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650i GRAN COUPE

 “650i는 숨겨졌던 운전 감성을 일깨웠다. 제임스 본드라도 거절 못할 매력이 철철 넘치는 차다.”

이 비싼 차를 타며 가장 걱정했던 건 유지비였다. 결론적으로 BMW의 4년/약 8만 킬로미터(4만 마일) 보증 프로그램만 있으면 유지비는 거의 들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아우디 A7이나 메르세데스 벤츠 CLS를 택해서는 얻을 수 없는 BMW만의 프리미엄 서비스다. 다만 차에 대해선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엔진이 공회전할 때 원인 모를 큰 소음이 가끔 난다는 것, 터보 래그(Turbo Lag)를 줄이기 위해 트윈터보 방식을 택했으나 큰 효과는 없다는 점, 전자신호로 스로틀을 조절하는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Drive by Wire)를 채용해 반응이 미세하게 늦게 전해진다는 것 정도다. 물론 찰나의 순간에 느껴지는 것들이긴 하다. 고성능 엔진이 그렇듯 650i의 터보엔진도 엔진오일을 먹는 특성이 있다. 
 

다만 좀 많이 먹는 게 흠이다. 약 2만4000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합성 엔진오일을 5.5리터나 보충했다. 이 정도로 엔진오일을 먹는 차는 본 적이 없어서 딜러에게 물어봤다. 태연히 정상이라고 했다. 동호회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아 그러려니 했다. 그란쿠페는 엔진오일만 많이 먹는 것도 아니었다. 기름도 엄청나게 먹어댔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8.1킬로미터인데 실제로는 리터당 7.4킬로미터로 나타났다. 바로 전에 탔던 아우디 A8의 4.2리터 자연흡기 V8 엔진이 리터당 8킬로미터였다. 결국 그란쿠페는 기름 많이 먹는 고성능 쿠페, 말 그대로 ‘럭셔리 그랜드투어러’였던 거다. 그란쿠페가 가장 빛날 때는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고속을 유지하며 낮은 rpm으로 달릴 때다. 주행모드를 컴포트로 설정하면 구름마차가 따로 없을 정도다. 반면 서킷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속도를 높여도 하체가 탄탄해 자신감이 넘친다. 자세제어장치(Stability Control)를 다이내믹으로 설정하면 꼬랑지가 날리는 것마저 딱 기분 좋을 만큼만 정확히 제한한다.

배기구에서 그르렁대다가 빠방 하고 터뜨리는 소리는 머리카락이 쭈뼛할 정도로 짜릿하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변속할 때마다 뒤통수를 헤드레스트에 부딪힐 만큼 강한 충격을 선사하며 속도를 올려나간다. 주의할 점도 있다. 차체가 꽤 길다. 좁은 주차장이나 골목길에서 꽤 신경 쓰인다. 실내는 볼 때마다 쓰다듬고 싶을 만큼 고급스럽다. 빨간 나파 가죽 시트와 헤어라인이 들어간 알루미늄 패널 덕택이다. 뒷좌석도 의외로 여유롭다. 180센티미터 미만이라면 충분히 편히 앉을 수 있다. 911 GT3 운전자를 길에서 만났는데 “차 정말 예쁘네요. 갖고 싶어요!”라고 소리쳤다. 그런데 바꾸자고 했더니 됐단다. 헐. 그란쿠페를 두고 5시리즈와 다른 게 뭐가 있냐고, 굳이 돈을 더 쓸 필요가 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타보면 안다. 두 차의 감성은 완전히 다르다. 여유 있다면 충분히 소유할 만한 차다.

글•Rory Jurnecka
 

기본 가격 8만8095달러 레이아웃 앞 엔진, RWD 엔진 V8 트윈터보, 알루미늄 블록/헤드 변속기 8단 자동 무게2004kg 휠베이스 2969mm 길이×너비×높이 5009×1895×1896mm 연비(복합) 8.1km/ℓ CO2 배출량 277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