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시장의 흐름을 보면 국산 준대형 시장이 점점 뜨거워지는 걸 느낀다. 전통의 마켓리더 현대 그랜저는 풀모델 체인지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매달 5000~6000대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지난해 8만7182대 판매). 그랜저 위에 자리한 현대 아슬란은 출시 초기 판매동력이 없어 보이는 듯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량이 시나브로 올라오면서 지난해 8629대가 판매됐다. 쉐보레 임팔라도 수입 물량이 부족해 없어서 못 파는 형국이다. 매달 1500대 정도씩 등록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월 기아 올 뉴 K7이 출시됐다. 올해 판매량만 5만대를 목표로 한다. 준대형차 시장에서는 르노삼성 SM7(1월 361판매, 전년 동월 대비 -10.4퍼센트)만이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올해 국산 준대형 시장이 뜨겁고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순히 판매되는 차종이 늘어서만은 아니다. 지속적인 저유가 흐름과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은 중형에서 준대형 세단으로 넘어가는 문턱을 낮추고 있다. 또한 앞바퀴굴림 준대형차 시장은 수입차 공세가 그다지 높지 않은 시장이다. 차의 크기와 가격의 오묘한 상관관계에서 크기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훨씬 많은 시장이다. 더불어 하반기에는 준대형급 폭풍의 핵인 현대 그랜저의 풀모델 체인지가 예정돼 있다. 그래서 다른 모델들은 지금 차를 많이 팔아야 한다.
준대형차는 패밀리 세단의 정점에 있는 차종이다. 운전자뿐만 아니라 모든 탑승자의 편의성과 안락성을 제공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기함으로서 브랜드의 가치와 기술의 숙성도를 대변해야 한다.
우리는 현대차그룹의 앞바퀴굴림 모델 중에서 가장 비싼 아슬란과 준대형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가장 강력한 경쟁 모델인 쉐보레 임팔라를 비교하기로 했다. 준대형 패밀리 세단으로서 가치의 우열을 가림과 동시에, 준대형차 예비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구매 가이드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주행품질과 핸들링
제원표로 알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실감한 비교 시승이었다. 14센티미터나 긴 임팔라가 휠베이스는 오히려 1센티미터 짧다. 차폭은 5밀리미터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트레드는 2~3센티미터나 좁다. 차체 무게는 40킬로그램 무겁다. 이런 제원을 가진 임팔라는 주행 안정성에서 아슬란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주행 안정성과 조종성은 임팔라의 압승이었다.
아슬란의 주행감각은 한마디로 고급스럽다. 노면과 타이어로부터 전달되는 소음과 진동을 아주 잘 차단해 미끄러지듯 매끄럽고 실내는 조용하다. 매우 부드럽지만 출렁거리지 않도록 탄탄하게 조여진 승차감 느낌이 좋다. 제네시스가 별도의 브랜드로 독립한 지금, 아슬란은 현대 브랜드의 기함이다. 이런 기함의 지위에 걸맞은 주행감각이다. 단, 시속 100킬로미터 이하에서만.

현대차는 아슬란으로 럭셔리의 끝을 선보이고 싶었다. 제네시스 급의 편의 및 안전 장비를 그랜저의 차체에 통합하고 앞바퀴굴림 최고의 승차감과 안락함을 실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결과 아슬란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그랜저보다 80~100킬로그램 무거워졌고 승차감 때문에 강한 스프링도 사용하지 못했다. 따라서 주행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좀 더 강한 쇼크 업소버로 차체 흔들림을 막는 방법뿐이었다. 여기에 더해 승차감을 희생하지 않으려면 상황에 따라 감쇄력을 조절할 수 있는 전자제어식 쇼크 업소버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슬란은 일상 속도에서 작은 요철을 만나면 부드럽지만 동시에 탄탄하면서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낸다. 차체의 움직임을 쇼크 업소버가 제어하는 것이 효과적인 차선 변경이나 우회전같은 짧은 선회에서는 롤링도 잘 억제된다. 하지만 인터체인지나 큰 사거리의 좌회전처럼 길게 이어지는 코너에서는 롤이 커지고 조종성능도 둔해진다. 부드러운 스프링 때문이다. 같은 이유에서 긴 바운싱을 만나기 쉬운 고속도로에서도 속도가 올라갈수록 주행 안정성은 아쉬워진다.
임팔라는 아슬란에 비해 세련된 맛이 부족하지만 직관적이다. 바퀴가 굴러가는 순간부터 임팔라는 노면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거칠게 올라오지 않고 노면 소음도 시끄럽지는 않다. 어쨌든 임팔라의 주행 감각은 아슬란과 같은 고급차 느낌은 아니다. 물론 임팔라의 거대한 20인치 휠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확실한 것은 임팔라는 고급차의 안락함을 위해 외부 자극을 적극 차단하지는 않았다. 그랜저보다 무거워졌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위해 부드러운 스프링을 사용한 아슬란과는 달리, 임팔라는 충분히 탄탄한 스프링을 사용하고 지나치게 쇼크 업소버에 의존하지 않는 솔직한 세팅을 선택했다.

이런 담백한 임팔라의 튜닝 방향이 고급스러운 승차감에는 손해를 조금 보았을지 모르지만 조종성엔 득이 됐다. 노면 감각이 아슬란보다 솔직하다. 또한 속도나 탑승자 수, 코너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운전자가 느끼는 조종 감각이 일정하다.
다루기 쉬운 차는 이해하기 쉬운 차다. 코너를 들어갈 때와 중간의 느낌이 다르다면 운전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고, 탑승자 수에 따라서 느낌이 확 달라진다면 전혀 다른 차를 운전하는 어색함을 느낀다. 이해하기 쉽다면 믿을 수 있고, 그러면 돌발 상황에서도 자신을 갖고 한계를 다루어낼 수 있다. 안전하다는 뜻이다. 이는 견고한 차체 강성과 탄탄한 서스펜션의 역할이 크다.
이번 시승은 도로 상황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강추위와 폭설이 지난 직후에 영상으로 온도가 올라간 날이었기 때문이다. 노면에 습기와 염화칼슘이 얇은 막을 이룬 미끄러운 날이었다. 이런 날에는 슬라럼이나 급차선변경 테스트 속도는 별 의미가 없다. 하지만 낮은 속도에서도 한계 상황에서 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으므로 오히려 유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말 천지 차이였다.
슬라럼 테스트에서 임팔라는 민첩한 조향 응답성과 노면을 꽉 누르고 접지력을 잘 만들어내는 앞바퀴에 힘입어 예리하면서도 안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차체 크기를 잊어버릴 정도로 민첩했고, 한계를 넘어도 어렵지 않게 안정성을 회복할 수 있는 이해하기 쉬운 특성이 좋았다. 반면 아슬란은 운전대와 노면이 전혀 교감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빨리 운전대를 돌려야 미끄러지지 않을지 도무지 감 잡을 수 없다. 앞바퀴만 돌고 앞머리는 미끄러지다가 비로소 선회할 때 나는 이미 반대쪽으로 운전대를 돌리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슬라럼은 전혀 되지 않고 차체만 움찔거리다 자세제어 시스템(VSM)이 출력을 줄이고 브레이크를 격하게 사용하며 안정성을 가까스로 유지했다.

급차선 변경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아슬란은 급하게 운전대를 돌리면 0.5~1초가량 그냥 언더스티어를 일으키다가 갑자기 앞머리가 선회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이번에는 뒷바퀴가 허둥거리며 앞바퀴를 따라가려다 차의 뒤꽁무니가 진행 방향을 지나치는 피시테일을 일으킨다. 그다음은 카운터스티어를 해도 여지없이 VSM이 처리한다. VSM을 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임팔라는 확실하고 민첩하게 앞머리를 돌리는 조향 응답과 접지력이 좋았다. 큰 차체와 긴 오버행에 뒤꽁무니가 피시테일을 일으킬 때도 ESC는 늦게 개입한다. 하지만 확실한 노면 감각으로 이를 수습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이 급의 차를 사면서 이렇게 운전할 사람, 또는 차의 기본기를 보고 선택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테스터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 아슬란의 상품성과 고급스러움은 확실히 임팔라를 능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주행품질에서는 아슬란도 좋은 면이 있지만, 아슬란은 조종성능을 믿을 수 없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현대 아슬란은 확실히 실내가 넓고 고급스럽다. 고급 소재를 사용했고 마무리가 깔끔하다. 센터페시아 구성이 간결하며 한눈에 스윽 봐도 각종 컨트롤러의 쓰임새를 쉽게 알 수 있다. 편의장비도 임팔라보다 많다.

 

 

주행성능 및 테스트 결과
임팔라 3.6 LTZ와 아슬란 3.3 GDI의 성능 비교는 우위를 점치기 힘들었다. 임팔라는 아슬란보다 출력이 높지만(15마력, 1.2kg·m) 무게가 약 40킬로그램 무겁다. 하지만 반대로  운전자의 체감으로 느껴지는 움직임으로는 아슬란이 분명 더 빨랐다.
테스트 시기도 문제였다. 한파가 지속된 지난 1월은 테스트 코스의 노면도 무척 미끄러운 상태였다. 낮 동안 습기가 올라오고 다시 밤에 얼기를 반복하며 노면이 살짝 얼어붙었다. 따라서 두 차 모두 계측 데이터는 최고 기록을 세우지 못했다. 여름철 데이터와 비교할 때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모두에게 평등한 조건이다(계측 기록 중 평균값에 오차가 심했기 때문에 테스트도 평소의 두 배 이상으로 진행됐다).
미끄럽고 차가운 노면에서 최대 성능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에 집중해야 했다. 차체 무게, 하중의 변화 그리고 똑똑한 트랙션 컨트롤의 반응이었다. 여기서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며 앞선 차는 아슬란이었다. 아슬란은 서스펜션이 상대적으로 물렀다. 따라서 갑자기 출발할 때 순간적으로 하중이 뒤로 옮겨가며 앞바퀴 접지력이 확연히 떨어졌다. 하지만 똑똑한 트랙션 컨트롤이 빠르게 개입해 이내 당황한 타이어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 미세하게 출력을 끌어내 노면으로 전달했다. 결과적으로 아슬란은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에 7.06초를 기록했다. 임팔라는 같은 구간에서 7.2초가 걸렸다. 하지만 임팔라의 가속 과정은 아슬란과 약간 달랐다. 20인치 타이어와 상대적으로 단단한 서스펜션을 바탕으로 아슬란보다 출발은 좋았다. 그러나 출발 직후 출력을 ‘와르르’ 쏟아낸 탓에 앞 타이어가 쉽게 접지력을 잃었다. 뒤늦게 트랙션 컨트롤이 작동했지만 이미 아슬란보다 약간 뒤처진 후였다.

추월 가속에서도 두 차는 막상막하였다. 시내에서 자주 사용하는 시속 20→60킬로미터, 60→90킬로미터 테스트에서 모두 2초대를 기록했다. 모두 간발의 차이로 아슬란이 앞섰다(0.02, 0.08초). 추월 가속에서는 속도가 높을수록 아슬란에게 유리했다.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볍고 순간적인 반응이 더 빨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시속 80→110킬로미터 구간(고속도로 나들목에서 합류하는 것을 가정한 테스트)은 임팔라가 0.14초 차이로 앞섰다. 이유는 기어비 차이에 있었다. 가속 그래프를 보면 아슬란이 시속 115킬로미터 구간에서 3단으로 변속한 것에 비해 아슬란은 시속 95킬로미터에서 변속이 진행된 것을 알 수 있다. 가속 테스트에서 아슬란은 세밀하게 출력을 제어하는 똑똑한 능력을 보여줬다. 반면 임팔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듬직하고 일관되게 출력을 토했다.
제동 테스트에서도 아슬란이 간발의 차로 앞섰다. 시속 100킬로미터→0 제공거리는 아슬란이 45.12미터(3.41초), 임팔라가 51.24미터(3.75초)를 기록했다. 기록상으로는 아슬란의 승리. 반면 급제동 때 더 빠르게 차가 선다고 느낀 쪽은 임팔라였다. 계측 데이터에 나온 정지 최대 횡가속(G)도 아슬란보다 0.246 높았다. 임팔라는 아슬란보다 앞뒤 트레드가 좁지만, 20인치 휠과 단단한 서스펜션, 강력한 브레이크 성능을 앞세워 안정적인 제동 성능을 발휘했다.
시속 150킬로미터→0 제동 테스트나 연속적인 제동에 일관된 성능을 보여준 것도 임팔라였다. 계측 데이터를 통한 두 차의 성능 테스트는 아슬란의 승리다. 하지만 기록을 떠나 운전자의 체감에 의지한 결과는 달랐다. 가속력은 아슬란이 분명 뛰어났지만, 제동력은 임팔라의 승리였다. 김태영

 

 

 

 

 

 

운전석과 실내 공간
“이 차는 확실히 고급스러운 맛이 떨어지네요.” 고정식 기자가 임팔라 운전석에 앉아 이렇게 말하자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한마디 거들었다. “이 차 쉐보레야. 뭘 바래?” 우리는 모두 아슬란의 실내가 임팔라보다 두 배는 고급스럽다는 데 동의했다. 비교 시승에 뽑혀온 아슬란과 임팔라는 모두 가장 윗급의 모델이지만 아슬란이 편의장비도 풍성하고 실내도 근사했다. 아슬란이 럭셔리 대형 세단 같다면, 임팔라는 그냥 크기만 큰 대형 세단 같다. 첫인상에서 아슬란이 임팔라를 눌렀다.
하지만 막상 운전석에 앉았을 땐 결과가 달랐다. 아슬란의 초콜릿색 가죽 시트는 임팔라의 베이지색 가죽 시트보다 고급스러웠지만 앉았을 때 엉덩이를 감싸는 맛이 덜했다. 엉덩이가 시트 위에서 겉도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임팔라의 가죽 시트는 엉덩이를 편히 감쌌다. 뒷자리 역시 임팔라가 좀 더 편했다. 아슬란의 뒷자리도 넉넉하긴 하지만 임팔라에 비할 바는 못 됐다. “임팔라는 바닥이 판판해서 뒷자리에 앉았을 때 앞 시트 아래에 발을 넣을 수 있어 좋아. 이렇게 하면 다리를 훨씬 편하게 둘 수 있거든.”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이다. 승차감과 공간에선 임팔라가 아슬란을 눌렀다.

아슬란의 최고급 모델인 G330 익스클루시브는 각종 편의장비를 그득하게 챙겼다. 열선·통풍 운전석 시트는 벤츠처럼 도어 안쪽에 전동 조절 버튼이 있고, 세 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버튼만 누르면 스르륵 올라오는 뒷유리 선셰이드는 후진할 때 자동으로 내려가는 센스를 발휘한다. 화면을 분할해 보여주는 대시보드 모니터 덕에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라디오 채널이나 음악을 고를 수도 있다. 센터페시아 버튼도 큼지막해 사용하기에 편하다. 음성인식 기능도 챙겼는데 스티어링휠에 있는 버튼을 누른 다음 라디오 주파수를 말하면 그 주파수의 라디오 채널이 켜진다. 이 밖에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컨트롤과 열선 스티어링휠, 뒷자리 열선 시트, 헤드업 디스플레이,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등 일일이 열거하기에 지면이 모자라다.
임팔라는 아슬란처럼 운전석 열선·통풍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휠, 뒷자리 열선 시트와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을 챙겼지만 가짓수를 따지면 아슬란보다 편의장비가 부족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뒷유리 선셰이드, 듀얼 모니터 같은 장비를 챙기지 못했다. 하지만 무선충전 기능과 애플 카플레이 같은 요즘 장비는 갖췄다. 센터페시아 위쪽엔 쉐보레 모델들이 징표처럼 품고 있는 시크릿 큐브도 챙겼는데 USB 포트가 하필 여기에만 있어서 휴대전화를 충전하면서 모니터를 보려면 휴대전화를 시크릿 큐브 안에 넣고 덮개를 닫거나, USB 케이블이 시크릿 큐브 덮개에 씹히는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어코드처럼 덮개에 홈을 만들면 좋을 텐데…).    

임팔라가 아슬란보다 전반적으로 편의장비가 부족하긴 하지만 돋보이는 장비도 있었다. 뒷자리에 있는 220볼트 콘센트다. 이진우 기자는 이 콘센트를 보고 “차에서 밥도 해먹을 수 있겠다”며 좋아했다(하지만 전기밥솥을 돌릴 만큼의 전압은 나오지 않는다). 차의 오디오는 호불호가 갈렸다. 아슬란의 렉시콘 오디오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임팔라의 보스 오디오에 엄지를 치켜든 사람도 있었다. 나의 경우는 후자다. 보스 오디오가 저음을 훨씬 풍성하게 내뿜어 사운드에 깊이를 더했다. “임팔라는 인테리어 소재도 질감도 포기했어. 공간은 정말 넉넉하지만 그게 다야. 아저씨들은 좋아할지도 모르지. 넓으니까.”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임팔라의 실내를 이렇게 평가했다. 하지만 이 차를 탈 만한 중년 남성과 그의 가족이 과연 넉넉한 실내에만 목을 맬지 의문이다. 200만원만 더 주면 고급스러운 실내에 편의장비까지 그득한 아슬란 최고급 모델이 손에 잡히는데도? 서인수

 

구매와 소유 비용
신차 가격은 아슬란이 더 높고 실제 구매 과정에서 추가되는 비용도 더 많다. 아슬란 3.3 익스클루시브의 신차 가격은 4398만원부터 시작한다. 아이스 화이트 색상을 고르면 10만원이 추가된다. 옵션은 조합에 따라 108만~255만원까지 선택할 수 있다. 시승차에는 최고 옵션인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 Ⅱ’가 적용됐다. 여기엔 차선이탈 경보시스템과 전방추돌 경보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어댑티브 헤드램프 등 첨단 편의 기능이 포함돼 있다. 취등록세와 공채 할인 그리고 기타 부대비용 모두 아슬란이 조금씩 더 비싸 실제 구매비용은 거의 5000만원에 달한다. 아슬란의 36개월 할부 이자율은 4.9퍼센트이며 할부 기간은 최장 60개월(이자율 5.9퍼센트)까지 설정할 수 있다.

임팔라 3.6 LTZ의 신차 가격은 4136만원이다. 색상 선택에 추가 비용은 없다. 옵션은 두 개를 선택할 수 있는데 파노라마 선루프는 83만원,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는 184만원이다. 패키지는 20인치 휠과 브리지스톤 타이어,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긴급제동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패키지 옵션을 포함한 임팔라의 실제 구매 가격은 4627만5370원으로 아슬란보다 낮다. 또 최대 60개월까지 유예 할부가 가능해 구매 접근성이 높다. 유예 할부 이자율은 5.5퍼센트이며 유예율은 최대 50퍼센
트다.

보험료는 아슬란이 더 저렴하다. 만 30세 이상 기준으로 자기차량손해 비용이 포함된 아슬란의 보험료는 1년에 약 85만원이지만 임팔라는 125만원대로 월등히 높다. 보험 설계 시 수입차로 분류돼 자기차량손해 비용이 높게 산정되기 때문이다.
보증 기간은 쉐보레가 좀 더 관대하다. 쉐보레는 전 차종의 차체와 일반 부품, 엔진과 동력 전달계통 주요 부품 모두의 보증 기간을 5년/10만 킬로미터로 두고 있다. 아슬란도 엔진과 동력 전달계통 주요 부품은 5년/10만 킬로미터로 아슬란과 같지만 차체와 일반 부품은 3년/6만 킬로미터로 제한하고 있다.
유지비는 아슬란이 상대적으로 부담 없지만 종합적인 비용 면에서는 임팔라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임팔라의 가격이 합리적이라기보다 아슬란의 가격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아슬란의 견적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네시스 G330 모던을 슬쩍 보게 된다. 옵션을 제외한 제네시스 G330 모던의 실제 구매 가격은 4890만원 정도다. 조두현

 

 

 

쉐보레 임팔라는 운전대, 센터페시아, 대시보드 라인의 곡선을 통일하면서 세련미를 추구했다. 하지만 실내 색감이나 질감의 고급스러움은 아슬란에 미치지 못한다. 다행히 가죽시트 착좌감은 아슬란보다 좋다.

 

 

 

 

연비
복합연비는 비슷하다. 3.3리터 가솔린 엔진이 들어간 현대 아슬란이 리터당 9.5킬로미터, 3.6리터 가솔린 엔진을 품은 쉐보레 임팔라가 리터당 9.2킬로미터다. 리터당 0.3킬로미터 차이다. 다만 아슬란은 구연비 기준이고 임팔라는 공동고시 이후 인정받은 신연비 기준이다. 동일한 차의 신연비와 구연비는 대체로 4~5퍼센트 차이가 난다. 아슬란의 신연비는 리터당 약 9.1킬로미터로 예상할 수 있다. 참고로 임팔라가 아슬란보다 엔진 배기량이 222cc 크고 40킬로그램 무겁다.
시내 연비는 아슬란이 리터당 8.1킬로미터로 리터당 7.7킬로미터인 임팔라를 조금 앞선다. 반면 고속도로 연비는 임팔라가 리터당 12.0킬로미터로 리터당 11.9킬로미터의 아슬란보다 근소하나마 높다. 실제 고속 정속주행 시 엔진회전수를 보면 임팔라가 더 낮다.  6단에서 시속 100킬로미터로 주행 시 아슬란은 1750rpm, 임팔라는 1500rpm이었다.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아 가속하면 아슬란은 1단에선 엔진회전수를 2100rpm까지 올렸다 변속한다. 그 이후엔 보통 1850rpm에서 변속해 1500rpm 정도에서 태코미터 바늘을 받는다. 단, 3단에서 4단은 거의 바로 변속된다. rpm을 별로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4단으로 변속한단 얘기다. 이는 임팔라도 마찬가지였다. 단, 임팔라는 같은 조건으로 가속 시 모든 구간에서 엔진회전수가 2000rpm을 넘기지 않았다. 1단에서 2단으로 넘어가는 시점도 1800rpm 정도였다. 3단은 1400rpm으로 받아 거의 바로 4단으로 변속했다. 최고단인 6단으로는 시속 70킬로미터에 다다르며 넘어갔다. 아슬란도 같은 시점에 6단으로 변속했다.
왕복 22킬로미터 구간을 시속 60, 80, 100, 120킬로미터로 동일하게 정속 주행하면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급가속하고 급제동하기를 3번 반복한 결과 아슬란은 리터당 9.4킬로미터, 임팔라는 리터당 9.3킬로미터로 측정됐다. 둘 모두 트립컴퓨터 기준이다. 공조장치를 모두 껐고 D 모드에서 측정했다. 단, 임팔라의 휠 크기가 아슬란보다 1인치 더 큰 20인치였다.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휠이 1인치 커지면 연비가 약 3퍼센트 낮아진다. 아슬란도 20인치 휠을 끼우고 측정했다면 결과가 조금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날 비교 시승한 두 차의 연비만 보면 아슬란이 더 좋았다. 고정식

 

 

 

 

최종 결론
지난달 헤드 투 헤드 비교시승에서 최첨단 편의장비를 그득 갖춘 포드 쿠가가 출시된 지 8년이나 지난 폭스바겐 티구안에게 패한 것은 주행감 때문이었다. 쿠가는 달리는 즐거움이 부족한 반면, 이렇다 할 편의장비 없는 티구안은 마치 보디와 섀시가 일체형인 것처럼 핸들링이 간결하고 움직임이 산뜻했다. 자동차의 기본기가 아주 중요한 지표임을 여실히 드러낸 결과였다.

그런데 이달에는 기본기가 절대적인 지표가 아닌 결과가 나왔다. 현대 아슬란은 저속과 중속에서 정말 편하고 안락한 승차감을 만들었다. 실내는 더없이 조용했고 운전은 쉽고 편했다. 하지만 핸들링이 반 박자 느렸고 속도가 높아질수록 그 움직임이 둔하고 커졌다. 고속에서는 주행 안정성도 떨어졌다. 임팔라는 실내 구성에서 아슬란만큼 세련된 멋이 없었고 조용하지도 않았다. 승차감도 약간 딱딱했다. 하지만 주행감은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운전대는 노면 정보를 또렷하게 전달했고 조종 안전성도 높았다.
이런 결과로 보자면 핸들링 성애자인 <모터 트렌드> 테스터들은 임팔라를 선택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슬란이었다. 여섯 명의 테스터 중 임팔라를 선택한 사람은  한 명이었고 다섯 명은 아슬란의 손을 들어 줬다. 아슬란은 탑승자를 위한 배려를 했고 임팔라는 운전자를 위한 차였다. 우리는 패밀리세단의 정점에 있는 준대형이라면 운전성보다는 탑승자를 배려하는 세심한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아슬란은 앞뒤 승객을 위한 꼼꼼한 배려가 있었고 우린 그런 배려심에 마음이 동했다.
그런데 혼자 임팔라를 선택한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마지막에 한마디를 했다. “이건 절대적으로 개인의 취향이잖아.” 맞다. 뛰어난 조종성을 우선한다면 임팔라를 선택하면 된다. 현대차는 준대형 세단 고객층의 성향과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기에 이달 헤드 투 헤드 승자가 된거다. 

 

 

 

테스터의 선택
나윤석, 임팔라 아무리 고급스럽고 장비 수준에서 앞선 아슬란이라도 믿을 수가 없다면 내 목숨을 맡길 수 없다. 좀 거칠어도 기본기에 충실한 임팔라가 낫다.

이진우, 아슬란 칼질하면서 쏘고 다닐 중년이 몇이나 될까. 그저 편한 게 최고다.

서인수, 아슬란 아슬란은 우리나라에서 대형 세단을 찾는 사람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제대로 갖췄다. 충분히 고급스럽고 적당히 편하며 너무 부담스럽지 않다.

김태영, 아슬란  임팔라는 겉모습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훨씬 멋졌다. 반면 아슬란은 승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살아 있었다.

조두현, 아슬란 준대형이라면 내가 아니라 뒷자리 승객도 고려해야 한다. 임팔라보다 아슬란의 승차감이 더 훌륭했다.

고정식, 아슬란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게 아니라면 아슬란도 그리 뒤지는 건 아니다. 고급감과 옵션은 아슬란이 앞섰다. 고객층을 생각하면 아슬란이다.

 

 

SPECIFICATIONS

HYUNDA ASLAN 3.3 GDI   
파워트레인/섀시
레이아웃 앞 엔진, 앞바퀴굴림 엔진 V6, 알루미늄 블록/헤드 밸브트레인 DOHC, 실린더당 4밸브 배기량 3342cc  압축비 -  최고출력 94마력/6400rpm 최대토크 35.3kg·m/5200rpm 레드라인 6500rpm 마력당 무게비 5.74kg  변속기 ←   서스펜션(앞, 뒤) 맥퍼슨 스트럿, 멀티링크  스티어링 회전수 2.7  공차중량 690kg  승차인원 5명 브레이크 앞뒤V디스크 휠 19인치, 알루미늄 타이어 245/40R19 94V, 미쉐린 프리머시 MXM   

 

CHEVROLET IMPALA 3.6 LTZ
파워트레인/섀시

레이아웃 ← 엔진 V6, 주철 블록/알루미늄 헤드 밸브트레인  ← 배기량 3564cc 압축비 11.5:1 최고출력 309마력/6800rpm 최대토크 36.5kg·m/5200rpm 레드라인 6600rpm 마력당 무게비 5.59kg 변속기 6단 자동 서스펜션(앞, 뒤) 맥퍼슨 스트럿, 4링크 스티어링 회전수 2.6 공차중량 1730kg 승차인원 5명(4명 적합)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 휠 20인치, 알루미늄 타이어 45/40R20 95V, 브리지스톤 포텐자 RE97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