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2.0 인제니움 디젤 엔진
엔진은 자동차의 심장이라고 하는데 오늘 그 말을 실감했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새 심장인 인제니움(Ingenium) 엔진과 함께 완전히 다른 차가 돼서다. 이보크는 미래에서 온 듯한 파격적인 디자인이지만 엔진은 미래와 전혀 상관없었다. 열 살도 넘은 포드 시절의 유물인 듀라토크(Duratorq) 엔진을 그대로 사용한 탓이다. 미래형 외관의 이보크가 뛰어난 오프로드 성능을 보이는 것도 놀라웠지만, 시동 시 들려오는 걸쭉한 디젤 엔진 소리도 다른 방향으로 놀라웠다. 차가운 도시 남자인 줄 알았는데 목소리가 구수해 놀랐던 것처럼. 물론 구수한 목소리만큼 두툼한 저속 토크와 끈끈한 회전 감각이 오프로드에 잘 어울리긴 했다.

새로운 심장을 받은 이보크는 완벽한 도시 남자가 됐다. 훨씬 조용하며 줄어든 진동으로 비로소 외모에 걸맞은 세련된 감각을 갖게 됐고, 회전수가 민첩하게 상승하는 스포티한 엔진 특성 또한 도시적이었다. 내부 저항을 17퍼센트나 줄였다는 것이 43.9kg·m로 1.1kg·m 늘어난 토크와 향상된 경제성으로도 혜택을 줬지만, 이런 감성적인 완성도가 이보크의 디자인과 동력계의 감성적 통일감을 향상시켜 전체적인 상품성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다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엔진의 회전 상승이 지나치게 빠른 것이 오히려 독일 때도 있었다. 시내에서 저속 주행 시 부드러운 가속이 쉽지 않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처음엔 반응이 거의 없다가 저단 기어로 변속되면서 엔진 회전수가 2000rpm 부근까지 상승하며 차가 튀어나갔다. 1500rpm 이하에서는 토크가 별로 없다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9단 변속기가 조금 더 현명하게 반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속에서는 가속페달을 3센티미터 정도만 밟아도 시프트 다운과 함께 맹렬하게 가속하니 조금 피곤하다. 글/나윤석

LAND ROVER RANGE ROVER EVOQUE ★★★★☆

푸조 3008 1.6 블루 HDi 디젤 엔진
의외였다. 푸조 3008에 들어간 1.6리터 블루 HDi 디젤 엔진은 유로6 배출물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유로5 수준의 엔진보다 출력이 8마력, 토크가 3.1kg·m 강해졌다. 그러면서 MCP 변속기도 EAT6 자동변속기로 바꿔 달았다. 이는 단순한 교체가 아니다. 수동변속기를 자동으로 변속해주는 방식의 MCP를 일반적인 자동변속기로 많이 쓰이는 토크컨버터 방식으로 바꾼 거다. MCP는 효율과 직결감이 뛰어나지만 변속될 때마다 차를 울컥거리게 만들어 호불호가 갈렸다. 반면 새로운 EAT6 변속기는 효율과 직결감은 MCP보다 떨어지지만 변속이 민첩하고 부드럽다. 이름(Efficient Automatic Transmission 6)에서 드러나듯 효율도 꽤 준수하다. 때문에 칼럼 제목은 ‘그 엔진 어땠어?’지만 엔진만 갖고 말할 수가 없다. 새로운 유로6 엔진과 EAT6 변속기의 조합이 변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엔진이 초반부터 쏟아낸 힘을 변속기가 유연하게 단을 올리며 유지하고 이어간다. 출력이 손실되는 느낌은 별로 없다. 그래서 가속이 쾌적하다. 엔진이 기운을 꾸준히 높여가는 기분이 든다. 체감 속도가 더 빠른 것도 같은 이유다. 그렇다고 가속 자체가 빠르진 않다. 120마력짜리 1.6리터 엔진에 기대할 수 있는 딱 그만큼의 빠르기다. 엔진의 회전질감도 좋다. 매끈하다. 그런 느낌은 소리에서도 이어진다. 거칠고 탁한 소리 없이 카랑카랑하다. 반응은 무난하다. 최대토크가 1750rpm에서 터져 나오지만 힘을 내지르진 않는다. 뭉근하다. 안락한 도심형 크로스오버에 잘 어울리는 세팅이다. 다만 모든 게 너무 무난하기만 하다. 308에서 느껴졌던 재미와 위트가 모두 실종된 탓이다. 단순히 같은 힘으로 더 무겁고 커다란 차를 이끌기 때문은 아니다. 차에 맞게 새로 세팅한 흔적이 보이지 않아서다. 다른 브랜드도 아니고 푸조가 이런 식이면 살짝 서운하다.  글/고정식

PEUGEOT 3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