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 니로의 방점은 바로 여기에 찍혀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친환경차라는 것보다 소형 SUV를 추가하며 SUV 풀라인업을 갖췄다는 것에 좀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로써 RV 명가 기아의 자부심과 만족감이 채워졌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 니로가 정말 소형 SUV일까? 니로의 플랫폼은 현대 아이오닉에서 가져왔다. 아이오닉의 플랫폼은 현대 아반떼 플랫폼에 기반한다. 두 플랫폼은 앞뒤 바퀴 사이 거리인 휠베이스와 양쪽 바퀴 사이 거리인 트레드가 거의 같다. 반면 소형 SUV라 불리는 다른 차들은 소형차 플랫폼을 사용한다. 쉐보레 트랙스는 아베오의 것을, 르노삼성 QM3는 르노의 소형차 클리오의 것을 공유했다. 휠베이스 길이만 살펴도 소형 SUV라는 니로가 준중형급인 현대 아반떼, 아이오닉과 같은 2700밀리미터인 반면 상위 차종인 기아 스포티지와 현대 투싼은 2670밀리미터다. 오히려 30밀리미터 짧다. 그럼에도 덩치 큰 동생인지, 움츠린 형인지 쉽게 판단할 순 없다. 국내에서는 자동차를 구분하는 기준이 정확한 수치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길이를 기준으로 하는 유럽의 세그먼트 구분도 종종 모호해지는 경우가 있다. 자동차 체구를 키우는 게 세계적인 흐름인 데다 새로운 차종이나 디자인 경향이 등장해 종전의 기준을 무의미하게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SUV는 J세그먼트로 크기에 상관없이 뭉뚱그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준중형 플랫폼을 사용하고도 소형이라 하는 게 옳은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불공정 경쟁일 수도, 과열 경쟁을 부추길 수도 있어서다.

아무튼 체급과 상관없이 그냥 니로라는 새로운 자동차를 보자면 꽤 매력적이다. 우려했던 디자인은 생각보다 괜찮다. 사진보다 실제가 낫다. 일견 밋밋한 구석도 있긴 하다. 헤드램프가 서로 멀찍이 떨어진 것과 납작한 뒷모습이 개성을 흐린다. 오히려 불만은 차체 자세에 있다. 낮다. SUV처럼 보이질 않는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공기저항을 낮추려다 보니 지면에서 차 바닥까지의 높이도 낮아졌고 전체적인 높이도 1545밀리미터로 낮게 디자인됐다.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와 같은 높이다. 이렇다 보니 시트포지션도 낮다. 세단이나 해치백 등 일반적인 차종을 탔을 때와 같은 느낌이다. SUV 특유의 시원한 시야를 누릴 수 없다.

하지만 공간 자체는 훌륭하다. 차급에 비해 무릎공간, 머리공간, 모두 여유롭다.

주행감은 부드럽다. 서스펜션이나 변속기, 가속반응 모두 부드럽고 편안하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과 모터가 모두 기세를 높이지만 맹렬하진 않다. 빠른 가속을 위해 기어를 한단 내리는 타이밍도 즉각적이진 않다. 서스펜션은 저속에선 약간 단단하고 고속에선 오히려 말캉말캉하다. 그래도 사소한 움직임을 잘 억제해 안정감을 해치진 않는다.

엔진과 모터는 자연스럽게 교차하며 작동한다. 다만 순수하게 모터로만 가는 구간은 기대보다 많지 않았다. 엔진과 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비중이 높았다. 연비는 좋았다. 시승하는 58킬로미터 구간 중 급가속과 급제동도 수차례 있었고 장시간 고속을 유지하며 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트립 컴퓨터상 연비가 리터당 17.8킬로미터나 나왔다. 시승했던 모델은 18인치 타이어가 끼워져 있던 모델로 공인연비가 리터당 17.1킬로미터였다.

니로는 하이브리드 친환경차 세제 지원 대상이다. 때문에 한 체급 작아 보이는 경쟁모델과 비교해 가격경쟁력도 떨어지지 않는다. 소형 SUV 시장의 판도에 변화가 생길까?

 

 

 

형보다 큰 아우
니로는 준중형급인 아이오닉과 플랫폼을 공유한다. 스포티지보다 휠베이스가 길어 못지 않은 실내공간을 만들었다. 잘하면 형도 위협하겠다.

 

 

 

KIA NIRO
기본 가격 2845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왜건 엔진 직렬 4기통 1.6ℓ DOHC 16밸브, 105마력, 15.0kg·m/모터 43.5마력, 17.3kg·m/시스템 출력 141마력, 27.0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6단 자동 공차중량 1465kg 휠베이스 2700mm 길이×너비×높이 4355×1805×1545mm 복합연비 17.1km/ℓ CO₂ 배출량 92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