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의 DS3? 시트로엥의 DS3? 뭐라 불러야 할지 헷갈린다. 시트로엥은 DS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끌어올리려 한다. 무려 20년짜리 장기 프로젝트다. 그래서 지난해 DS 브랜드를 독립시켰다. DS3 뉴 라이트 시그니처 소개 자료에도 시트로엥이란 말은 없다. 그런데 정작 차의 앞뒤에는 시트로엥 로고가 큼직하게 박혀 있다. 앞뒤 램프 디자인을 바꾸고 일부 기능을 추가한 부분변경 모델이라 로고까지 바꾸는 건 좀 어려웠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부분변경 모델인 신형 DS5의 경우 시트로엥 로고를 모두 없앴다. DS3도 DS 로고만 남겼더라면 덜 헷갈렸을 뻔했다.

그래도 DS의 로고가 여기저기 추가되긴 했다. 램프가 바뀐 만큼 앞뒤 램프에는 모두 DS 로고가 들어갔다. 특히 헤드램프 위쪽에 들어간 DS 로고가 참 예쁘다. 램프를 켜면 로고 쪽에도 약하게 불빛이 들어오는데 꽤 근사하다. 그 아래 자리한 면발광 LED 보조등, 다이아몬드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는 LED 헤드램프까지 함께 바라보면 고급차 같은 느낌마저 든다. 방향지시등도 물결치듯 옆으로 흐르며 점등되는 방식이다. 리어램프 역시 독특하다. 네모가 안쪽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형상이다. DS3 카브리오와 C4 그랜드 피카소에서 봤던 것들이다. 두 개의 거울로 효과를 줬다. 여러모로 램프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래서 이름도 DS3 ‘뉴 라이트 시그니처(New Light Signature)’다.

램프를 제외하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생긴 건 안팎으로 모두 같다. 단, 안전장비로 액티브 시티 브레이크와 후방카메라가 추가됐다. 액티브 시티 브레이크는 시속 30킬로미터 이하에서 작동하는 저속추돌 방지장치다. 자세한 내용은 ‘그 기능 어땠어’를 참고하시라. 후방카메라는 번호판 위에 달렸다. 메뉴를 통해 화각과 유도선 위치 등도 조절할 수 있다. DS3에 후방카메라가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엔진은 최고출력 92마력, 최대토크 23.5kg·m를 발휘하는 1.6리터 e-HDi 디젤엔진이다. 6단 ETG 변속기와 조화를 이룬다. ETG가 낯설다면 푸조의 MCP를 생각하면 된다. 둘은 같은 변속기다. 엔진과 변속기 모두 성능보다는 효율에 중점을 뒀다. 표시연비도 복합 기준으로 리터당 19킬로미터나 된다. 그럼에도 힘이 부치진 않다. 공차중량이 1205킬로그램으로 가벼운 편이다. 최대토크도 1750rpm에서 터져 나온다. 아울러 ETG는 동력을 싹싹 긁어모아 바퀴에 전달하는 느낌이 들 만큼 직결감이 좋다. 체감 성능이 숫자보다 높은 까닭이다. 하지만 변속할 때마다 동력이 탁탁 끊어지는 건 늘 아쉽다. DS 브랜드를 프리미엄으로 드높이려면 ETG 변속기는 푸조 308 1.6에 들어간 EAT6로 교체하는 게 맞다. EAT6의 변속감은 매끄럽고 세련됐다. 성능은 물론 연비마저도 별로 뒤질 게 없다.

주행감은 부드러운 편이다. 날카로운 핸들링보다는 승차감에 좀 더 치중했다. 그래도 굽이진 길을 돌아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초반엔 슬쩍 뒤뚱거려 불안한 마음이 드는데, 계속 몰아치다보면 금세 자세를 회복해 슬그머니 빠져나간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동력으로 보정하는 느낌이랄까?

DS3 뉴라이트 시그니처의 가격은 부가세 포함해 3290만원이다. 이 정도 가격이라면 선택할 수 있는 차종이 매우 많다. 국산차는 미니밴과 준대형 세단, 수입차도 중형차와 SUV까지 선택 가능한 가격대다. 그러나 DS3만큼 예쁜 차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해외에서는 미니 해치백과 피아트 500을 DS3의 경쟁모델로 꼽는다.

SPECIFICATION 기본 가격 32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3도어 해치백 엔진 직렬 4기통 1.6ℓ DOHC 터보 디젤, 92마력, 23.5kg·m 변속기 오토클러치 6단 수동 공차중량 1205kg 휠베이스 2464mm 길이×너비×높이 3948×1715×1483mm 복합연비 19.0km/ℓ CO₂ 배출량 100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