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봇 미니 프로
지난해 이맘때 세그웨이를 타고 대치동을 누빈 적이 있다. 처음엔 불안하고 겁이 나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적응이 되자 금세 속도가 붙었고,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재미가 좋았다. 그렇게 세그웨이의 매력에 폭 빠졌다. 하지만 세그웨이는 너무 크고 무겁다. 트렁크에 싣고 다니기도 불편하다(기사에도 썼지만 자이로 센서가 있어 트렁크에서 자꾸 움직이며 돌아다닌다). 그리고 값이 매우 비싸다(1000만원이 넘었다). 도저히 살 수 없는 탈것이다. 그러다 나인봇 미니 프로를 알게 됐다. 세그웨이보다 작은데 세그웨이처럼 탈 수 있는 기특한 탈것이다. 전원을 켜면 뒤쪽에 불이 들어오면서 달릴 준비가 됐다고 보고한다. 양발을 발판 위에 올리고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면 스르륵 달린다. 세그웨이처럼 기다란 핸들이 없는 게 처음엔 이상하고 불안했는데, 오히려 핸들이 없으니 움직이는 게 훨씬 자유로웠다. 안장처럼 생긴 부분(안장이 아니라 방향 전환용 키다)에 허벅지를 댄 다음 살포시 좌우로 움직이면 원하는 방향으로 돈다.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 최고속도는 시속 18~20킬로미터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속도감이 꽤 난다. 설명서에는 한 번 충전하면 30~35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고, 가득 충전하는 데는 4시간이 걸린다고 나와 있다. 무엇보다 솔깃한 건 100만원 안팎의 가격이다. 아아, 마음이 흔들린다. 서인수

가격 99만8000원 무게 12.8kg 최고속도 시속 20km 주행가능거리 30km

 

 

캐논데일 슈퍼식스 5
3년 전 이 자전거를 샀을 땐 자전거 붐이었다. 전임 대통령이 국민 혈세로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물길을 냈고, 그 물길 옆에 아주 좋은 자전거도로를 만들었다.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다닐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자전거를 산 건 4대강을 종주하겠다는 다부진 의지가 아니었다. 그저 레저용이었다. 그땐 경기도 군포에 살았다. 서울 대치동에 있는 회사까지 달리려면 빠른 자전거가 필요했다. 그래서 로드바이크(사이클)를 선택했다. 오래 타야 하니 체력 안배를 위해 가벼운 자전거가 좋을 듯했다. 그래서 탄소섬유 보디를 염두에 뒀다. 그렇게 한두 달 인터넷을 뒤지며 내게 맞는 자전거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날씨가 좋아 집 근처로 산책을 나섰는데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전거 가게가 보였다. 우연히 들른 그곳에서 지금의 캐논데일 슈퍼식스 5가 내 가슴으로 달려들었다. 나이가 지긋한 주인은 “원래 290만원인데 동네 사람이니 250만원에 주겠다”며 베팅을 걸었다. 난 일주일 동안 그 가게를 드나들며 협상을 벌였고 끝내 225만원에 자전거를 가져왔다. 거의 매일 안양천을 달렸다. 즐거웠다. 허벅지에 힘이 생기면서 군포에서 한강까지 가고, 한강을 따라 회사까지 갔다. 군포에서 안양천을 따라 한강까지 간 후 탄천~양재천을 따라 다시 군포로 돌아오는 80킬로미터의 대장정도 마쳤다. 내게 자전거 타기는 즐거운 일이다. 그 순간은 여유로운 해방감을 느낀다. 주행거리가 늘수록 건강해지는 기분도 든다. 내년 봄에는 경기도 양평의 자전거 길을 따라 먼 곳까지 가볼 생각이다. 이진우

가격 290만원 무게 8.5kg 특징 카본 프레임

 

 

KTM 1190 어드벤처
약 1년 전, 차고에 ‘KTM 듀크 390’을 추가로 들일 때 분명 레저용 장비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모터사이클 타는 법을 제대로 배우겠다는 생각에서 결정한 것이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매일 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날씨 좋을 때 출퇴근 용도로 쓰고, 가끔 가까운 곳에 드라이브 정도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듀크는 내 일상에 없으면 안 될 존재가 됐다. 자동차로 ‘불가능한 것’을 실현하는 새로운 도구로서 가치를 발견한 것이다. 모터사이클만의 ‘혜택’이었다. 듀크처럼 작은 모터사이클은 기동성이 좋다. 어디든 주차할 수 있어서 언제든, 어디로든 자유롭게 갈 수 있다. ‘도어 투 도어’도 가능하다. 은행에 간다고 가정할 때, 집 문을 열고 바이크를 타서 은행 앞에 듀크를 세우고 곧바로 은행에 갈 수 있다. 자동차에 익숙한 나에게 이것은 엄청난 경험이다. 마치 마법의 지팡이를 손에 넣은 느낌이랄까? 게다가 듀크는 대단히 효율적이다. 단 1만원만 주유하면 시내에서 족히 5일은 탄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진짜 끝이 없는 법. 듀크 390을 선택할 때 이 정도 스포츠 성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고성능의 투어링 바이크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KTM 1190 어드벤처 같은 모델 말이다. 뭐든지 적당히 모르는 게 어쩌면 더 행복하다.  김태영

가격 2600만원 엔진 1195cc, 150마력, 12.7kg·m 무게 212kg

 

 

만도 풋루스
오토바이는 무섭다. 자동차를 빨리 모는 건 별로 부담이 없는데 오토바이는 시속 60킬로미터만 돼도 겁이 난다. 스물한 살이었나? 깊은 새벽에 홀로 운전하고 가다 자하문터널 근처에서 처참한 오토바이 사망사고를 목격한 적이 있다. 어쩌면 그때 충격이 트라우마처럼 남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2종 소형면허를 딴다는 건 내 평생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 물론 앞으로도 없을 거고. 하지만 사람들로 꽉꽉 들어찬 지하철, 옴짝달싹 못하는 차 안에 있으면 오토바이 생각이 간절해진다. 막힌 길을 쉭쉭 빠져나가는 짜릿함과 맨가슴으로  바람을 맞는 상쾌함은 오토바이가 아니면 느끼기 힘든 쾌감이니까. 그런데 올봄 풋루스라는 전기자전거를 시승할 기회가 있었다. 생긴 건 자전거랑 똑같은데 페달은 거들 뿐 전기모터로만 움직였다. 속도는 오른쪽 손잡이 안쪽 가장자리에 있는 레버로 조절하면 됐다. 최고속도는 시속 25킬로미터, 주행가능거리는 최대 30킬로미터란다. 체인이 없는 페달은 배터리 충전용인데, 이걸 밟으면 최고 45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다고 했다. 이 정도 주행가능거리면 회사에서 집까지 왕복하고도 남겠다. 풋루스는 체인이 없으니 바지 밑단이나 신발이 더러워질 일도 없다. 전용 복장이 없어도 된단 얘기다. 페달을 밟지 않아도 돼 여름에 땀날 일도 없다. 그러면서 출퇴근길을 질주하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오토바이보다 간편하고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가격 때문에 구매가 망설여졌다. 시승한 모델은 400만원에 가깝다. 세일은 안 하나? 고정식

 

가격 396만원 무게 21.7kg 최고속도 시속 25km 주행가능거리 30km

 

 

마이크로 모빌리티 몬스터 킥보드
요즘 난 킥보드에 마음을 빼앗겼다. 한동안 스케이트보드에 재미가 들려 배워보려 애썼지만 늘지 않는 실력과 탈 곳이 마땅치 않다는 핑계로 접어두고 있었는데 딸과 장난감 매장에 들렀다가 킥보드가 눈에 들어왔다. 아동용 킥보드 옆엔 성인용도 있었고 매장 한쪽의 화면에선 아빠와 딸이 킥보드를 타고 공원을 누비는 영상이 나왔다. 내 의사 결정은 그 어느 때보다 빨랐다. 당장 집으로 돌아가 인터넷에서 킥보드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요즘 유행하는 상품과 타는 법, 탈 만한 곳은 물론 익스트림 스포츠 동영상까지…. 그동안 킥보드는 애들이나 타는 것이라고 얕잡아 봤는데 알면 알수록 시각이 달라졌다.
무동력 개인 이동수단 가운데 대표적인 건 자전거다. 하지만 부피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스케이트보드는 작지만 숙련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위험 요소도 많다. 킥보드는 딱 그 중간에 있다. 우선 크기가 작아 핸들링이 쉽다. 길게 올라온 핸들 덕에 스케이트보드보다 안정적으로 탈 수 있다. 핸들을 접을 수 있어 보관과 이동이 편리하다. 다른 교통수단과 연결한다면 여행의 묘미를 더해줄 것이다. 대여섯 번 발을 구른 다음 보드 위에 두 발을 올려놓으면 나름 빠른 크루징도 즐길 수 있다.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기분은 어떤 오픈 에어링과 비교할 수 없다.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다는 거다. 4살배기 꼬마도 탄  지 10분 만에 속도를 내며 씽씽 달릴 수 있는 게 킥보드다. 내가 선택한 킥보드는 스위스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스템의 몬스터 킥보드다. 그립감이 좋은 핸들과 체중 균형에 따라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구조가 특징이다. 멀리 이동하는 게 주목적이 아니라면, 도심에서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며 편하게 즐기고 싶다면 킥보드를 추천한다. 킥보드는 애들이나 타는 거라고? 난 이제부터 킥보드를 타고 도심 곳곳을 누비며 또 다른 자유를 만끽할 것이다. 이러다 킥보드로 전국을 일주하는 계획을 세울지도 모르겠다.  조두현

가격 35만5000원 무게 5.1kg 특징 마이크로 플렉스 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