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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낭만

12월이란 말 속엔 낮보다는 밤이, 경건함보다는 낭만이라는 말이 숨어 있는 듯하다. 연말, 우리를 더욱 뜨겁게 해줄 세 가지 낭만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그 낭만의 시간은, 모두 밤이다.

2015.12.15

 

눈도 없고, 캐럴도 없고. 거리 풍경은 예년만 못하지만, 그럼에도 겨울이다. 낭만적인 계절이 따로 있겠느냐만, 가장 낭만적인 계절을 꼽으라면 역시 겨울 아니겠는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야말로 낭만에 취하기에 좋은 때. 인생의 심오한 진리를 알려주거나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공연도 좋지만, 이 계절만큼은 낭만에 빠져보면 어떨까? 부디, 이 계절, 누구나 낭만적이어라. 1774년, 괴테의 역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출간과 동시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베르테르의 푸른색 프록코트는 당대 패셔니스타의 핫 아이템으로 꼽혔는데, 이 문제적 소설은 유행을 넘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 그 당시 베르테르를 따라 자살하는 일이 연달아 일어났고, 후대 사람들은 이런 모방 자살을 ‘베르테르 신드롬’이라고 했다. 뮤지컬 <베르테르>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된 여인을 사랑하다가 죽어버린 베르테르의 비극은 원작 그대로다. 그러나 뮤지컬에는 원작에 없는 무엇이 있다. 음악이다. 괴테가 베르테르의 사연으로 눈물을 고이게 만든다면, 뮤지컬의 음악은 그 눈물을 떨구게 흔들어버린다. 피아노가 더해진 현악기의 선율은 가슴을 사정없이 두드린다. 특히 ‘하룻밤이 천년’과 ‘발길을 뗄 수 없으면’은 백미 중의 백미. 여기에 이번 공연에는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초연 15주년을 기념하여 뮤지컬계 원조 완판남 조승우가 엄기준, 슈주의 규현과 베르테르로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라 또 다른 의미의 ‘베르테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브라운관에서 시청자의 복고 감성을 건드리는 사이, 무대에선 뮤지컬 <젊음의 행진>이 복고 낭만을 부추긴다. 제목인 ‘젊음의 행진’은 1980년대 히트한 음악 프로그램. 1980년대 ‘뮤뱅’(뮤직뱅크)이랄까. 뮤지컬은 서른다섯의 공연 기획자 오영심이 7080세대를 대상으로 콘서트 ‘젊음의 행진’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어린 시절 친구 왕경태를 만나 25년 전 과거로 추억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오영심, 왕경태라는 이름이 익숙한 이라면 배금택의 만화 <영심이>를 보며 울고 웃던 세대일 것. 뮤지컬은 바로 그 영심과 경태가 성인이 되어 재회한다는 설정에 신해철의 ‘그대에게’,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 등 1980년대 유행가부터 이승환의 ‘천일동안’, 지누션의 ‘말해줘’ 등 1990년대 인기 가요를 더했다. 과거 영심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던 초등학생에서 어엿한 성인이 된 경태는 영심을 기억하고 있을까? 둘은 과거처럼 사랑에 빠지게 될까?

 

12월 발레리나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오간다. “올해는 호두 몇 개 깠어?” 말인즉, <호두까기 인형>에 몇 회 출연했느냐는 질문이다. 신예 무용수들의 등용문으로 통하는 <호두까기 인형>. 크리스마스이브, 호두까기인형을 선물 받은 소녀가 꿈속에서 만난 병사와 함께 모험을 펼치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히는 작품. 국내에서는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매년 연말 정기 레퍼토리로 선보여 크리스마스 풍경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나 막상 무대에서 공연을 관람한 이는 손에 꼽을 터.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유리 그리고로비치 안무의 볼쇼이 버전으로, 볼쇼이 발레단 특유의 역동적인 동작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과자나라 요정들의 춤이 돋보이는 ‘눈송이 군무’는 이 작품의 백미. 사탕 요정의 시녀들이 추는 ‘꽃의 왈츠’도 빼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하는 건 귀엽고 앙증맞은 어린 무용수.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씀을 올리면, 발레는 딸과 보는 공연이라는 편견을 버리라는 것이다. 

 

 글을 쓴 김일송은 <씬플레이빌> 편집장이자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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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neighbor,네이버,낭만,응답하라 1988,호두까기 인형,발레,베르테르,뮤지컬,절음의 행진,뮤지컬

CREDIT Editor 김일송 Photo 네이버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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