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도 2 탐정: 더 비기닝 3 서부전선 

이번에 다룰 영화는 추석 시즌 한국 영화 세 편이다. <탐정: 더 비기닝> <사도> <서부전선>. 장르도 각각 추리 코미디, 정통 사극, 전쟁물로 다르다. <탐정: 더 비기닝>은 <쩨쩨한 로맨스>의 김정훈이 5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성인 만화가와 섹스 칼럼니스트를 콤비로 내세운 전작처럼 이번에도 오드 커플을 내세운 콤비 플레이인데,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이번엔 그 콤비가 연애를 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에서 권상우는 미제 살인 사건 카페를 운영하는 파워 블로거인 만화방 주인 강대만을, 성동일은 광역수사대 출신 레전드 형사 노태수를 연기한다. 원래 앙숙이던 두 사람은 노태수의 친구인 강력계 형사인 준수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되자 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손을 잡게 된다. 척 봐도 셜록 홈스식 민간 자문 탐정 이야기의 설정을 한국식으로 옮긴 영화이다. 단지 한국판 홈스와 왓슨의 모험이 아니라 한국판 홈스와 레스트레이드 콤비의 모험담이 되겠다. 예고편을 보면 추리보다는 두 캐릭터의 앙상블과 그를 통해 발생하는 코미디에 중점을 둔 것처럼 보인다. <탐정: 더 비기닝>이라는 야심 찬 제목은 영화가 성공하면 속편을 풀겠다는 선언처럼 보이는데, 이게 가능한지는 영화를 일단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도>는 <왕의 남자>의 이준익이 5년 만에 내놓은 사극이다. 송강호가 영조를, 유아인이 사도세자를, 문근영이 혜경궁 홍씨를 연기한다. 이준익은 사극 전문 감독으로 알려졌지만, <황산벌> <왕의 남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평양성>이 모두 실제 사건이나 인물에 현대적 상상력을 더해 만든 퓨전 사극 장르로 구분됨을 고려해보면 이번 영화의 선택은 오히려 예외적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정통 사극’인 것이다. 예고편을 보아도 아직까지는 우리가 수많은 매체를 통해 접한 사도세자 이야기와 특별히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사도세자의 이야기를 장르적 관점에서 다시 접근한 최근작으로는 얼마 전에 KBS 드라마 스페셜에서 방영한 <붉은 달>이 있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사도세자가 장희빈의 귀신에 들린 것으로 나온다). 다시 말해 마치 셰익스피어 희곡을 다루듯 관객들에게 익숙한 소재를 깊이 탐색할 생각으로 보이는데, 이 우직한 시도가 얼마나 먹힐지는 알 수 없다. 단지 경력 최초로 왕을 연기한 송강호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는 기대된다. 

<서부전선>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7급 공무원>의 각본가인 천성일의 첫 감독작이다. 이번 영화도 한국 역사나 분단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전작들과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 영화의 시대 배경은 한국전쟁 말기. 종전을 3일 앞두고,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군 남복은 전쟁의 운명을 가를 일급 비밀 문서를 정해진 장소, 정해진 시간까지 전달하라는 임무를 받지만, 적의 습격으로 동료들과 비밀 문서까지 모두 잃게 된다. 탱크를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 탱크병 영광은 남으로 진군하던 도중 무스탕기의 폭격으로 사수를 잃고 혼자 남게 된다. 탱크를 끌고 홀로 북으로 돌아가려던 영광은 우연히 남복의 비밀 문서를 쥐게 되고 서부전선에서 단둘이 맞닥뜨린다는 이야기다. 예고편을 보면 도입부 전쟁 묘사의 스케일은 상당히 큰 편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스토리로 들어가면 설경구와 여진구가 연기하는 두 남북 군인들의 캐릭터 중심 소동극이 될 것처럼 보인다. 동시에 쏜 두 포탄이 중앙에서 충돌하는 장면 같은 걸 보면 코미디를 위해 사실성은 어느 정도 포기할 것 같고, 결국 휴먼 코미디 방향으로 갈 것 같은데, 영화의 흥행은 그간의 남북을 소재로 한 영화의 흥행 추이로 볼 때 현재 남북 간 긴장 상황의 영향을 받을 듯하다. 줄거리와 예고편을 통해 세 편의 영화가 어떤 작품일지 예측해보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느 정도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감독의 작품은 하나밖에 없으며, 대부분 감독의 개성보다 기획력이 더 중요한 영화들이다. 결국 뚜껑은 추석에 직접 열어봐야 한다는 말이다. 

* 이 글을 쓴 듀나는 소설가이자 영화평론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