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하이브리드차는 아직까지 홀로 선 적이 없다. 정부 보조금에 기대고 세제 혜택에 의지해야 했다.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이 더해져 동급 가솔린이나 디젤 모델보다 비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받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내지 못했던 탓이다. 여기에 효율 좋고 CO₂ 배출량 낮은 데다 답답한 가속감을 감내하지 않아도 되는 수입 디젤차들의 공세까지 이어졌다. 친환경 하나만으로는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 판이다.

이번에 나온 기아 신형 K5 하이브리드가 ‘스포티 하이브리드’란 표어를 들고 나온 건 그 때문이다. 하이브리드란 이름이 붙었다면 고효율과 CO₂ 저감에 의한 친환경성은 당연한 거다. 그 밖에 뭔가 플러스알파가 필요했다. 기아가 선택한 K5 하이브리드의 플러스알파는 주행 성능이었다. 그런데 표현이 사뭇 조심스럽다. 스포티. 분명 스포츠보단 소극적인 표현이다.

지난해 12월 3일 기아자동차가 마련한 K5 하이브리드 미디어 시승회에서의 시승 코스도 그랬다. 조심스럽고 소극적이었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출발해 인천시 서구 아라타워까지 가는 30여 킬로미터의 시승구간은 대부분 자동차전용도로와 고속도로였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구간이 거의 없었다. 즉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유기적인 동력 전환과 반응을 알아보기 힘든 코스였다. 어쨌든 K5 하이브리드의 가속성능은 2리터 가솔린 모델보단 좀 더 호쾌하게 느껴졌다.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시간도 하이브리드가 1.1초 빠른 9.4초라고 했다. K5 하이브리드는 엔진을 직분사 방식으로 바꾸며 출력을 6마력 올렸다. 전기모터 출력도 3kW 센 걸로 교체했다. 여기에 공기저항을 고려해 차체를 다듬고 외장형 액티브 에어 플랩이라는 자동식 공기흡입구 개폐 장치까지 추가했다. 공기저항계수는 0.24까지 낮아졌다. 그 덕에 전 세대 하이브리드 모델보다도 가속성능이 향상됐다.

그런데 브레이크 페달의 느낌과 제동감은 영 어색했다. 회생제동 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하이브리드차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이질적이었다. 페달이 처음엔 쉽게 훅 밟혔다. 그런데 제동 반응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고속에서 초반 반응이 더뎌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렇다고 제동력 자체가 떨어진단 건 아니다. 힘이 후반에 몰려 적응이 필요하단 얘기다.

연비는 리터당 12.1킬로미터로 나타났다. 편도 33킬로미터를 평균 시속 60킬로미터로 달린 결과다. 주행 중 대체로 도로 흐름에 맞춰 주행했으며 알아서 앞차와 간격을 맞춰 주행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10킬로미터가량 사용했다. 또한 3~4회의 급가속 및 고속 안정성 테스트도 해봤다. 더불어 특별히 전기 주행 모드를 쓰려 애쓰지 않았다. 에코 모드는 답답해서 일반 모드로 달렸다. 굳이 하이브리드 시스템 맞춤식 운전을 해야 연비가 좋다면 비싼 돈 주고 불편을 감내하며 하이브리드차를 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일반 모드로 주행 시 전기모터를 적극적으로 쓴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다. 특히 전기모터만 사용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가속 시 추가 동력으로서의 활용이 대부분이었다. 시속 120킬로미터까지는 정속 주행 시 전기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다고 했는데, 배터리가 절반 이상 충전돼 있었음에도 시승 중 그런 경우는 없었다. 배터리 용량까지 늘렸는데 전기모터를 너무 아끼는 것 같았다. 애인도 아닌데. 때문에 하드웨어의 개선에 비해 하이브리드 시스템 자체의 발전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끼지 마 주행 중 엔진과 배터리가 교차되는 건 몸으론 잘 느껴지지 않는다. 모니터를 보고 알아챌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잘 하면서 모터를 너무 안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