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은 모던과 다릅니다. 문명 시대가 시작된 이래 미니멀리즘은 늘 문화의 표준이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명심하고 있습니다.” 1976년 시몬 한센(Simon Hansen)이 설립한 대니시 스틸 하우스(Danish Steel House)라는 스틸 제품 제조 회사가 메누(Menu)의 시초였다. 어느덧 40년이 다 되어가는 메누의 제품은 덴마크 왕실에서도 사용할 정도로 제품의 퀄리티를 인정받았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세계 디자인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북유럽은 루터파 신교도의 영향으로 검소하고 실용적인 생활 방식이 굳건히 자리 잡은 데다 자연환경과 그 지역의 역사적 배경이 더해져 오래전부터 튼튼하면서도 미감 좋은 가구를 만들어왔고, 대중은 이를 일상 속에서 즐겼다.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은 무언가 대단하고 어려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디자인이 인상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이는 사소한 것일 수 있습니다.” 메누의 CEO 페테르 미드고르(Peter Midgaard)는 덧붙여 말했다. “우리는 디자인과 함께 숨 쉬며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인위적이거나 실용적이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단순함과 자연스러움, 기능성과 실용성을 적절히 조합해야 합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생각한 디자인에 새로운 소재와 기능을 접목하여, 사용자가 오래도록 즐기며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생산하는 데 메누는 끊임없이 도전한다. 

디자인 물건은 미학적 기쁨뿐만 아니라 일상을 편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디테일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연구, 재료의 물성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메누는 스틸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에 그 기반을 두고 있기에 그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예컨대, 메누의 스틱 시스템은 나무 스틱을 스틸로 조여 완성한 심플한 디자인의 선반이다. 이는 수직 혹은 수평으로 무한대로 조립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그 형태를 어느 정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유기적 디자인을 통해 현명한 공간 활용 솔루션과 미감을 동시에 만족시킨 것이다. “창의력은 종종 샘플 제품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디자인을 통해 아름다움과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늘 연구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2015년에 선보인 놈 배스(Norm Bath) 시리즈를 예로 들면, 작은 디테일을 통해 위생적으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기능을 더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칫솔 홀더의 바닥에 낸 작은 격자는 칫솔을 자연 건조시켜주고, 거울은 수납함과 비누 디스펜서나 작은 파우치를 놓을 수 있는 공간 같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이렇듯 메누의 제품에는 끊임없는 관찰과 경험에서 비롯된 기능이 디자인 속에 담겨 있다. 

인체 공학적인 선과 세련미, 거기에 빛을 머금은 듯한 색감은 디자인에 생명을 불어넣는 듯 하다. 한편 메누의 제품은 단순히 예쁘다는 말을 넘어서는 풍부하고 부드러운 특유의 색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간결하고 똑 떨어지는 디자인임에도 세월의 흔적을 입은 듯한 부드럽고 따스한 파스텔 컬러를 더하니 물건에서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깨끗하고 소프트한 색감. 이것이 메누가 지향하는 ‘소프트 미니멀리즘’을 극대화시킨다. 

1 케틀 티포트는 차가 우러나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디자인했다. 2 보틀 형태의 그라인더는 놈 아키텍츠(Norm Architects)가 디자인한 제품. 3 테이블과 촛대의 두 가지 기능을 하는 와이어 시리즈. 4 놈(Norm) 다이닝 시리즈는 편안한 주방 풍경을 연출한다.

“진정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제품,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데에는 여러 사람의 감각과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여러 디자이너들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합니다.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공유하면,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좋은’ 생각이 탄생합니다. 이를 ‘훌륭한’ 자재와 조합하면 메누의 디자인 물건이 완성되죠.” 

메누를 통해 우리는 북유럽 디자인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바로 ‘혁신’이다. 브랜드 메누는 ‘소프트 미니멀리즘’, ‘단순함’이라는 자신들의 명확한 아이텐티티를 유지한 채 세계적인 디자이너, 젊은 신진 디자이너들의 글로벌한 감각과 빛나는 아이디어를 덧입힌다. “메누는 시장을 변화시킬 혁신적인 디자인 물건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이는 새로운 소재, 생산 방식, 기능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구현될 수 있겠죠.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을 고집하거나 처음부터 대단한 디자인을 하겠다고 머뭇거리진 않을 겁니다. 현명한 솔루션을 갈망하고, 기능적인 디테일에 집중하며, 우리가 사랑하는 소프트 미니멀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1, 7 스틱 시스템 선반은 다양한 컬러와 나무의 질감을 디자인 요소로 사용했다. 긴 나무 막대를 스틸 소재의 연결고리로 조립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크기로 구성할 수 있다. 2 피크닉 백 디자인에서 모티프를 얻어 디자인한 멀티 바스켓. 내용물을 넣는 칸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고, 손잡이를 옆으로 내리면 트레이로 사용할 수도 있다. 3 대만 출신의 듀오 디자이너 애프터룸이 디자인한 체어. 자연스럽게 받쳐주는 등받이와 좌석은 나무로 제작했고, 다리는 스틸 소재다. 4 소재의 특성을 활용한 디자인은 다이닝 웨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코르크 소재의 마개와 스톤의 보디를 조합하여 완성한 스토리지 병은 자연의 촉감이 느껴진다. 케틀 티포트는 차가 우러나는 모습을 색감과 향으로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5 Snaregade 테이블은 직사각형, 타원형, 원형 세 가지 형태로 디자인했다. 작업 테이블, 식탁 등 공간과 목적에 맞게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6 메누는 거실, 욕실, 침실 뿐 아니라 야외에서도 사용하는 전반적인 물건을 디자인한다. 모든 디자인 제품이 소프트 미니멀리즘이라는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한 장소와 함께 연출해도 어색함이 없다. 8 루이 알베스가 디자인한 라운지 소파는 심플하고 명확한 형태가 특징이다. 섬세한 디테일에서 비롯된 높은 완성도가 이 제품의 가치를 더한다. 9 메누는 벽에 기대어 사용하는 사이드 테이블이나 간결한 선으로 완성한 선반 등 아이디어를 더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