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덩치에 지독한 연비를 견디며 XC90을 운행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사무실 이사를 앞둔 지금, 왕복 100킬로미터 거리를 이 차로 출퇴근하기엔 유류비의 압박이 컸다. 기름값이 떨어졌고, 아무리 연비 주행을 한다 해도 2톤짜리 가솔린 모델을 혼자 끌고 다닌다는 것은 분명히 무리다. 그래서 차를 한 대 더 사기로 마음먹고 매물을 알아봤다. 감가상각이 심한 요즘 새 차를 사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차를 두 대 유지하는 것도 고려해야 했다.

그래서 1000만원 수준의 중고차를 알아봤다. 출퇴근용이기 때문에 크기는 상관없었지만 소형차를 우선으로 했다. 일단 수입차 중에서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모델이 있는 브랜드는 폭스바겐과 푸조, 볼보 등이다. 국산차로는 프라이드와 i30 등이 눈에 들어왔다. 꼼꼼히 비교해서 최종적으로 고른 차는 폭스바겐의 골프였다(너무 뻔했지). 차종을 결정한 후로는 인터넷 연결만 되면 중고 골프를 찾았다. 인기 차종이어서 그런지 1000만원으로는 적합한 모델을 찾기가 힘들었다. 5세대는커녕 4세대도 구하기 힘들었다. 결국 골프 4세대 디젤(TDI)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강남 율현동의 모 자동차 매매상에서 꿀매물을 찾았다. 골프 5세대로 무사고에 주행거리도 짧은 편이었다. 전화를 해보니 빨리 오라고 했다. 회사 업무를 뒤로하고 율현동으로 향했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딜러와 함께 차를 보러 갔다. 

낚였다. “사진에서 본 차가 아닌데요?” 눈앞의 차는 4세대 골프 TDI였고 주행거리는 15만 킬로미터에 달했다. 딜러에게 사정을 묻자 오전에 팔려갔다고 했다. 그리고 이상한 소리를 하며 다른 차를 둘러보라고 한다. 알고 보니 이 딜러는 매매상 직원도 아니고 아무 소속도 없는 양반이었다. 분노와 허탈감으로 범벅된 마음을 추스르며 회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퇴근길에 차를 타고 귀가하며 XC90만한 차가 없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따지고 보면 1000만원으로 출퇴근용 차를 또 사느니, 기름을 넣고 이 차를 끌고 다닐 수도 있다. ‘그래! 그냥 1000만원어치 기름값을 쓰고 말지.’ 그렇게 마음먹으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당분간 율현동 근처는 쳐다보지도 않기로 했다. 

가격 7123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4WD, 7인승, 5도어 왜건 엔진 직렬 5기통 2.5ℓ 터보, 208마력, 33.2kg·m 변속기 5단 자동 무게 2018kg 휠베이스 2860mm 길이×너비×높이 4798×1879×1783mm 연비(통합) 7.4km/ℓ CO₂ 배출량 174g/km 구입 시기 2014년 7월(중고) 총 주행거리 11만9900km 평균연비 7km/ℓ 월 주행거리 400km 문제 발생 파워 스티어링 오일 교체 필요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15만원(연료비 13만원, 톨비 2만원)