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Q50 2.2d는 신의 한 수였다. 주춤거리며 난파할 뻔했던 인피니티를 단박에 수면 위로 끌어올려 회생시켰다. Q50 2.2d는 올해 지난 7월까지 총 1291대가 팔리면서 인피니티 전체 판매량의 80퍼센트를 자치했다. 여기에 아주 작은 움직임이 하나 더 보인다. 바로 Q50S 하이브리드의 꿈틀거림이다. 지난해 Q50 2.2d와 같이 출시됐지만 디젤 모델과 달리 올해 상반기까지 한 달에 두세 대 팔리면서 실적이 미미했다. 출시 당시 6760만원이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과 고성능 하이브리드 세단에 대한 인식 부족 탓이다. 그런데 지난 6월 7대, 7월 21대가 등록되는 등 급격한 차트 역주행을 하기 시작했다. 가격을 낮추고 고객을 세분화한 판매 전략이 주효했다.

 

 

에너지 흐름 찰떡 궁합인 엔진과 전기모터의 협업.

지난 6월 인피니티 코리아는 Q50S 하이브리드를 둘로 쪼갰다. 기존 모델을 하이테크라는 트림으로 이름 붙이고 이보다 사양을 낮춘 Q50S 에센스를 출시했다. 가격도 한 발짝 양보했다. 하이테크는 기존보다 520만원 낮춘 6190만원, 에센스는 5690만원으로 책정했다. 가격을 낮추자 반응이 바로 나타났다. 지난 7월엔 총 21대가 신차로 등록됐는데 이 중 에센스가 5대, 하이테크가 16대였다. 이제야 소비자는 인피니티의 고성능 하이브리드 세단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Q50S 에센스는 몇 달 전에 탔던 Q50S 하이트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차에서 몇 가지 액세서리만 덜어낸 느낌이다. 어댑티브 프런트 라이팅 시스템, 전방추돌 예측 경고, 차선이탈 경고, 어라운드 뷰 모니터 등 10여 가지 옵션이 빠져 있다. 하지만 오히려 전자장비의 간섭 없이 능동적으로 운전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좋다.

 

또 이 차처럼 정체성이 뚜렷한 차도 드물다는 생각이다. Q50S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응답성이다. 이 차는 68마력의 50kW 전기모터와 306마력의 3.5리터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결합해 총 364마력의 힘을 낸다. 이미 엔진에서 306마력의 고출력이 나오는데 전기모터까지 힘을 보탤 필요가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전기모터의 역할은 단순히 힘을 보태는 보조 동력원이 아니다. 전기차를 타본 사람은 알겠지만 전기모터는 저속에서부터 높은 토크가 바로 뛰쳐나온다. 즉 고성능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전기모터는 응답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주행 상황에 따라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이 필요할 때 전기모터는 바로바로 힘을 내준다. 어쩌면 성격 급한 한국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차인지도 모른다. Q50S 하이브리드는 5.1초 만에 시속 100킬로미터에 도달한다.

 

 

DAS 즉각적인 응답성을 보여주는 전자식 스티어링휠

Q50S 하이브리드가 둘로 쪼개지기 전 난 D 세그먼트에서 6000만원대로 이렇게 빠르고 재밌는 세단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아직 소비자들이 이 차의 진정한 매력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 5000만원대도 생겼다. Q50S 에센스는 말 그대로 Q50S 하이브리드의 농축액만 담았다. 인피니티 코리아는 보도자료를 통해 Q50S는 고성능, 고효율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킨 차라고 설명했지만 아쉽게도 고효율과는 거리가 좀 멀었다. 뻥 뚫린 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이 차는 절대로 효율적으로 타는 차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제원상 복합연비는 리터당 12.6킬로미터지만 내 최고 기록은 리터당 10.9킬로미터였다. 이 차를 효율적으로 탄다는 것은 높은 참을성을 필요로 한다.

 

 

SPECIFICATION 기본 가격 56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V6 3.5ℓ DOHC, 364마력, 35.7kg·m 전기모터 68마력, 29.6kg·m 변속기 7단 자동 공차중량 1795kg 휠베이스 2850mm 길이×너비×높이 4800×1820×1440mm 복합연비 12.6km/ℓ CO₂ 배출량 37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