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가 S60 T6를 국내시장에 선보였다. 이로써 S60의 모든 모델은 볼보가 새롭게 개발한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을 갖추게 됐다. 2013년 5월, 볼보는 그동안 고수하던 직렬 5기통 엔진을 대신하는 직렬 4기통 기반의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선보였다. 그리고 스웨덴 셰브데에 있는 공장에서 2년여 동안 약 20억 크로나를 들여 엔진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디젤도, 휘발유도 4기통이 기본이다. 여기에 트윈터보나 슈퍼차저, 터보차저를 붙여 출력을 높인다. 그러니까 T6는 휘발유 엔진 가운데 출력이 가장 높은 버전이다.

시승차는 T6에 R 디자인이 붙었다. 프런트 그릴에 R 디자인 배지를 달고, 범퍼 아래에 있는 공기흡입구와 사이드미러에 크롬 장식을 두르고, 바람개비처럼 생긴 19인치 휠을 신어 한층 날렵해 보이는 모델이다. 운전석에는 옆구리에 날개를 단 것 같은 스포츠 시트가 달렸다. 실내는 여느 볼보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 가지 버전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반은 여전히 깔끔하다. 센터페시아 버튼도 익숙하다. 상위 모델답게 맨 아래 버튼이 꽉 찼다. 버튼 하나로 뒷자리 헤드레스트를 접을 수 있고, 스티어링휠을 후끈하게 데울 수도 있다. 참, 자동주차 버튼도 있다.

스티어링휠은 여전히 두툼하다. 새로운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 모델에는 전자식 파워 어시스트 스티어링(EPAS)이 달리는데 주행상황에 따라  묵직한 정도가 달라진다. 저속에서는 가볍고 매끈한데 고속으로 갈수록 묵직해져 안정감을 더한다. 시트는 키가 작은 내겐 여전히 불편하다. 고개가 앞으로 숙여져 2시간 남짓 운전하고 나면 목이 뻐근하다. 볼보도 이런 사실을 아는지 헤드레스트 아래에 다는 컴포트 베개를 따로 판다.

볼보의 새로운 T6 엔진은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를 모두 달아 출력을 높였다. 2.0리터 엔진에서 뽑아내는 최고출력이 306마력이다. 최대토크도 40.8kg·m에 달한다. 동급 최고 수준이다. 저회전 구간에선 슈퍼차저가 힘을 보태다가 3500rpm까진 슈퍼차저와 터보차저가 함께 힘을 낸다. 3500rpm 이후부턴 터보차저가 출력을 보탠다. 저회전 구간에서부터 슈퍼차저가 힘을 끌어올리는 덕에 초반 가속감도 시원하다. 가속페달이 쫀쫀하게 오른발에 붙는다. 경쾌하고 매끈하게 달리는 느낌이 좋다. 시속 180킬로미터까지는 주춤하지 않고 시원하게 내달린다. 후배는 터보래그가 느껴진다고 했는데 난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하체가 헐렁하지 않고 단단해 고속으로 달릴 때도 불안한 느낌이 덜하다. 코너에서도 허둥대는 느낌은 없다. 조금만 자세가 흐트러져도 엉덩이가 바로 붙으면서 자세를 잡는다. 믿음직하다.

볼보 엔지니어들은 300마력이 넘는다는 걸 알리기 위해 엔진 사운드를 매만지고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기능을 넣었다. 불필요한 소음을 없애기 위해 1차로 음파를 내보내고, 오디오 모듈 소프트웨어가 엔진 속도와 토크에 관한 정보를 수신해 차량용 스피커로 그르렁거리는 사운드를 뿜어낸다. 실제로 오른발에 조금만 힘을 줘도 거친 엔진 소리가 차 안으로 들이친다. 하지만 거친 엔진 사운드에 비하면 움직임은 나긋나긋한 편이다. 거친 노면을 달릴 때도 엉덩이가 푸근하다. 레이더 방식으로 바뀐 새로운 블리스는 좀 더 똑똑해졌다. 차선을 바꿀 때 한 번 더 살피게 돼 안전운전을 독려한다. 뒷자리에 부스터 시트가 없는 건 아쉽지만 S60에는 원래 부스터 시트가 없었다.
 

볼보는 운전자, 특히 여성 운전자가 감동하는 포인트를 잘 아는 것 같다. 트렁크에도 쇼핑백이나 가방을 고정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트렁크 바닥에 있는 덮개를 들어 올리면 노란 고무 밴드가 나타나는데 여기에 쇼핑백을 고정하면 흔들릴 염려가 없다. 뒷자리 옆 창문 위에는 쇼핑백을 걸 수 있는 고리도 있다. 이쯤 되면 가장 궁금한 건 가격이다. S60 T6 R 디자인의 몸값은 5750만원이다. 참고로 국내에서 이 정도 값에 이 정도 실력을 내는 차는 머스탱 2.3과 MKX뿐이다.

 SPECIFICATIONS   기본 가격 575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직렬 4기통 2.0ℓ DOHC 트윈차저, 306마력, 40.8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1670kg 휠베이스 2775mm 길이×너비×높이 4635×1865×1480mm 0→시속 100km 가속시간 5.9초 복합연비 10.6km/ℓ CO₂ 배출량 163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