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이상한 일본차에 문득 1970년대의 악몽이 떠오른다.

1960년대, 자동차 역사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차라는 재규어 XK-E가 만들어지고 내가 좋아하는 차 재규어 Mk-II 세단과 시트로엥 DS가 거리를 달렸다. 많은 피아트의 작은 차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영국의 작은 로드스터가 자동차 타는 즐거움을 알렸다. 그때는 이탈리아 카로체리아의 전성기였다. 주지아로를 비롯해 베르토네, 피닌파리나 등 몇 명의 천재들이 전 세계 자동차를 디자인했다. 젊은 청년 주지아로가 폭스바겐 골프를 내놓고 현대 포니를 디자인했다. 마르첼로 간디니가 쿤타치를 디자인했다.

프 랑스 차들은 저만의 개성으로 빛났다. 못생긴 차 시트로엥 2CV는 농부들뿐만 아니라 많은 파리지앵의 사랑을 받았다. 멀쩡한 차 푸조 504는 아무런 이유 없이 트렁크 끝부분을 싹둑 잘라내어 나를 속타게 했다. 그런데 이제 와 기억에 남는 것은 그 트렁크 끝부분이다. 르노 12나 16 역시 꽁무니가 좁아지는 패스트백 디자인을 쉽게 수긍할 수 없었지만, 이제 와 생각하면 너무나 사랑스럽다. 엉성한 보디에 출렁거리는 서스펜션을 가졌지만, 시트 쿠션부터 시작되는 프랑스 차만의 승차감은 모두가 사랑했다. 개성 넘치던 프랑스 차들은 1980년대로 들어서면서 평범해져 갔다. 당시 경영진이 많이 팔리는 차를 지향했기 때문이다. 요즘 시트로엥은 DS 시리즈로 부활을 꾀하지만 그때만 못하다는 생각이다.

유 럽풍을 따른 1960년대의 일본에는 매력 넘치는 차가 많았다. 토요타와 닛산은 영국 로드스터를 흠모하는 2인승 스포츠카를 만들었다. 혼다는 심플한 경차를 내놓고 시빅을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마쓰다, 이스즈의 차들은 유럽의 카로체리아가 직접 디자인했다. 그 차들을 들여온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조립차에도 좋은 차가 많았다. 신진 코로나, 퍼블리카 등은 유럽풍이었다. 기아 브리사는 이탈리아 디자인이 분명했다. 그런데 1970년대 들어서면서 일본차들이 이상해졌다. 크롬으로 잔뜩 치장한 차는 동남아의 번쩍거리는 장식을 떠올렸다. 온갖 화려한 장식에 흐물거리는 보디라인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 일본차를 휩쓸던 디자인은 모든 차가 번쩍이고, 화려하고, 음… 무당 차 같았다. 못생긴 차는 일본인들의 토속신앙과 관련이 있나 싶었다. 물론 닷선 240Z나 토요타 셀리카 같은 멋진 차도 있었지만 그런 차들도 내수용과 수출용은 디테일이 달랐다. 일본차가 다시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온 것은 1980년대 들어서였다.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한 일본차는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어야 했다. 예를 들어 보닛 끝에 달던 사이드미러도 A필러 옆으로 옮겨 달기 시작했다.

잘 나가던 일본차들이 요즘 들어 이상한 차가 많아졌다. 문득 1970년대의 악몽이 떠오른다. 일본인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토속신앙이 다시 불거진 것 아닌가 싶다. 토요타 미라이와 프리우스 같은 차들은 색다른 파워트레인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이해할 수 없는 디자인으로 나왔다. 마땅히 좋아해야 할 작은 스포츠카 토요타 S-FR까지 엽기적으로 보인다. 요즘 토요타와 닛산은 좋은 디자인과 그렇지 않은 차들이 뒤섞였다. 혼다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나 좋아하는 차 마쓰다 미아타는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미쓰비시 등은 포기한 지 오래됐다. 일본차의 이런 현상은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10년은 가지 않을까 싶다.

프 리미엄 시장은 회사마다 패밀리룩 디자인을 강조하느라 변화의 폭이 무척 제한됐다. 구글이나 벤츠의 자율주행차 역시 그 디자인을 보면 미래의 차들이 걱정스럽다. 미래의 차들이 이렇다면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내려놓을 만하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은 국산차들이다. 현대와 기아의 자동차 디자인에 희망을 갖는다. 지난달 에어쇼에 군용차로 전시된 모하비 페이스리프트는 인상 깊었다. 신형 모하비가 전시차에서 범퍼만 바꾼 모양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