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벤틀리의 책임 디자이너 루크 돈커볼케가 링컨의 콘티넨탈 콘셉트카 디자인에 불만을 토로한 후 벤틀리를 그만두게 됐다. 그는 링컨 콘셉트카가 벤틀리 플라잉스퍼를 너무 닮았다고 주장했다. 나도 링컨 콘셉트를 처음 봤을 때 너무 닮은 모습에 놀랐다. 링컨같이 큰 회사에서 어떻게 이런 실수를 했나 싶었고 돈커볼케의 울분에 공감했다. 그러나 자동차 전문 인터넷 매체 <오토블로그>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반 독자의 33.5퍼센트만이 두 차가 비슷하다고 했고, 58.9퍼센트는 아니라고 했단다. 갑자기 무엇이 옳고 그른지 헷갈리면서 콘티넨탈 콘셉트가 꼭 플라잉스퍼를 닮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커졌다. 나처럼 본다면 기아 오피러스도 벤틀리를 닮고, 메르세데스 마이바흐의 C필러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라인도 벤틀리와 닮았다. 어쨌든 이런 사건을 겪은 탓에 콘티넨탈 콘셉트의 양산차는 현재 모습과 많이 달라질 듯하다.

2 이 글을 쓰는 순간 루크 돈커볼케가 어쩌면 현대·기아 자동차의 디자인을 맡을지 모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2년 후 은퇴하는 피터 슈라이어의 뒤를 잇기 위해서라고 한다. 최근 선보인 벤틀리 콘셉트카 EXP 10 스피드 6의 완벽함에 황홀해하던 터라 무척 반가웠다. 그의 작품인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도 좋지만 과거 세아트에서의 성과는 더욱 기대를 가지게끔 한다. 폭스바겐 플랫폼으로 엉성한 차를 만들던 스페인 회사 세아트는 언제부터인가 모기업인 폭스바겐보다 세련된 소형차를 내놓기 시작했다. 돈커볼케의 재직 시절과 맞아떨어진다. 과거 그의 작품을 볼 때 피터 슈라이어보다 나아 보인다.

3 신형 투싼이 커졌다. 그 아래 작은 차 ix25가 나왔기에 자리를 피해준 것이다. ix25는 아직 국내 출시가 미정이지만 필요하면 언제라도 내놓을 것이다. 미니 SUV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인데 ‘작은 차는 이익이 적다’는 논리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4 메르세데스 마이바흐는 S 클래스의 뒷부분만 바꾼 것인데 전체적인 디자인에 잘 녹아들었다. 마이바흐라는 이름 때문에 2억원대의 차값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것도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7억원 이상 하던 구형 마이바흐가 성공하지 못한 까닭은 차가 못생긴 탓이었다. 특히 엉덩이 부분 디자인은 정말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지금 현대 아슬란이 안 팔리는 이유도 못생겼기 때문이다. 쏘나타 닮은 차가 그랜저보다 비싼 것에 대한 반감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것은 차가 못생긴 데 있다. 디자이너가 아닌 영업사원 작품이다.

5 쏘울을 닮은 티볼리는 독특한 캐릭터를 지녔다. 쏘울이라는 틈새시장을 찾아 저만의 디자인으로 또 다른 틈새시장을 추구한다. 자신만의 고객을 확보할 차로 보인다. 문제는 그 숫자가 얼마나 될 것인지이다. 무척 많은 것을 추구한 티볼리 디자인은 아직 뭐라 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다. 오랜 시간 지켜봤으나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6 현재의 쏘울 디자인(2세대)은 조금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간단해서 좋았던 1세대 쏘울과 달랐다. 시카고 오토쇼에 나온 기아 콘셉트카 트레일스터는 양산형 쏘울과 다른 디테일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최근 발표한 2016년형 쏘울은 트레일스터와 상관없이 계속된다. 나는 신형 쏘울이 트레일스터의 헤드램프를 달았으면 했다. 2017년형 쏘울은 새로운 헤드라이트와 네바퀴굴림차로 나올까? 마음으로만 오프로드를 달리는 나는 쏘울이 작은 SUV가 되었으면 한다. 

7 SM7 앞모습을 SM5와 똑같이 만든 르노삼성의 생각을 알 수 없다. 마치 SM7 판매를 포기하고 SM5만 팔겠다는 선언 같았다. 사실 엔진 크기만 다른 두 차는, 전혀 다른 차로 보기에 무리가 있었다. 캠리에 4기통 엔진과 V6 엔진이 있는 것처럼 같은 차에서 엔진만 다른 차로 보려 한다. 두 차의 뒷모습을 달리해준 것이 고마울 뿐이다.

8 요즘 듀얼 퍼포스 모터사이클 혼다 CRF250L 타는 재미에 빠졌다. 할리를 타다 보니 전혀 다른 성격이 새로웠다. 장르별로 여러 대의 바이크를 갖는 이유를 알 만하다. 250cc 엔진은 적당한 힘을 내고 가벼운 무게 덕에 조절도 쉽고 편하다. 다만 오프로드용 모터사이클은 왜 이렇게 키가 큰지 타고 내리는 것이 힘들다. 뒷산을 찾아간 오프로드 주행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평범한 비포장도로가 마냥 미끄럽고, 자갈길은 두려울 지경이다. 왜 오프로드용 바이크 신발이 그렇게 크고 딱딱한지 알 것 같다. 첫 경험에 겁이 나고 체력이 달려 산길은 포기할까 싶다. 베테랑 라이더 나윤석 씨는 나더러 혼자 산에 가지 말라 한다. 

글•박규철  일러스트레이션•임성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