어요.” 하지만 곧,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은 사용하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일대일 상담을 통해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 맞춤 디자인 시스템으로 전환하며, 제작 방식도 조금씩 넓혀갔다. 또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채택해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세컨드 브랜드 ‘스텔라’도 론칭했다.
기업형  공방 현재 예랑에서는 청첩장과 답례장, 메뉴 카드, 성혼 선언문 커버, 방명록, 축의금 기록장, 축의금 봉투, 브로슈어, 쇼핑백, 답례품 박스 등 웨딩과 관련된 스테이셔너리 일체를 제작하고 있으며, 기업 인비테이션과 스테이셔너리, 제약 회사나 화장품 브랜드 패키지 디자인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 맞춤 카드 브랜드임은 변함이 없다. “청첩장 상담 고객 중 원하는 스타일이나 문구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오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상담을 통해 취향을 파악해 디자인에 들어가고 디테일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제안하는 일이 중요하죠.” 최명심 대표는 일상의 모든 것에서 디자인 모티프를 얻는다고 한다. 디테일부터 종이의 두께와 질감에도 전하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 것을 카드라 여기는 최 대표에게는 봉투의 속지, 마감 처리도 디자인 요소에 포함된다. 또 많은 부연 설명이 들어가지 않은 명료한 텍스트일수록 행간과 자간의 공간도 카드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대량 제작해야 하는 청첩장이나 인비테이션의 특성상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공장에서 제작하는 과정에도 그녀의 까다로운 검수는 계속된다. “10년 이상 이 일을 하다 보니, 만듦새가 정성스럽지 못한 상품을 식별하는 눈이 생겼어요.” 최 대표의 고집을 아는 예랑의 직원들도 그녀를 닮아 검수 과정에 도가 텄다. “어쩔 땐 저보다 더 가차 없더라고요.” 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 내심 뿌듯한 미소가 번졌다.

 

최명심의  심지 “어느 날 아버지와 아들이 자전거를 사려고 자전거 가게를 방문해요. 가게 주인은 비싼 자전거를 팔 수도 있었지만, 아이가 넘어지면서 배울 것을 고려해 튼튼한 자전거를 권했어요. 그 마음을 안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가 자라거나, 자전거가 낡아 자전거를 사야 할 때면 꼭 그 가게 주인을 찾았다고 해요. 저희 직원을 교육할 때나 저 스스로도 늘 새기는 이야기예요.” 예랑이 말하는 프리미엄이나 럭셔리는 비싼 수입지뿐이 아닌, 고객을 응대하는 일부터 디자인, 제작 후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일까지 철저하게 관리하는 데 있다. 어느 하나 허투루 하는 것이 없는 그녀의 다부진 심지와는 상반된, 모바일 청첩장이 생기고 있는 현상에 대해 물었다. “소식을 전하기만 하면 되는 목적이라면 편리한 방법도 나쁘지 않겠죠. 그렇지만 청첩장에는 보내는 사람의 감사의 마음과 정중한 초대의 가치가 담겨 있어요. 카드를 만드는 사람의 마음도 그 무게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런 경쟁은 늘 있어왔다. 빠르게 디자인해 빠르게 내놓는 저가 브랜드가 그것이다. 하나 종이의 두께와 질감, 텍스트 사이의 공간에도 전하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다고 생각하는 최 대표는 그들과 경쟁하지 않는다. 정성의 가치를 높이 사는 이들만이 그녀의 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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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neighbor,네이버,예랑,최명심 대표,청첩장,카드,시간,정성

CREDIT Editor 장은지 Photo GO WOON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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