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터 GTS는 뛰어난 파워트레인과 섀시 세팅이 돋보인다. 디자인은 아름답고 패키지에 부족함이 없다."

 

#1 981 박스터는 어느 면으로나 부족함이 없다. 신형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포지션의 제품이다. 미드십 구조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힘썼다. 뛰어난 파워트레인과 섀시 세팅이 절묘하다. 디자인은 아름답고 구석구석 패키지에 부족함이 없다.

3년 전, 981 박스터 S 7단 PDK를 테스트했다. 다양한 환경에서 차를 몰며 사흘간 약 2000킬로미터를 달렸다. 그러고는 단점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신형의 발전은 놀라웠다. 당시 생각을 기록한 메모는 이랬다. “예상했던 발전의 폭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더는 550 스파이더 같은 역사와 전통을 내세우며 부연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약 두 달 전에는 스페인 아스카리 서킷에서 981 박스터를 다시 테스트했다. GTS 버전이었다. 카이맨 GTS와의 비교가 주요 과제였다. 같은 코스에서 두 대를 번갈아가며 타보고 차이점을 느꼈다. 사실 의미가 없는 시도 같기도 했다. 답은 이미 정해졌다는 생각이었으니까. 포르쉐 엔지니어들은 애초 박스터를 카이맨보다 한 수 아래로 만들었다. 오픈톱 구조로 차체 강성을 희생한 탓에 서스펜션 활용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뒤엎었다.

출력(10마력, 1.0kg·m) 차이를 제외하면 박스터 GTS는 카이맨 GTS와 비교해 운동 성능이 크게 나쁘지 않았다. 섀시와 서스펜션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리자 두 모델의 실력이 비슷해졌다. 오히려 루프 무게를 덜어 중심을 낮춘 박스터 GTS가 선회 능력에서 유리하다고 느꼈다. 테스트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문득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운동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면 그 과정에서 어딘가 희생되지 않았을까?” 트랙에서 만족스러운 성능을 발휘하더라도 도로에서도 만족할 거란 보장은 없으니까. 어쩌면 승차감이 상대적으로 뻣뻣해서 유연성을 잃었을 수도 있다. 높아진 성능이 오히려 도로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GTS 전용 카마인 레드 보디 컬러를 비롯해 검은색 포인트 휠과 엠블럼, 흡기구가 GTS 전용 패키지다.

 

 

#2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박스터 GTS의 장거리 테스트를 계획했다. 이번에는 단점을 집중적으로 찾아보기로 했다. ‘박스터 GTS가 일반 도로용으로 과하다’는 결론을 시원하게 내고 싶었다. 물론 아무리 도끼눈을 뜨고 평가해도 GTS 패키지가 주는 장점은 무시할 수 없다. 박스터의 가변 스포츠 배기시스템이 만드는 소리는 통쾌했다. 톱을 열었을 때 배기음 전체가 또렷하게 실내로 타고 들었다. 특히 엔진이 만드는 기계적인 소리가 짜릿하다.

시속 50킬로미터로 달리면서 작동하는 소프트톱은 대단히 효율적이다. 한강 다리에 오르는 순간에 톱을 활짝 열고 바람을 즐길 수 있다. 그러다가 다리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톱을 닫았다. 연료 효율성도 대단히 신경 쓴 흔적이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9.9킬로미터. 실제 고속도로에서는 14킬로미터까지 높일 수 있다. 특히 코스팅 모드가 도드라졌다. 코스팅은 주행 중 특별히 부하가 없을 때 변속기를 중립으로 바꿔 저항을 줄여주는 기능이다. 즉 시속 100킬로미터 이하에서 가속페달을 살짝 놓으면 타코미터가 1000rpm 이하로 뚝 떨어진다(평지나 내리막처럼 부하가 없는 상황). 다시 가속을 요구하면 변속기가 엔진 회전수에 맞춰 오른다. 이때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실내 구성이나 마무리도 흠잡기 어렵다. ‘적은 비용, 더 높은 가치’라는 GTS의 콘셉트처럼 고급 모델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잘 담았다. 스티어링휠과 도어 트림, 시트를 알칸타라 가죽으로 마무리하고 스포티한 감각의 스티치와 탄소섬유 트림으로 포인트를 줬다. 스포츠 시트는 어깨와 허벅지, 옆구리를 한결 효과적으로 지지한다. 공간 활용성도 우수하다. 글러브박스 위로 숨겨진 컵홀더 2개가 있고, 꽤 큰 사이즈의 도어 포켓도 갖췄다. 미드십 엔진 구조 덕에 앞뒤로 넉넉한 적재 공간이 있다(150리터, 130리터). 한마디로 데일리 스포츠카로 쓰기에 최고의 선택이다. 어디에 가든, 누구를 태우든 전혀 문제가 없다.

 

 

#3 주행 테스트는 서킷을 제외한 모든 도로를 타깃으로 했다. 출퇴근 시간에 시내를 주행하고, 주말에 산길을 찾으면서 자동차 전용도로와 고속도로에 올랐다. 같은 구간에서 가변식 댐퍼(PASM) 모드를 바꾸며 차이점을 파악했다. 사실 나는 도로에서 PASM 스포츠 모드의 성능에 대해 회의적이다. 과거 GTS 시리즈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PASM 스포츠 모드가 도로에서 유연하게 반응하지 못했다. 타이어의 접지력을 한계로 밀어붙일 때 요철에서 차가 뛰어오르며 안정성을 흐트러뜨렸기 때문이다.

 

 

 

숨막히는 뒤태 빵빵한 뒷모습이 981 시리즈의 특징. 보디와 조화를 이루는 소프트톱 라인이 매력적이다.

굽이치는 산길에서 스포트 플러스 버튼을 누르고 속도를 높였다. 즉각적으로 변속기와 스로틀 반응이 빨라진다. 서스펜션 감쇄력이 강화되고, 다이내믹 변속 마운트가 단단하게 변한다. 갑자기 차의 출력이 늘어난 것 같다. 운전자 뒤에 얹힌 3.4리터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은 330마력(37.7kg·m)을 발휘한다. 제원상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은 4.7초. 가속력은 폭발적이기보다는 끝까지 꾸준하다. 엔진은 최대 7500rpm까지 회전한다. 레드존에서 변속은 번개 같다. 출력 손실을 줄이는 다이내믹 마운트와 듀얼클러치가 변속 직후 출력이 끊이지 않게 돕는다.  

코너로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가속페달을 밟아 하중을 뒷바퀴에 살짝 실은 상태로 회전한다. 미드십 엔진의 성능을 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즉각적으로 앞머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고 뒤타이어가 풍부한 접지력을 활용해 버틴다. 타이어가 작은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부족하지 않다. 이미 무서울 만큼 빠르게 회전 중이다. 엉덩이를 살짝 흔들어 뒷바퀴를 꾹 누르며 코너를 탈출한다. 이때 움직임은 비현실에 가깝다. 기가 차다. 가속과 회전에 이렇게 날카롭게 반응하는 차는 흔하지 않다. 게다가 다루기도 쉽다. 하나부터 열까지 이상적인 움직임이다.

예상과 다르게 스포츠 서스펜션도 유연했다. 코너에서 요철을 만나면 속도에 못 이기고 차체가 튀어 올랐다. 그러나 불안하다고 생각하기 전에 곧바로 차체가 노면을 잡았다. 운전자를 중심으로 차의 엉덩이가 빠르게 안정성을 찾았다. 전자제어장치의 개입도 느리고, 자연스럽다. 코너에서 엉덩이를 살짝 흘려도 전자장비는 그냥 지켜만 볼 뿐이다. 예전에 시승한 박스터 S의 경우는 분명 이런 상황에서 운전자와 제어 권한을 두고 옥신각신했다. 하지만 GTS는 섀시의 완성도가 S보다 높다. 그만큼 운전자가 누리는 영역도 넓다.

 

 

 

 

"박스터 GTS를 타도 출력의 갈증을 느낄 수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분명 부정적인 요소다."

“제기랄….” 지금 상황은 욕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단점을 찾겠다고 큰소리치고 나섰는데, 시나리오가 엉망이다. 그래도 한 가지 단점은 변하지 않았다. 의도적인 출력 제한이다. 박스터 GTS는 섀시와 하체의 구성이 엔진 출력을 월등히 앞선다. 다시 말해 출력이 더 높아도 무리가 없겠다. 차가 좋아진 만큼 출력 갈증이 더 심하다. 911과 서열 정리에서 밀린 것은 이해하지만, 잠재된 가능성을 발전시키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특히 고객의 입장에서 이런 요소는 부정적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스포츠 세단으로 눈을 돌리면 출력이 430마력까지 오른다. 이제 340마력으로는 어디 가서 고성능 스포츠카란 명함을 내밀기가 쉽지 않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 포르쉐 입장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조사의 핑계다. 포르쉐 엔지니어들도 981 섀시에 담긴 잠재력을 잘 안다. 게다가 이미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추측이라고? 그렇다면 박스터 스파이더(375마력, 6단 수동) 같은 모델의 등장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알칸타라와 탄소섬유 가죽과 알칸타라, 알루미늄과 탄소섬유 트림 등 요즘 유행하는 모든 소재가 GTS의 실내에 쓰였다.

 

 

 

SPECIFICATION

PORSCHE BOXSTER GTS 기본 가격 1억550만원 레이아웃 미드십 엔진, RWD, 2인승, 2도어 컨버터블 엔진 수평대향 6기통 3.4ℓ, 330마력, 37.7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무게 1420kg 휠베이스 2475mm 길이×너비×높이 4404×1801×1273mm 복합연비 9.9km/ℓ CO₂ 배출량 178g/km MOTOR TREND TEST DATA 발진가속 0→시속 25km 0.82초 0→시속 40km 1.44초 0→시속 55km 2.26초 0→시속 70km 3.19초 0→시속 85km 3.44초 0→시속 100km 4.73초 0→시속 160km 10.47초 최고속도(GPS) 시속 276km 0→400m 주파기록 12.1초 가속 최대 G 0.879 시속 100km 톱기어 회전수 1850rpm 추월가속 시속 60→90km 1.71초 시속 80→110km 2.06초 시속 100→120km 2.75초 제동거리 시속 100km→0 2.72초/35.8m 시속 60km→0 1.68초/12.44m 감속 최대 G -1.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