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사업을 한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사업자를 만들어 기업 활동을 한다. 그런데 사업에는 반드시 필요비용이 발생한다. 원재료를 구매하고 각종 보험도 가입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런데 논란은 자동차에서 비롯됐다. 사업자가 3000만원짜리 자동차를 운행하거나 2억원짜리 차를 운행해도 모두 사업에 필요한 비용으로 간주한다. 물론 비싼 차를 사든, 싼 차를 구매하든 그건 사업자 마음이다. 사업에 필요하니 쓰는 것이다. 하지만 운행 단계에서 정말 사업용인지 아니면 개인용인지 알 길이 없어 시민단체의 비판에 직면했다. 이른바 ‘무늬만 회사차’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수입차든 국산차든 요즘 리스 또는 장기 렌털을 이용하는 사업자가 적지 않다. 운행에 필요한 비용을 사업 경비로 처리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매월 이용료와 기름값, 보험, 정비, 주차료 등으로 100만원이 지출된다면 사업자 입장에선 연간 1200만원을 필요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연간 소득이 1억원인 사업자라면 자동차 운행비 1200만원을 제외한 8800만원이 소득이다. 소득이 낮아지면 사업자의 세금도 줄어든다. 그러니 사업자 입장에선 업무용으로 승용차를 빌린 뒤 개인용으로 쓰는 게 이른바 절세에 해당된다.

그래서 그간 자동차회사도 절세 효과를 들어 사업자 대상의 다양한 판촉을 진행해왔다. 덕분에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리스 이용금액은 지난 2013년 6조4171억원에서 지난해 7조9288억원으로 23.5퍼센트가 늘었다. 어차피 운행비 모두를 경비로 인정받는 만큼 가급적 사업 소득세를 줄이는 개념에서 이른바 고급차 선호 현상이 유행처럼 확산됐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 이후 여러 논의가 진행됐다. 국회에서 관련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고 기획재정부는 업무용이 입증될 때만 사업에 필요한 비용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내놨다. 이후 시끄럽고 복잡한 논의 끝에 정해진 것은 사업에 필요한 비용으로 연간 800만원만 인정해주겠다는 방안이다. 연간 최대 4000만원에서 800만원 인정으로 낮아진 것이다. 그러니 고가차를 사업자에게 빌려주거나 리스를 운용해왔던 할부금융사는 고민이 적지 않다. 만약 사업자들이 경비 처리 한도금액이 적어 리스나 렌털을 하지 않으면 어려울 수 있어 고민이다.

 

연간 800만원으로 제한했지만 한도액만 낮췄을 뿐 비용 인정 기간은 제한이 없는 만큼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금융사처럼 완성차 업계도 긴장을 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외형상 연간 800만원으로 제한했지만 한도액만 낮췄을 뿐 비용 인정 기간은 제한이 없는 만큼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연간 800만원을 비용으로 인정하되, 타는 기간 동안은 모두 필요경비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현대차 그랜저를 업무용으로 리스 또는 렌털했을 때 매월 80만원 정도를 낸다면 연간 800만원 모두 인정받는다. 하지만 2억원에 달하는 벤츠 S 클래스를 운행할 때 매월 300만원이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3600만원이 소요된다. 필요경비는 800만원만 인정받으니 나머지 2800만원은 경비에서 배제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차를 팔아도 이미 경비로 쓴 돈이라면 매년 800만원씩 나눠서 탕감해주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만 늘렸을 뿐 지금처럼 모두 사업비용으로 처리해주겠다는 방안이다.

그럼 정부는 왜 이런 방안을 내놨을까? 이유는 통상 마찰이다. 원래 국회는 연간이 아니라 사용하는 기간 동안 일정액을 정하는 방법을 고수했다. 1억원짜리 차를 이용하든 그렇지 않든 운행비를 4000만원까지 인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상대적으로 고가 수입차에 불리할 수 있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이 점을 빌미로 FTA 협정 체결 국가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우리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앞섰다.

하지만 무늬만 회사차를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연간 비용을 낮추되 인정 기간을 늘리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통상 사업자의 자동차 교체 수요가 3~5년이라는 점에서 필요경비 총액을 낮춰 세수 증대를 노릴 수 있고, 동시에 사업용으로 사용한다면 인정금액은 낮아도 오랜 시간 쓰기만 하면 경비를 모두 털어낼 수 있으니 제약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도액 설정으로 사업자 수요를 끌어올리려던 국산차는 정부의 방안에 반발했다. 이른바 사업용으로 고가차를 구입하는 형태가 줄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수입차는 안도했다. 비용 총액을 제한하는 것보다 연간 인정액이 낮은 점은 아쉽지만 어찌 됐든 비용이 모두 인정되는 길을 열어두었으니 고가차 판매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리스나 렌털 수요의 상당수가 비용 외에 개인 명의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다고 봤다. 또한 임직원 전용 보험에 가입하거나 실제 업무용으로 썼다는 증빙을 하면 비용은 1000만원까지 인정받을 수 있으니 수입 고가차의 사업자 수요가 줄어들 리 만무하다.

그러자 시민단체가 비판하고 나섰다. 세제 형평성을 들어 정부를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반드시 제도 개선 의지를 보이며 시끄럽게 시작해놓고 방법만 바꾸었을 뿐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미 제도는 시작됐다.

어쨌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업무용차 비용 인정 문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것처럼 여전히 ‘내가 하면 절세, 남이 하면 탈세’의 틀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래서 언젠가 또 논란이 일어날 것이다. 업무용차 비용 인정이야말로 ‘절세와 탈세’의 이중 가면 제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