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를 계약할 때는 등록 원부와 보험 이력을 조회하고 판매자와 소유주의 신원이 같은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얼마 전 중고차를 사기 위해 여기저기 매물을 보러 다녔다. 그러던 중 한 중고차 포털 사이트에서 괜찮은 가격의 혼다 CR-V를 발견했다. 정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는 허위 매물이 아니고 급히 처분을 하고 싶어서 시세보다 싸게 내놨다고 했다. 강남 율현동에 있는 매매시장에 있으니 보러 오라고 했다. 휴일이었고 집에서 왕복 4시간 거리였지만 매물과 가격이 워낙 괜찮아 집을 나섰다. 그런데 가면서 사이트에 접속해 다시 정보를 확인해보려 하니 없는 게시물이라고 떴다. 뭔가 이상해 판매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워낙 문의 전화가 많이 와서 먼저 보여드리려고 게시물을 잠시 비공개로 해놨습니다.” 뭔가 그럴듯한 핑계에 넘어가주기로 할 때 즈음 매매시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통화한 판매자 대신 다른 사람이 나와 고객상담실로 안내를 해주었다. 잠시 후 또 다른 사람이 왔다. 뭔가 미심쩍어 보험사고 이력과 등록 원부부터 조회해서 알려달라고 했다. “고객님, 알아보니 이 차는 현재 저희 쪽에 없고요. 그리고 이거 대포차예요. 통화하신 그 사람이 저희보고 속여서 잘 팔아달라고 합디다. 중고차 포털에 올라오는 매물의 90퍼센트는 허위라고 보시면 돼요. 게시물이 삭제된 것도 그 사람이 비공개로 해놓은 게 아니라 포털 사이트 쪽에서 과장 및 허위 게시물로 판단해 강제 삭제한 겁니다.”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다. 그러자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상사 쪽 사람들을 욕하며 전화를 끊었다. 머리가 아파왔다. 더 이상 여기에 말려들고 싶지도, 중고차를 보고 싶지도 않았다. 며칠 후 난 신차를 계약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경찰청과 국토부가 ‘3포’를 뿌리 뽑겠다며 대포차와 대포통장, 대포폰 집중 단속에 나섰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대포차는 여러모로 사회악이다. 대포차를 파는 사람도 나쁘지만 알고 사는 사람이 더 나쁘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피해를 막으려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

대포차는 일반적으로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된다. 알고 사는 경우도 있고 모르고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일단 가격이 시세보다 저렴하면 차에 결함이 있거나 대포차라고 의심해도 좋다. 상식적으로 싼 물건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중고차를 산다면 무리하게 싼 매물을 찾기보다 적정한 가격에 제대로 된 차를 찾는 것이 좋다. 중고차 포털 사이트에서 매물을 보려면 보증이 확실한 직영점 매물이나 브랜드에서 직접 운영하는 인증 전시장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차량 정보에 ‘개인채권’, ‘법인채권’, ‘저당’ 등의 단어가 있다면 무조건 대포차니 아예 관심을 끄는 것이 상책이다. 중고차를 계약할 때는 반드시 등록 원부와 함께 사고나 보험 이력을 조회하고 판매자와 소유주의 신원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포차는 명의자가 따로 있기 때문에 각종 세금이나 과태료에서 자유롭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시세보다 많게는 절반 이상 싸다. 이러한 유혹에 넘어가 대포차를 구입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만약에 그 대포차가 세금 체납 상태로 적발된다면 어떻게 될까? 자동차세를 2회 이상 체납하면 번호판이 강제로 영치돼 운행이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국세징수법 제46조와 제49조에 따르면 고액체납 압류차량과 대포차에 대해서는 강제 견인한 뒤 공매 처분한다. 즉 사라지는 것이다. 사고가 나도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최근엔 전문적인 브로커들이나 대부업체가 나서서 조직적으로 대포차 시장을 키우고 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일단 차를 할부로 사게 한다. 그리고 그 차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하면 그 차를 압류해 대포차로 유통하거나 해외로 빼돌리는 수법이다. 계획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대출을 받을 때 차를 사야 한다는 단서가 붙으면 의심해야 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차를 리스한 뒤 이를 대포차로 되파는 사례도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매달 수백만원에 달하는 리스료를 대신 내야 하거나 고소를 당할 수 있으니 절대로 명의를 함부로 빌려줘서도 안 된다.

대포차는 말 그대로 ‘무데뽀’로 도로를 활보하는 불법 차량이다. 이런 불법 차량이 현재 전국에 12만 대가 돌아다니고 체납액만 1조2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대포차는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법적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단순히 벌금형에 그치고 초범인 경우 처벌 수위가 미미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포차를 유통하는 사람도 나쁘지만 어쩌면 ‘대포차로 싼값에 좋은 차를 타다 걸리면 벌금 내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 시장을 키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