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1~24일, 모나코 몬테카를로를 시작으로 눈과 얼음산을 넘어 프랑스까지 총 16개 스테이지 380킬로미터의 거리를 달리는 2016 WRC 개막전이 열렸다. 올해부터 시트로엥 팀이 빠지면서 컨스트럭터 팀은 현대를 포함해 폭스바겐, 포드까지 3개 팀으로 줄어 재미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었지만 현대 팀의 선전으로 모든 스테이지가 꽤 흥미진진했다.

몬테카를로 개막전에서 현대 팀은 아직 랠리카 세팅이 완벽하지 않아 보였다. 초반 다니엘 소르도가 서스펜션 세팅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고, 안정적인 주행을 펼쳤던 티에리 누빌도 후반부터 기어박스 문제로 어려운 경주를 펼쳤다. 그럼에도 두 드라이버는 선전했고 각각 6위와 3위를 차지하며 25포인트로 1위 폭스바겐과 동점을 일궈냈다. 특히 스페셜 스테이지(SS) 12에서는 현대 팀이 1, 2, 3를 싹쓸이하면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폭스바겐은 여전히 강력했다. 막강한 라인업(세바스티앵 오지에, 야리-마티 라트발라, 안드레아스 미켈센)에 수년간 개선 작업을 거친 랠리카까지 고스란한 덕분에 선두를 꾸준하게 지켰고, 오지에와 미켈센이 1, 2위를 차지하며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면모를 발휘했다. 현대 팀은 자동차 세팅이 완벽하지 않음에도 폭스바겐과 같은 25포인트를 따내며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이 계속되면서 랠리카 세팅이 점점 단단해지면 폭스바겐에 가장 강력한 도전자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도 WRC는 꽤 흥미진진할 것으로 보인다.

 

 

 

2016 WRC 개막전은 폭스바겐의 원투 피니시로 끝났지만 현대와 포드의 추격이 아주 거셌다. 특히 현대는 3위로 경주를 마치며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줬다.

 

 

 

 

피 말리는 2위 싸움의 서막
현대 팀은 지난해와 달리 두 개의 팀 중 메인 팀인 현대 모터스포트를 티에리 누빌이 이끌고, 다니엘 소르도는 현대 모터스포트와 모터스포트 N 양쪽을 오가게 된다. 드라이버는 지난해와 같이 누빌, 소르도, 패든이 담당한다. 랠리카의 기술적인 부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력 특성을 개선한 디자인에 색상이 달라졌을 뿐이다.

M-스포트에서 세미 워크스팀 형태로 운영되는 포드는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올해 M-스포트가 운영하는 포드 팀은 3개로 각 팀은 모두 다른 타이어(미쉐린, 디막, 피렐리)를 사용한다. 포드는 시트로엥에서 뛰던 매드 외츠버그를 불러들이고 올 시즌 WRC에 데뷔하는 신예 에릭 카밀리를 기용했다. 워낙에 젊은 피를 활용한 용병술이 뛰어난 팀이라 이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와 포드에게 올 시즌이 중요한 이유는 비교적 경쟁자의 수가 적어 포디엄 점유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와 포드 중 그나마 현대가 약간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군더더기를 줄이는 소소한 변화를 택한 현대는 3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된 팀 전력을 확보했다. 반면 포드는 경력은 현대보다 길지만 모험에 가까운 대대적인 변화를 택해 어느 정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황욱익(모터스포츠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