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힌드라는 계열사로 트랙터 제작사를 갖고 있으며 이미 다양한 SUV 라인업을 갖춘 SUV 전문 기업이다.

2010년 11월 23일 마힌드라가 쌍용자동차의 지분 72.85퍼센트를 5225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고 이듬해 4월 1일 인수 과정을 마무리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우여곡절이 많은 쌍용차는 얼마나 안정됐을까? 그리고 잘 크고 있을까? 지난 5년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생각하기에 앞서 과거와 현재의 모기업을 살피며 배경을 알아보려 한다. 단순한 시장 상황이나 판매대수, 투자금액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전 주인인 상하이자동차그룹(SAIC)과 새 주인인 마힌드라는 공통점만큼이나 다른 점이 많다. 두 회사 모두 우리나라보다 자동차산업의 발전 단계는 낮지만 잠재력은 큰 거대 후발시장의 기업이다. 상하이자동차그룹은 오래전부터 GM과 폭스바겐, 이베코(Iveco) 등의 선진 자동차회사와 조인트 벤처(공동 투자회사)를 통해 자동차 제작 기술을 습득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SUV 바람에 대응하기에는 관련 기술과 경험이 부족했다. 그러던 차에 경영난에 빠진 SUV 전문기업 쌍용차를 인수했다. 쌍용은 자체 설계 기술도 갖고 있을뿐더러 메르세데스 벤츠와의 오랜 기술제휴로 기술적 가치도 높았다. 하지만 쌍용과 상하이자동차그룹의 관계는 파국을 맞았다. 2008년 일어난 리먼 금융 위기와 유가 급등으로 SUV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것도 있지만, 상하이자동차그룹이 중국에서 해외 자동차회사를 소유한 첫 사례였다는 점에서 모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상하이자동차그룹과 쌍용의 사례는 이후 중국 기업이 해외 선진 브랜드를 인수, 경영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줬고 이에 따라 중국 자동차회사는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를 다수 합병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비해 마힌드라는 계열사로 트랙터 제작사를 갖고 있으며 이미 다양한 SUV 라인업을 갖춘 SUV 전문 기업이다. 따라서 단순한 라인업이나 분야 확장의 차원이 아닌 구체적인 희망 사항이 쌍용차 인수에 있었다. 자신의 주 종목인 SUV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 수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마힌드라는 21세기 들어 공격적으로 세계 생산기지와 수출을 꾀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 쌍용차가 적절한 파트너로나타난 것이다.

이렇듯 모기업과 계열사의 관계에서 중요한 건 서로 간의 이해다. 상하이자동차그룹은 선진 브랜드와의 오랜 합작으로 협력의 경험은 있으나 상대 제휴사의 로드맵과 전략에 따라 전반적으로 자동차 산업을 배우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모기업 역할을 하다 보니 스스로 공생 전략을 내놓고 로드맵을 제시하는 데 서투를 수밖에 없었다. 제품 라인업과 시장 면에서 쌍용차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는 점은 마찰의 또 다른 원인이었다. 해외 기업을 인수한 경험이 적다는 건 마힌드라도 마찬가지지만 제3세계 SUV 시장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갖고 있던 쌍용차와는 통할 수 있는 주제가 있었다. 마힌드라는 상하이자동차그룹과 쌍용차의 분쟁을 보면서 문제점을 더욱 확실히 깨달았고, 소통의 중요성을 서로 공감하게 됐다.

쌍용차는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의 기술이 투입된 본격적인 SUV로  알려져 있다. 서유럽에서는 저렴한 값으로 살 수 있는 본격 오프로더 브랜드로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건 마힌드라 입장에서 아주 중요한 자산이다. 인도나 중국의 다른 회사들이 현실과 지나치게 거리감이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인수하는 경우 회사 이미지를 높일 순 있지만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전수받거나 공동 개발을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재규어 랜드로버를 인수한 인도의 타타나 볼보를 인수한 중국의 지리자동차가 투자와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쌍용차는 2010년 마힌드라와 인수 합의 후 공격적으로 부활경영을 실천해 2011년 코란도 C를 출시했다. 이 모델은 쌍용의 첫 유니보디 크로스오버 SUV로, 시장을 넓히는 역할을 했다. 이전까지 수출 전략형 모델로는 카이런이나 액티언이 주력이고 렉스턴이 일부 담당하는 형태였지만 코란도 C 출시와 함께 유럽 딜러 네트워크를 공격적으로 개편하는 등 새 주인과 신규 시장 개척에 보다 공격적일 수 있게 됐다. 이후 로디우스를 대체하는 코란도 투리스모를 출시해 코란도 스포츠 픽업과 함께 해외에서도 강력한 코란도 브랜드 라인업을 만들었다. 그 결과 전체 판매대수도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쌍용은 올해 B 세그먼트 SUV 시장에 티볼리를 출시했다. 티볼리는 마힌드라 인수 이후 진행된 최초의 신모델 프로젝트다. 그런데 휘발유 기본형 모델의 경우 요즘 트렌드인 터보 직분사 방식을 택하는 대신, 휘발유 품질이 떨어지는 인도 같은 제3세계에서도 충분히 운용될 수 있도록 MPI 간접분사 방식을 선택했다. 롱 휠베이스 모델도 마련해 다양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서유럽 선진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직분사 터보 디젤 라인업도 개발했다. 여기에 티볼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마힌드라 모델도 거론되고 있어 연간 30만대 생산을 위해 착착 나아가는 모습이다. 내수 시장에서도 티볼리는 QM3와 트랙스를 물리치고 동급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쌍용차는 2010년 2조1000억원에서 2014년 3조3150억원으로 매출액이 급격히 늘었다. 올해 4분기에는 흑자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시장에서도 브랜드 가치와 판매대수가 올라가고 있다. 티볼리와 코란도 C처럼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는 모델과 코란도 스포츠 같은 특화 모델도 갖고 있다. 전체적으로 마힌드라 인수 이후 상승 곡선을 이루며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풀어야 할 문제가 하나 남아 있다. 정리해고자들의 복직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회사가 흑자를 기록하면 고용을 정상화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쌍용차라는 이름에서 더 이상 노사분규와 죽음을 떠올리지 않게 된다면 질적으로도 완벽하게 정상화된 기업이 태어나는 것이다. 그 승자는 마힌드라와 쌍용 모두일 것이며, 세계적으로 아주 적절한 인수 합병의 사례로 남을 것이다.
글/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