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드라이버스 카’를 선정하는 과정은 꽤 매력적이다. 엄청나게 멋진 차를 타고 198번 도로를 질주하기도 하고 조니 리버먼과 캐딜락 CTS-V가 벤틀리 GT3-R보다 왜 더 좋은지 논쟁도 한다. 그리고 새벽 6시에 라구나 세카 서킷의 차고에서 브라이언 반스가 새로 내린 커피를 음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양보할 수 없는 일은 서킷의 출발 지점에서 경쟁에 뛰어든 차들의 달리는 시간을 아이폰의 스톱워치로 직접 재는 것이다.

난 이제 이 일이 아주 익숙하다. 내 아이폰의 시간과 킴 레이놀즈의 V박스 GPS 머신이 기록하는 정밀 자료가 거의 일치하자 스콧 에번스는 내 아이폰을 보고 ‘론박스’라는 별명을 지어줄 정도였다. 차가 출발선을 지날 때 순식간에 아이폰의 스크린을 터치하고 확인한 시간을 큰소리로 외치면 동료 에디터들은 각자의 스마트폰을 꺼내 작년 경쟁 차종들의 기록을 확인하고 비교하느라 바쁘다. 그것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기록은 기록을 갈아치운다.

1 우리는 이 ‘시간’이란 주제만으로도 충분히 놀랄 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최신형 마쓰다 MX-5 미아타는 라구나 세카 서킷을 1분 50초 68에 주파했는데 이는 155마력의 출력으로 나쁘지 않은 결과다. 그런데 소형 MX-5가 덩치 큰 마쓰다 RX-8 R3보다 겨우 0.26초 느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는가? RX-8은 <모터 트렌드>가 선정한 미국 최고의 베스트 핸들링 모델이 아니었던가? 미아타는 전 세대 MX-5에서 출력을 77마력이나 줄였지만 무게 역시 350킬로그램 이상 줄였고 토크는 RX-8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사실 최고속도도 MX-5가 시속 166.4킬로미터, RX-8은 시속 168.6킬로미터로 근소했으며 중력가속도 역시 각각 1.48g와 1.49g로 엇비슷했다.

중요한 사실 다섯 번째 턴에서 미아타는 중력가속도 1.26g로 1.14g인 RX-8을 눌렀다. 덕분에 여섯 번째 턴에서 시속 140.8킬로미터의 속도로 빠져나갈 수 있었으며 이는 RX-8과 불과 시속 0.32킬로미터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2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면 재대결을 해보고 싶은 차들이 있다. 바로 <모터 트렌드> 2013년 12월에 소개됐던 캐딜락 CTS-V와 ‘2013 베스트 드라이버스 카’로 선정된 포르쉐 911 C4S,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와 C7 콜벳 Z51이 그 주인공이다. 아마 캐딜락 CTS-V가 1분 38초 52로 세 번째로 빠른 랩타임을 기록했을 것이다. 그림을 그린다면 정확하게 0.48초 뒤진 포르쉐는 CTS-V를 따라잡기 위해 전력 질주를 하고 있을 테고 겨우 0.24초 앞선 콜벳의 룸미러에는 캐딜락의 그릴이 꽉 차 보일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모든 면에서 앞서는 731마력의 페라리보다 캐딜락 CTS-V가 겨우 0.48초 뒤진다는 것이다. CTS-V가 콜벳 Z06의 V8 슈퍼차저 엔진을 기반으로 한 모델이긴 하지만 스포츠카가 아닌 4도어 고급 세단이란 점을 생각해야 한다. CTS-V는 가장 빠른 구간에서 마라넬로 태생의 페라리 베를리네타와 견주어 시속 12~21킬로미터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중요한 사실 캐딜락 CTS-V는 다섯 명을 태울 수 있다. 그리고 페라리 베를리네타를 한 대 살 수 있는 가격으로 CTS-V를 다섯 대나 살 수 있다.

3 메르세데스 AMG GT S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차다. 세카 서킷에서 이 503마력짜리의 뒷바퀴굴림 쿠페는 560마력을 뿜어내는 포르쉐 911 터보 S보다 빨랐다. 그 이유는 차의 앞부분 흔들림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정말 놀랐던 사실은 따로 있다. 사실 GT S는 곧 나올 형제 모델들에게 밀려나게 될 중급 수준의 스포츠카다. 그런데도 SLS AMG 블랙 시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SLS AMG는 622마력에 탄소섬유 차체를 공기역학적으로 설계한 진짜 경주용 차로, 세카 서킷을 1분 35초 03에 주파한다. GT S의 기록은 1분 35초 57로 비슷하지만 출력이 119마력이나 낮고 공기역학적인 면도 훨씬 부족하다. 그런데도 최고속도는 시속 1.6킬로미터, 중력가속도는 0.13g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중요한 사실 AMG GT S는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