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르쉐 911 터보 2 닛산 GT-R

 

NISSAN VS PORSCHE

내가 뉘르부르크링의 왕이야!
2008년 4월 17일, 테스트 드라이버 스즈키 토시오(鈴木利男)가 운전한 GT-R이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7분 29초 3의 랩타임을 기록했다고 닛산이 발표했다. 닛산은 포르쉐 911 터보는 물론 911 GT2보다 빠르다고 자랑하며 계측기와 촬영용 비디오를 실어 시판모델보다 50킬로그램이나 무거운데도 이런 기록이 나왔다고 으스댔다. GT-R은 단숨에 뉘르부르크링을 달린 양산차 가운데 세 번째로 빠른 차에 올랐다. 포르쉐는 처음엔 이 말을 무시했지만 이런 결과가 나온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가만히 있으면 GT-R이 911 터보보다 빠르다는 걸 인정하는 결과가 됐다. 포르쉐는 바로 기록이 공정하지 않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닛산이 주행 동영상과 당시 사용했던 타이어의 사진을 공개했지만 믿지 않았다. 급기야 미국에서 구입한 GT-R과 911 터보, 911 GT2를 몰고 뉘르부르크링으로 달려가 랩타임을 다시 쟀고
GT-R이 7분 54초, 911 터보가 7분 38초, 911 GT2가 7분 34초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 이후 GT-R과 911은 공공연한 라이벌이 됐으며 자동차 매체들은 앞다퉈 두 모델을 비교 테스트했다. 닛산은 GT-R을 출시할 때부터 911 터보를 경쟁자로 콕 집어 지목했다. 닛산의 바람이 이뤄진 셈이다. 지금까지 닛산과 포르쉐는 경쟁적으로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경신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양산차 가운데 뉘르부르크링에서 가장 빠른 랩타임 기록을 갖고 있는 모델은 포르쉐 918 스파이더로 6분 57초다. 그런데 2위가 7분 8초 69를 기록한 닛산 GT-R 니스모다. 두 모델 모두 2013년 9월에 이 기록을 달성했다.

 

 

1 아우디 R8 LMX 2 BMW i8

 

AUDI VS BMW

레이저 헤드라이트는 내가 최초라고!
2014년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아우디는 스포츠 콰트로 레이저 라이트 콘셉트를 선보였다. 이름에서 짐작했겠지만 레이저 라이트를 단 모델이다. 이날 아우디 연구개발 총괄 울리히 하켄베르크 박사는 새로운 레이저 라이트 기술을 소개하면서 “양산차에 세계 최초로 레이저 헤드라이트를 다는 브랜드는 아우디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며칠 후 BMW의 공식 트위터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우리가 2011년에 선보인 레이저 라이트 콘셉트를 2014 CES에서 소개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우린 레이저 라이트를 단 모델의 생산을 준비하느라 무척 바빴습니다.’ i8 얘기다. BMW는 i8을 양산하기로 결정하고 2013년 9월 세상에 공개했다. 그러니까 BMW의 이 말은 자신들은 진작 레이저 헤드라이트를 개발했고, 곧 i8의 양산모델에 얹을 예정이라는 것이다. BMW는 2014년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아우디에 보란 듯이 레이저 헤드라이트를 단 i8을 공개했다. 그리고 다음 달 기자회견을 열고 11월부터 고객에게 인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우디는 조급해졌다. ‘양산차 최초의 레이저 헤드라이트’란 타이틀을 i8에 뺏기게 될 판이었다. 다행인 건 i8이 고객에게 넘어가는 시기가 11월이라는 거였다. 아우디는 아직 정확한 가격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i8이 출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고는 R8에 레이저 헤드라이트를 넣은 R8 LMX를 급하게 출시했다. 이번엔 BMW가 조급해졌다. 11월로 예정돼 있던 i8의 고객 인도 행사를 6월 5일로 앞당겼다. 이날 행사에서 BMW는 “세계 최초의 레이저 헤드라이트를 단 i8을 고객에게 넘겨주는 이 자리에서 자동차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며 자축했다. 그런데 누가 최초인 거지?

 

 

1 메르세데스 벤츠 F 015 럭셔리 인 모션 2 아우디 RS7 파일럿 드라이빙 콘셉트

 

MERCEDES-BENZ VS AUDI

누가 최초가 될까?
세계 최초의 무인자동차란 타이틀을 얻기 위한 자동차 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에 가장 뜨겁게 경쟁하고 있는 브랜드는 아우디와 메르세데스 벤츠다. 둘은 2015 CES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자율주행 기술을 만천하에 자랑했다. 아우디는 A7 파일럿 드라이빙 콘셉트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CES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까지 약 885킬로미터를 달렸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F 015 럭셔리 인 모션의 뒷자리에 라스베이거스 시장을 태우고 공항에서 전시장까지 이동했다. 주행거리만 놓고 보자면 아우디의 압승이다. 아우디는 2009년부터 세계 곳곳을 돌며 무인자동차로 각종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RS7 파일럿 드라이빙 콘셉트카가 독일 호켄하임링 서킷을 2분이 조금 넘는 시간으로 완주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무인자동차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지난 4월에는 처음으로 미국 횡단에도 성공했다.
2013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벤츠는 S 5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를 공개했다. 1888년 카를 벤츠의 부인인 베르타 벤츠가 독일 만하임에서 포츠하임까지 약 100킬로미터를 달린 길을 똑같이 달린 S 500이었다. S 5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는 운전자 도움 없이 스스로 달렸다. 벤츠는 이날 모터쇼에서 “자동차 역사상 차가 완전히 스스로 달린 최초의 사례”라며 자축했다. 벤츠가 무인자동차에 관심을 보인 건 약 30년 전부터다. 1986년 유럽 자동차 제조회사, IT 관련 회사들과 함께 교통체증과 사고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이후 몇 대의 프로토타입 무인자동차를 만들고 이 가운데 3세대 S 클래스 무인자동차로 1995년 독일 뮌헨에서 덴마크 코펜하겐까지 약 1043킬로미터를 달렸다. 벤츠는 2013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오는 2020년까지 양산차에 자율주행 기능을 넣는 첫 자동차회사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과연 누가 첫 번째가 될까?

 

 

1 테슬라 모델 S 2 토요타 미라이

 

TESLA VS TOYOTA

수소차? 전기차?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다. <오토모티브 뉴스>의 주최로 열린 콘퍼런스에서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 CEO는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할 생각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아주 바보 같은 짓”이라고 대답했다. 수소를 저장하고 관리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수소충전소 하나를 설치하는 데도 2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이날 모터쇼장엔 토요타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가 전시됐다. 앨런 머스크의 이 말을 들은 토요타의 미국 판매법인 제임스 렌츠 사장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아주 좋은 차지만, 전기차라는 게 멀리 갈 수 있는 차가 아니다. 한 번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길고, 완충했을 때 달릴 수 있는 거리도 짧다”며 전기차를 깎아내렸다. 차세대 친환경차의 선두 자리를 놓고 두 회사가 벌이는 설전은 어쩌면 당연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6월 전기차와 관련된 특허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의 기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특허와 관련된 소송을 걸지 않겠다”고도 덧붙였다. 토요타는 지난 1월에 열린 2015 CES에서 수소연료전지차와 관련된 특허 5680개를 2020년까지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막대한 연구비를 들여 개발한 기술을 공짜로 내주겠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가 많아져야 관련 산업이 발전하고 그 이익이 결국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전기차가 수소연료전지차를 앞서고 있다. 하지만 미라이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혼다 역시 내년 3월 일본에 수소연료전지차 FCV 콘셉트의 양산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1 쉐보레 카마로 2 포드 머스탱

 

MUSTANG VS CAMARO 

우리 친구 아닌가!
자동차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은 역시 포드 머스탱과 쉐보레 카마로다. 1966년 카마로 출시 행사에서 “카마로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기자에게 쉐보레 프로덕트 매니저는 ‘머스탱을 잡아먹는 작고 사나운 동물’이라고 답했다. 포드의 심기를 작정하고 불편하게 하겠다는 의도였다. 이후 두 모델은 서로 으르릉거리고, 비슷한 시기에 모델 체인지를 하고, 한쪽이 고성능 모델을 내놓으면 다른 쪽도 이어서 고성능 모델을 내놓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둘이 물고 뜯고 싸운 것만은 아니다. 2011년 포드는 본사 건물의 창문에 불을 밝히는 방식으로 ‘HAPPY 100 GM’이라는 글자를 써 GM의 창립 100주년을 축하했다. GM은 2014년 머스탱의 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카마로 옆구리에 ‘Happy Birthday, Mustang’이라는 글자를 쓰고 지붕에 ‘50’이란 숫자로 된 초를 켠 광고를 냈다. 사진 아래에는 ‘친구, 여기 50주년을 기다리는 또 다른 라이벌이 있네’라는 메시지도 적었다. 머스탱과 카마로는 최고의 라이벌이자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