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VROLET TRAX DIESEL
쉐보레가 디젤 엔진을 얹은 트랙스를 새롭게 내놓으면서 국내 소형 디젤 SUV 3강 구도가 완성됐다. 르노삼성 QM3가 스타일과 연비, 쌍용 티볼리가 스포티한 운전 재미를 내세웠다면 쉐보레 트랙스는 “다 됐고, SUV는 SUV다워야지”라고 외쳤다.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출시 행사에서 시승 코스는 온로드와 비포장도로가 적절히 섞였다. 심지어 배에 차를 싣고 옆 섬인 신도로 향했다. 놀러 가기 좋은 SUV라는 생각을 주입하려는 걸까?

기존 트랙스와 바뀐 것은 파워트레인밖에 없었다.

GM 유럽 파워트레인이 개발하고 독일 오펠에도 들어가는 1.6리터 4기통 CDTi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135마력과 최대토크 32.8kg·m의 힘을 낸다. 소형 SUV라는 타이틀치고 적은 힘은 아니다. 이 엔진은 ‘위스퍼 디젤’, 즉 속삭이는 디젤이란 별명이 있는데 그만큼 조용하다는 뜻이다. 물론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디젤 특유의 갈갈거리는 소리도 나지 않고 조용했다. 하지만 ‘위스퍼’란 단어로 절대적으로 조용한 디젤 엔진이라고 오해해선 안 된다. 원래 속삭임이란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하는 거다. 뛰어다니면서 속삭이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나 SUV야”라고 외치며 숨겨왔던 수줍은 마음을 모두 드러냈다. 실린더들은 배기 매니폴드를 통해 ‘말달리자’를 외쳤다. 엔진 소음과 배기음이 적절히 섞이며 거친 SUV의 성격이 드러났다. 하지만 속도가 시속 150킬로미터를 넘자 밖에서 세차게 문을 두드리는 풍절음이 엔진 소음과 배기음을 모두 잡아가버렸다.

높은 출력의 디젤 엔진에 맞게 새롭게 적용된 6단 변속기는 효율성을 20퍼센트 개선했다고 한다. 기어비와 동력 손실 등을 손봤다고 하는데 이 디젤 엔진에는 듀얼클러치 방식처럼 발 빠른 변속기가 더 어울려 보인다. 만약 그렇게 운전 재미를 더했더라면 효율성은 기회비용으로 언제든지 내줄 수 있다. 트랙스 디젤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4.7킬로미터다. 경쟁 모델에 비해 아쉽다는 평이지만 출력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한 가지 그리고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실내 디자인이다. 대표적인 예로 이젠 스파크의 유물로 남은 모터사이클 계기반을 보면 이 차가 정말 2000만원대 차가 맞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이대로는 요즘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 하지만 스파크의 변신으로 미루어봤을 때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분명 다음에는 진정한 ‘이노베이션’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