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관련 행사가 눈에 띄게 많아지는 봄이다. BMW 모토라드도 이맘때 시즌 오프닝 투어를 연다. ‘차고에 잠들었던 바이크를 깨워 한번 모이자’는 취지다. 전국 각지의 라이더를 모으기 위해 한반도의 정 가운데인 경상북도 상주시 경천섬 일대에서 행사가 열린다. 서울 강남을 기준으로 3시간 이상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시즌 오프닝 투어치고는 꽤 본격적이다. 하지만 자동차 행사와 달리 이들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움직이는 과정을 즐기기 때문에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장거리 투어 주행에 맞춰서 이번엔 BMW S1000 XR를 타고 투어에 참여했다. 어드벤처 스포츠 세그먼트에서 주목받는 모델로 슈퍼바이크 S1000 RR의 기본적인 구성을 물려받았다.

4기통 999cc 엔진을 바탕으로 160마력/1만1000rpm을 발휘한다. 대단히 날카롭고 신경질적일 것 같은 외모지만, 실제로는 장거리를 고속으로 달릴 때 무척 편안하다. 일단 스로틀을 적당히 감고 기어 어시스트(클러치를 잡지 않아도 기어를 변경할 수 있다)를 이용해 속도를 올린다. 그러면 곧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구간이 나온다. 물론 그 영역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S1000 XR를 처음 탔을 때 열선 핸들 그립이 사치스럽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이 짧았다. 실제로는 고속으로 장시간 바람을 맞으며 달리려면 꼭 필요한 기능이었다. 오전과 오후의 일교차가 컸던 이번 투어에서도 열선 그립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아마 이 기능이 없었다면 투어가 두 배나 힘들고 어려웠을 것이다.

어쨌든, 5명으로 구성된 우리 일행은 바람을 따라 목적지에 어려움 없이 도착했다. 그리고 1000여 명의 고객과 함께 모여 안전한 라이딩을 기원하고 친목을 다졌다. 자동차 행사나 모임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광경이었다. BMW 모토라드가 준비한 행사는 무사고 안전 기원제와 기념사진 촬영, 안전한 라이딩을 위한 운행 팁 소개에 이어 점심 식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곳에 오기 위해 장장 3시간을 달려온 것에 비하면 약간 허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모터사이클 라이딩 이벤트는 목적이 아니라 과정을 즐긴다.

다시 말해 왕복 6시간의 투어가 행사의 핵심이다. 게다가 ‘2016 모토라드 오프닝 투어’의 주제는 오프닝이다. 그러니 겨우내 잠들었던 모터사이클을 꺼내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타고 나왔다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