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가자
울산에 갈 데가 어디 있느냐고? 현대차 공장만 있는 것 아니냐고? 그건 울산을 제대로 몰라서 하는 소리다. 울산은 산과 계곡, 강과 바다가 모두 있는 시원한 휴가 여행지다. 여정은 간단하다. 신불산에서 간월산으로 그리고 작괘천 계곡과 반구대 암각화를 둘러보고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 줄기를 따라 바다로 나서면 된다. 울산 서쪽에는 간월산, 신불산 등의 고봉준령들이 모여 이른바 ‘영남 알프스’를 이루고 있다. 그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신불산 깊은 산중에는 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이 있다. 이 자연휴양림의 백미는 상단과 하단지구 사이에 있는 파래소폭포다. 바위를 뚫고 쏟아지는 폭포와 짙은 초록빛 소(沼)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 든다.

간월산 자락을 따라 동쪽으로 나서면 바위가 기이한 계곡을 만날 수 있다. 간월산군립공원을 적시며 흘러내려온 옥수가 울주군 삼남면에 이르러 기묘한 풍경을 빚어놨다. 단단한 화강암이 물살에 깎이면서 마치 술잔을 주렁주렁 걸어놓은 것처럼 기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 작괘천(酌掛川)이라 불리는 이 계곡은 울주군민들의 여름 피서지다. 작괘천과 함께 태화강의 지류를 이루는 대곡천에는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숨겨져 있다.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가는 길은 늪과 하천, 숲을 통과하는 초록빛 트레킹 코스다. 가슴속까지 초록으로 물들어 건강한 기운을 얻을 수 있다.

여정은 울산 앞바다에 고래등처럼 떠 있는 대왕암에서 끝을 맺는다. 태화강 줄기를 따라 울산시내 한복판을 가로지른 다음 고래의 고향 장생포를 향해 내달린다. 장생포에서 비릿한 바다 냄새를 좇아 다시 울산대교를 건너면 이 땅에서 세 번째로 불을 밝힌 울기등대가 있는 대왕암공원이 나온다. 울창한 해송 숲을 통과하면 울기등대 너머로 커다란 바위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모습도 장관이다. 작괘천은 한여름이면 텐트와 그늘막을 치고 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기이한 바위 모양을 제대로 감상할 겨를이 없다. 그러니 한산한 늦여름에 찾는 것이 좋다.
 

글, 사진•우인재(여행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