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벤츠는 기름이 절반 정도 남았는데 주행가능거리가 600킬로미터다. 이대로라면 능히 160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1st 푸조 2008 1.6 e-HDi
오늘은 복잡한 전략도, 변수도 없다. 벤츠보다 약 200킬로미터 앞선 상황에서 역전을 당할 가능성이 적다(물론 끝까지 그들의 움직임을 확인하며 마음을 졸인 것은 사실이다). 나는 출발부터 가속 페달에 집중했다. 최대한 적은 연료로 차를 가속하고, 감속할 때 에너지를 아낀다(신호등이 적색으로 바뀌면 멀리서 속도를 줄여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는 식이다). 속도와 연비의 최적화를 계속해서 찾아 달렸다. 우리는 이번 랠리에서 2008의 다양한 장점을 발견했다. 물론 모두 랠리의 제한적인 상황에 맞아떨어진 것들이다. 이 차는 만들어진 ‘목적’에 충실한 차였다. 평소 시승할 때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움직임에 ‘효율’을 추구한다면 훨씬 많은 정보를 운전자와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달리고 변속기를 마구 휘두르며 평가할 차가 아니다.

대관령을 바라보며 갑자기 속도가 줄어든다. 일부 구간에서 4단과 6단 사이에서 엄청나게 고민했다. 고속도로지만 언덕이 가파르다. 속도도 연비도 뚝뚝 떨어진다. 오르막에서 가변 차로가 생겼지만 우리에겐 트럭을 추월할 여유 출력이 없다. 3차선에서 트럭을 따라 그냥 달린다. 아주 약간의 공기저항이라도 덜어야 한다. 차도, 드라이버도, 뒷좌석에 앉은 포토그래퍼 박남규도 지쳤다. 마지막 고비다. 정상에 올랐을 때 주행 가능 연비가 목적지까지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걱정 없다. 이제 긴 내리막의 연속이다. 칼럼니스트 나윤석이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시원하게 내리막을 내려간다. 가속페달을 밟지 않고도 시속 120킬로미터를 유지할 수 있다. 순간 연비가 999.9킬로미터로 오르며 다시 주행가능거리가 260킬로미터로 늘어난다. 오르막에서 쓴 에너지보다 내리막에서 연료를 더 많이 아꼈다. 이론상 우리는 대관령의 언덕을 ‘공짜로’ 넘었다. “이 차에서 밥값을 못하면 내려야죠. 하하.” 3일간 농담처럼 강조했던 말이다. 자동차나 드라이버, 코드라이버, 포토그래퍼에게만 해당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선풍기나 여분의 배터리 같은 하드웨어도 포함됐다. 2008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 차 안에 있는 인원과 물자들이 마치 하나의 시스템화가 됐다. 모두가 함께 힘든 여정을 버텼다. 참고로 우리는 3일간 선풍기에 AA 사이즈 건전지 60개를 썼고, 생수 500밀리미터를 15병이나 마셨다. 김태영(드라이버)
 

 

 

1 강릉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 중 하나라는데 이게 왜 유명한지 모르겠다. 2 “저희는 선풍기 없으면 죽어요.”

 

스테이지3을 시작했을 때 우리가 가장 많은 거리를 달렸지만, 아직 방심할 수가 없다. 200킬로미터가량 뒤진 벤츠가 여전히 1600킬로미터를 완주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우리보다 빠른 속도로 속도를 좁힐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가장 큰 고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대관령이다. 여기서 얼마나 남은 연료를 보존하는가가 우리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7번 국도로 동해안을 따라 달리며 숨을 고른다. 가끔 만나는 신호등(속도 연동)도 어제 익힌 대로 시속 80킬로미터로 정속 주행하면 거의 문제가 되지 않다. 이곳저곳에서 연비를 끌어내 최대한 비축한다. 누적 거리가 1400킬로미터를 넘어서며 평균연비가 더는 흔들리지 않는다. 동해안에서 약 110킬로미터를 달리며 리터당 25.6킬로미터까지 연비를 끌어올렸다. 남은 연료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240킬로미터로 늘었다.

승부는 이제부터다. 대관령의 오르막에서 가속페달을 최대한 아껴 밟는다. 내리막이나 평지에서 최대한 탄력을 받은 뒤 오르막 정상에서 간신히 넘어갈 속도만 나올 정도까지 가속페달을 아낀다. 김태영의 집중력이 대단하다. 그는 연비 주행은 못한다고 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가 즐기는 ‘스포츠 드라이빙’도 결국 출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저항을 최소화해야 랩타임이 단축된다. 따라서 과정이 다를 뿐 연비 주행의 결과도 그에겐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대관령 터널을 통과할 무렵의 주행가능거리는 200킬로미터 수준을 넘나들었다. 평창휴게소에서 마지막 점심을 먹은 우리는 찬물로 몸을 식히고 마지막으로 실내가 뜨거운 푸조 2008에 탑승한다. 그리고 꾸준히 내리막을 내려간다.
오후 2시 25분, 중부 3터널을 조금 앞둔 지점에서 마침내 1600킬로미터를 완주했다! 평균연비는 리터당 25.6킬로미터, 평균 속도 74킬로미터다. 그러고도 아직 105킬로미터를 더 달릴 수 있다. 1번차 푸조 2008은 이번 레이스에서 1600킬로미터를 완주한 유일한 차였다!  나윤석(코드라이버)

 

 

 

 

1 경주가 거의 끝나갈 무렵, 결국 1번차 선수들이 정신을 놓았다. 2 드디어 1번차가 1600킬로미터에 도달했다.

 

2nd 벤츠 E 220 블루텍
둘째 날 울진 숙소에는 침대가 있는 방이 있었다. 짬밥으로 보나, 성별로 보나 침대는 당연히 내 차지였다. 이혜련과 푸근한 침대에서 꿀맛 같은 잠을 잤다. 문제는 망할 놈의 햇빛이었다. 커튼도 없는 우리 방은 아침 햇살이 그대로 들어왔다. 아침 7시인데 대낮처럼 방이 환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데 어깨며 허리, 목이 뻐근했다. 이틀 동안 1000킬로미터를 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벤츠의 단단한 시트도 근육통에 한몫했다. 2008을 타지 않은 건 정말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몸을 일으켰다.

모두 Q7의 상태를 걱정했다. 고정식은 전날 1만원어치 기름을 먹은 Q7은 주행가능거리가 조금 늘었다고 자랑했다. 참 좋기도 하겠다. 트립 컴퓨터에 찍힌 벤츠의 주행가능거리는 어느새 100킬로미터 아래로 떨어졌다. 전날 시간에 맞게 도착하기 위해 무리해 달린 탓이다. 일단 기름을 넣어야 했다. 우리에겐 5만원 주유권이 있었다. 그런데 주유소가 보이지 않았다. 주행거리 1159킬로미터를 찍을 무렵 트립 컴퓨터의 주행가능거리가 사라졌다. 7번 국도 삼척을 지날 때였다. 불안감이 밀려왔다. 설마 주유소가 없는 건 아니겠지? 그 전에 멈추는 건 아니겠지? 그러게 진작 기름을 넣을걸. 하지만 후배는 태연했다. “선배, 걱정 마세요. 아직 미세한 한 칸이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어디서 이런 긍정 마인드가 나오는 거냐?
그렇게 20킬로미터쯤 달렸을까? 다행히 주유소가 나타났다. 우리는 자랑스럽게 5만원어치 기름을 넣고 사진을 올렸다. 주행가능거리가 600킬로미터를 훌쩍 넘었다.
중간에 푸조와 만나 비상용 기름을 채운 통을 전해주기로 했다. 레이스 시작 전에 연료탱크를 꽉 채우기 위해 동원됐던 20리터짜리 기름통이다. 푸조는 각오가 대단했다. 기름이 바닥날 때까지 달리고 말겠다는 각오로 3일 동안 에어컨에 손도 대지 않았다. 비장한 마음으로 푸조에게 기름통을 전달했다. 기름통을 받아든 세 사람은 얼린 물을 양쪽 옆구리에 끼고 푸조에 올랐다.

 

 

 

1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간장 맛으로 먹는 음식인가 보다. 2 “선배 뭐 하세요?” “길 찾잖아.” “경주 끝났어요.”

 

 

"양양으로 올라갔다 내려올까? 그런데 몸이 너무 피곤하다. 손가락도 굳은 느낌이다."

1600킬로미터를 완주하려면 이제 400킬로미터만 더 달리면 된다. 바로 서울로 가면 1600킬로미터를 완주하지 못한다. 인천까지 갔다가 돌아와야 하나? 아니면 양양으로 올라갔다 내려올까? 그런데 몸이 너무 피곤하다. 손가락도 굳은 느낌이다. 그때 아우디가 대관령휴게소에서 장렬히 최후를 맞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기름을 새로 채우고 ‘시속 160킬로미터짜리 천국행 특급열차’를 탔다는 메시지도 전해졌다.
아우디는 빠른 속도로 서울로 향하고 있었다. 이 레이스의 또 다른 규칙은 기름이 바닥나는 순간 레이스가 끝난다는 거였다. 아뿔싸. 작전을 잘못 짰다. 어차피 1등 하지 못할 거면 그냥 기름을 쑥쑥 없앤 다음 레이스를 끝내는 게 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벤츠에겐 연료탱크의 반을 채우는 기름이 남아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푸조가 먼저 1등 하기를 바라거나, 우리가 더 빨리 달려 1600킬로미터를 먼저 완주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푸조의 주행거리는 우리보다 훨씬 앞선다.
우리는 푸조의 1등을 응원하기로 했다.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해 달리기엔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점심까지 거르고 달린다면 어쩌면 1등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마지막을 여유롭게 보내자며 강릉 인목해변에서 바닷바람을 마셨다.
점심은 강릉으로 내려와 초당 순두부집에서 해결했다. 도대체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영동고속도로 진부 1터널을 지나는데 푸조가 1600킬로미터를 완주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당시 벤츠의 주행거리는 1302킬로미터였다. 300킬로미터나 벌어졌다. 푸조를 이기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서둘러 서울로 향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트립 컴퓨터를 보니 주행거리가 1488킬로미터다. 3일 동안 우리가 달린 거리다. 이진우에 따르면 48개 도시를 지났다고 한다. 한반도를 제대로 훑은 셈이다. 아아, 다시 생각해도 토 나오는 레이스다. 이런 미친 짓, 이젠 정말 하지 말자. 서인수
 

 

 

 

1 1번차 ‘독종’ 드라이버들의 완벽한 우승이다. 반박의 여지가 없다. 2 3번차는또 길을 잃었다. 3 1번차는 경주가 끝나고 드디어 에어컨을 켰다.

 

 

3rd 아우디 Q7 45 TDI
밤새 쉬지 않고 철썩이던 죽변의 파도는 결국 밀레밀리아 마지막 날의 태양을 새벽 6시도 안 돼 깨우고 말았다. 심술이 난 건지 햇살은 무척 날카로웠다. 잔뜩 찌푸리고 쳐다봐도 눈이 베일 듯 아렸고 긴 옷으로 몸을 가려도 불이 붙은 듯 뜨거웠다. 하지만 제방 위에 선 석 대의 차를 비치는 태양은 달라 보였다. 찬란했다. 그래선지 자세도 더 당당해 보였다. ‘사진발’ 잘 받겠다 싶었는데 드론까지 동원하니 그림 같았다.

촬영을 마무리하고 아침 식사를 한 뒤 최종 목적지로 향했다.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7번 국도를 탔다. 우리 팀도 그랬다. 급할 게 없었다. 전날 이미 누적 1000킬로미터 주행을 넘어서며 주행가능거리가 190킬로미터로 떨어진 상태였다. 아침엔 평균연비 산출이 새로 시작되며 그나마도 120킬로미터까지 내려갔다. 푸조와 벤츠는 1600킬로미터 완주가 가능했지만 아우디 Q7은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장렬한 최후를 맞기로 했다.

장렬한 최후란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 강원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아우디 Q7의 멋진 자태를 함께 담아내는 것이었다. 선배 이진우가 아이패드로 오프로드를 찾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가서 우회전. 아니 다음. 그리고 직진해서. 잠깐만. 길이 어디 있지?” 길이 어디 있느냐는 그의 말은 험로를 찾는 데 성공했단 뜻이었다. 그런데 진짜 길이 없었다. 우리에겐 장렬한 최후도 허락되지 않았다.

험로를 빠져나왔다. 바닷가를 따라 북쪽으로 향하는 삼척로에 올랐다. 조금 올라가니 전망대가 있었다. 잠시 쉬어갈 겸 차를 세웠다. 난간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그런데 국내에서 보던 바다가 아니었다. 정말 맑았다. 멀리 보이는 깊은 곳에도 바닥에 암초가 보였다. 가까운 바다는 맑다 못해 투명했다. 찾아보니 갈남해변이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동해안에서 가장 맑은 곳이 이곳 갈남과 바로 옆 장호 부근이란다.

이후 다시 7번 국도에 진입해 동해고속도로를 탔다. 옥계휴게소에 들렀다. GPS 추적기를 보니 푸조 2008이 그곳에 있었다. 이 팀은 3일 내내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선풍기를 사용했지만 버티기 쉽진 않았을 거다. 푸조 2008은 최종 목적지인 서울 대치동 <모터 트렌드> 사무실에 도착하면 약 1650킬로미터 될 거라고 했다. 해온 만큼만 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들의 의지와 노력이 존경스럽다.

물론 우리 팀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서울까지 갈 순 없었다. 아우디 Q7 45 TDI는 오후 12시 29분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강릉 대관령휴게소에서 결국 연료 부족으로 리타이어하고 말았다. 총 주행거리는 1146.2킬로미터, 주행가능거리는 40킬로미터였다. 에어컨을 종종 틀긴 했지만 2.7톤이나 되는 8기통 엔진의 네바퀴굴림차로 이 정도 달려왔으면 나쁘지 않은 결과라 생각했다. 심지어 나도 탔는데 말이다. 그래도 뭔가 찜찜한 기분은 가시질 않았다. 시원한 마음보단 섭섭한 마음이 더 컸다. 고정식

 

 

 

 

 

EPILOGUE
밀레밀리아 코리아를 기획한 건 올해 초였다. 지난해 MTEC(Motor Trend Endurance Championship)로 12시간을 달리고 나서 ‘다시는 이런 미친 기획은 하지 말자’고 했는데, 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밀레밀리아 경주에 꽂혔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1600킬로미터를 달리다 보면 뭔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1955년 스털링 모스와 데니스 젠킨슨이 메르세데스 300 SLR을 타고 우승한 스토리에 너무나 감동해서 이를 한국에서 재현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경주차는 모두 석 대. ‘연비 깡패’로 불리는 푸조 2008(리터당 17.4킬로미터), 기름통이 가장 큰(100리터) 아우디 Q7, 연비(리터당 16.3킬로미터)도 좋고 기름통(80리터)도 크면서 변속기도 9단까지 달린 벤츠 E 220을 모았다. 여러 가지 정황을 보건대 우리는 벤츠가 가장 유리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푸조가 우승했다.

푸조를 탄 김태영, 나윤석, 박남규는 2박 3일 동안 에어컨 한 번 틀지 않았고 전기 사용을 줄이기 위해 오디오도 틀지 않았다. 그들은 꾸준하게 ‘미련했다’. 2, 3번 차가 속도 경쟁에 들어갔을 때도 1번차는 시속 100킬로미터 이하로 진득하게 달렸다. 자동차 실내 온도가 섭씨 38도까지 올라간 상태에서도 창문만 약간 열고 달렸다(모두 열면 바람저항이 심해지니까). 더워 미칠 것 같았을 것이다. 속옷에 땀이 흥건했을 것이다. 그들은 분리한 하드웨어를 인내심으로 극복하고(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 끝내는 밝게 웃으며 체커기를 흔들었다.

2번차 벤츠는 우승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여건을 지녔음에도 그렇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전략과 전술이 없었고 무엇보다 우승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 3번차 아우디는 애초부터 우승에서 가장 멀리 있던 차였다. 그래도 에어컨 사용 시간을 줄여가면서 최선을 다했고 공인연비(리터당 9.5킬로미터)보다 높은 리터당 10.3킬로미터의 평균연비를 냈다. 나와 고정식은 “4.2리터 V8 엔진으로 이 정도 했으면 됐다”고 자위하지만 속으로는 많이 아쉽다. 푸조는 기름통이 50리터밖에 안 된다. 공인연비에 따른 주행가능거리는 870킬로미터, 아우디는 950킬로미터다. 수치상으로는 아우디가 더 많이 갈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푸조가 공인연비보다 월등히 더 높은 실연비(리터당 25킬로미터)를 낸 덕분이다. 푸조 2008은 가벼운 차체에 바람 및 구름저항이 적다. 연비에 특화된 MCP 변속기도 달고 있다.

푸조 드라이버들은 연비 운전에 특화된 드라이버도 아니었다. 그들은 기름 태우기 선수다. 시승차의 성능을 모두 뽑아내며 달리는 스포츠카 성애자들이다. 그들이 리터당 25킬로미터라는 놀라운 연비를 기록한 것은 연비 운전에 대한 특별한 기술을 지녀서가 아니라 그저 참고 인내했을 뿐이다.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스로틀, 터보, 연료분사량, 변속기의 로직과 알고리즘 등을 전혀 모르더라도(알 필요도 없다) 연비는 누구나 높일 수 있다.

우리는 72시간 동안 다른 차와 경쟁하고 공인연비와 씨름하며 자신의 인내심과도 치열하게 싸웠다. 그러면서 자동차는 어떻게 운전하느냐에 따라 연비가 엄청나게 차이 난다는 걸 몸소 체험했고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연비가 나온 것에 놀랐다. 평소 운전하면서 연비 운전을 위해 이렇게 자신에게 적당한 동기부여를 준다면 주머니 사정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연비를 높이는 최고의 기술은 운전 습관이다.
 

 

COMMENT

땀은 배반하지 않는다. 그리고 땀 냄새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더 좋았다. 모터스포츠가 남자의 향기가 풀풀 나는 스포츠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 나윤석
 

제한된 연료와 환경에서 장시간 차를 몰며 많은 것을 느꼈다. 그동안 누렸던 모든 ‘넉넉함’에 고마움을 느꼈다. 연료가 주는 ‘풍족한 엔진 출력’과 ‘쾌적한 에어컨’이 대표적이다. 김태영
 

처음부터 작전을 잘못 짰다. E 220 연비가 그렇게 좋은 줄 진작 알았으면 좀 더 연비 운전에 신경 써 1600킬로미터 완주에 도전했을 거다. 아쉽긴 하지만 또 하고 싶진 않다. 아직 삭신이 쑤신다. 서인수
 

우리나라를 한 바퀴 다 돌아야 160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작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깨알 같은 재미와 아름다움이 있다. 조두현
 

5년간 내 차(6세대 폭스바겐 골프 GTD)의 평균연비는 리터당 14.4킬로미터였는데 밀레밀리아를 해치우고 나서 16.7킬로미터가 됐다. 그런데 며칠 후 다시 14.4가 됐다. 이진우
 

연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크루즈 컨트롤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래서 손만 엄청 바빴다. 레버를 올리고 내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분명 색다른 손맛이었다. 다만 권하고 싶진 않다. 고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