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뉴 K7의 크고 넓은 시트는 쿠션도 두툼해 참 편하다. 그런데 헤드룸이 좁다. 시야가 넓다 생각했더니 루프 스타일을 위해 지붕을 둥글리며 헤드룸이 줄었다. 센터페시아 구성은 좌우로 쭉쭉 뻗어 시원스럽다. 각종 버튼도 크다. 뭔가 편하고 안락한 주행이 될 것 같았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서스펜션이 충격을 눌러내는 능력이 많이 좋아진 걸 느낄 수 있었다. 노면 충격을 잘 걸러 느낌만 남긴다. 충격에 불리한 19인치 휠과 타이어임을 감안하면 아주 좋은 승차감이다. 리바운드도 적다. 기아는 올뉴 K7의 앞 서스펜션에 차체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리바운드를 줄이기 위해 리바운드 스토퍼를 달았다. 노즈 움직임이 간결하니 승차감이 더 좋은 것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너무 가볍다. 충격은 잘 잡는데, 바퀴로 꾹꾹 눌러 충격을 없애는 느낌이 아니라 서스펜션 스프링으로 충격을 줄인다는 게 느껴진다. 준대형급이라면 좀 더 묵직한 승차감을 지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작 문제는 승차감이 아니라 스티어링이다. 반응이 늦고 피드백이 전혀 없다. 얼마나 늦느냐면, 미리 운전대를 돌려놓고 차체 뒤쪽이 따라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차체를 좌우로 움직일라치면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진다. 서스펜션이 꾹꾹 눌리면서 롤이 심해지고 뒤는 점점 늦게 따라온다. 갑작스러운 회피 주행은 불가할 것 같다. 또 운전대에서 그 어떠한 감각도 전해지지 않는다. 노면과의 직결감이 전혀 없다. 준대형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렇게 반응이 느리고 감각이 없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운전의 즐거움이 전혀 없다. 운전이 재미없었던 것은 존재의 가벼움이다. 속도가 오르면 그만큼 더 밑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그런 느낌이 없다. 오히려 급가속이라도 할라치면 노즈가 좌우로 움찔거렸다. 공기저항으로 인해 앞바퀴 그립력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35.0kg·m의 토크가 몰려 트랙션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준대형급 차에 이런 불안한 상황이 생기도록 놔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뒷자리는 헤드룸도 무릎공간도 아주 넓다. 센터터널이 없어 공간효율성도 나무랄 데 없다. 승차감도 앞자리에 비해 부드럽다. 그런데 속도를 올리자 몸이 약간씩 좌우로 움직이며 힘이 들어간다. 차체가 진중하게 움직였으면 좋겠는데 쓸데없는 움직임이 많다. 예를 들면 리바운드는 없는데 좌우로 약간씩 기우뚱거린다. 코너에서는 차체가 수평을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다. 코너 탈출 후에는 롤을 잡기 위해 서스펜션이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이런 방식으로 서스펜션이 중력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이게 오히려 탑승객의 몸을 더 힘들게 한다. 차체 앞뒤, 위아래, 좌우로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중력에 대응하는 방식이 자연스럽지 않고 거칠고 투박하다. 이럴 바에는 오히려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출렁임이 훨씬 더 편할 것이다. 기아차는 승차감과 핸들링, 차체 거동성에서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는데 그 많은 것들이 제대로 숙성되지 않았다. 

국산 최초의 앞바퀴굴림 8단 자동변속기는 빠르고 유연하며 충격이 없었다. 엔진과 궁합도 잘 맞아 속도 변화에 따른 변속이 자연스러웠다.

KIA ALL NEW K7 3.3 GDI
기본 가격 392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V6 3.3ℓ DOHC 24밸브, 290마력, 35.0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1670kg 휠베이스 2855mm 길이×너비×높이 4970×1870×1470mm 복합연비 9.7km/ℓ CO₂ 배출량 176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